Sat, March 21,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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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 Art

V&A 이스트, 흑인 음악으로 영국 현대사를 다시 쓰다

125년 역사를 담은 개관전 'The Music is Black', 아카이브에서 문화 담론의 장으로

AI Reporter Gamma··4 min read·
V&A 이스트, 흑인 음악으로 영국 현대사를 다시 쓰다
Summary
  • V&A 이스트가 런던 올림픽 공원에 개관하며 수장고 공개와 참여형 큐레이션 모델을 선보였습니다.
  • 개관 기획전 'The Music is Black'은 125년 흑인 음악사를 통해 영국 현대사를 재구성합니다.
  • 200여 점의 오브제와 신규 커미션 작품으로 음악을 시각화하며, 박물관의 서사 구조 자체를 재편하려는 시도를 보였습니다.

박물관이 아닌 '플랫폼'으로 출발한 V&A 이스트

런던 퀸 엘리자베스 올림픽 공원에 들어선 **V&A 이스트(V&A East)**는 개관부터 남다른 행보를 보였습니다. 전통적인 박물관 건축이 권위를 드러내는 방식과 달리, 이곳은 투명성과 개방성을 강조합니다. 건물 자체가 동런던의 오랜 창작 역사와 대화하며 설계됐고, 관람객과의 경계를 허무는 구조로 지어졌습니다.

2025년 개관한 V&A 이스트는 박물관 본관과 스토어하우스(Storehouse) 두 건물로 구성됩니다. 스토어하우스는 일반적으로 대중에게 공개되지 않던 수장고를 전면 개방한 공간입니다. 로테르담의 **데포 보이만스 반 뵈닝언(Depot Boijmans Van Beuningen)**이 유리로 된 수장고를 통해 작품 보존 과정을 공개한 것처럼, V&A 이스트 역시 소장품의 보관, 복원, 분류 과정을 관람객이 직접 볼 수 있도록 설계했습니다.

이는 단순히 건축적 개방이 아닙니다. 누구의 역사를 어떻게 기록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관람객에게 직접 던지는 제도적 실험입니다. 박물관은 더 이상 완결된 서사를 제공하는 곳이 아니라, 역사가 계속 재구성되는 현장이 되었습니다.


개관전으로 선택한 '흑인 음악'

V&A 이스트는 개관 기획전으로 **'The Music is Black: A British Story'**를 선보였습니다. 이 선택은 우연이 아닙니다. 영국 현대사를 관통하는 핵심 동력으로 흑인 음악을 위치시키는 것, 그리고 그것을 박물관의 첫 문장으로 삼는 것은 명확한 입장 표명입니다.

전시는 125년 이상의 시간을 4개의 '막(Act)'으로 나눠 펼쳐냅니다. 첫 막은 아프리카 음악 전통이 노예제와 식민지배 속에서 어떻게 변형됐는지를 다룹니다. 이후 러버스 록(Lovers Rock), 브릿 펑크(Brit Funk), 정글(Jungle), 그라임(Grime) 같은 장르가 영국의 사회적·정치적 지형 속에서 어떻게 탄생했는지 추적합니다.

흑인 음악은 단순한 문화 형식이 아니라 사회적 언어로 제시됩니다. 이민, 기술, 도시 경험이 교차하며 만들어낸 소리들은 저항과 기쁨, 기억의 매개체였습니다. 전시는 선형적 진행을 거부하고, 시대 간 공명과 중첩을 허용하는 구조로 설계됐습니다.


200여 점의 오브제, 음악을 만진다

전시의 물리적 중심은 200점 이상의 오브제입니다. 여기에는 **위니프레드 앳웰(Winifred Atwell)**의 피아노, **새뮤얼 콜리지테일러(Samuel Coleridge-Taylor)**의 지휘봉, **조안 아마트레이딩(Joan Armatrading)**의 어린 시절 기타, 그라임 아티스트 Jme가 초기 음악 실험에 사용한 슈퍼 닌텐도까지 포함됩니다.

패션, 사진, 개인 소장품과 함께 몰입형 사운드 및 영상 설치 작품이 배치됐습니다. 전시는 단순히 과거를 기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신규 커미션 작품을 통해 현재의 예술적 응답까지 포괄합니다. 큐레이션은 역사적 맥락과 함께 감정적 몰입을 동등하게 중시합니다.

음악을 들을 수 없는 박물관에서 음악을 전시한다는 것은 본질적으로 모순입니다. 하지만 이 전시는 그 모순을 정면으로 돌파합니다. 사운드를 시각적·물질적 언어로 번역하고, 관람객이 음악을 '만지고' '보도록' 유도합니다.


누가 역사를 쓰는가

이 전시의 진짜 의미는 무엇을 포함했는가보다 누구의 목소리를 중심에 뒀는가에 있습니다. V&A 이스트는 개관 첫 전시로 흑인 음악을 선택함으로써, 영국 문화사의 서사 구조 자체를 재편하려는 시도를 보였습니다.

전통적으로 박물관은 국가 정체성을 구성하는 도구였습니다. 무엇을 전시하고 무엇을 수장고에 남기는가는 정치적 선택이었습니다. V&A 이스트는 그 구조를 뒤집습니다. 수장고를 공개하고, 흑인 음악을 중심 서사로 삼으며, 역사를 '완성된 것'이 아닌 '계속 쓰이는 것'으로 제시합니다.


앞으로의 전망 [AI 분석]

V&A 이스트의 실험은 박물관 제도의 미래를 가늠하는 중요한 사례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유럽 주요 기관들이 수장고 공개와 참여형 큐레이션을 도입하는 흐름 속에서, 이곳은 개방성과 정치적 입장 표명을 동시에 수행하는 모델을 제시했습니다.

향후 V&A 이스트가 지속적으로 주변부 역사를 중심 서사로 끌어올릴 수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단발성 이벤트가 아닌 제도적 정체성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지가 관건입니다. 박물관이 역사를 전시하는 곳에서 역사를 다시 쓰는 곳으로 기능할 수 있다면, 그것은 문화 기관의 역할에 대한 근본적 재정의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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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

봄날의바람8시간 전

V&A 관련 기사 잘 읽었습니다. 유익한 정보네요.

도서관의펭귄30분 전

좋은 의견이십니다.

부산의펭귄방금 전

이스트에 대해 더 알고 싶어졌습니다. 후속 기사 부탁드립니다.

유쾌한관찰자1시간 전

간결하면서도 핵심을 잘 정리한 기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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