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O "중동 분쟁, 코로나보다 고용 피해 더 길고 깊다"
에너지 충격·투자 위축·이주 혼란 겹쳐 구조적 악화 경고…IMF도 성장률 하향

- •ILO, 중동 분쟁이 코로나19보다 노동시장에 더 지속적 피해 줄 수 있다고 경고
- •이주 노동자 3,100만 명 위기 노출, 비공식 고용·근로 빈곤층 증가 우려
- •IMF도 2026년 성장률 3.1%로 하향, 분쟁 장기화 시 침체 가능성 제기
팬데믹보다 더 긴 상처
국제노동기구(ILO)가 중동 분쟁이 코로나19 팬데믹보다 전 세계 노동시장에 더 오래, 더 깊은 피해를 남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ILO는 최근 발표한 분석 보고서에서 이번 위기가 일자리·임금·근로 여건의 구조적 악화로 이어지기 전에 각국 정부가 신속히 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ILO 수석 이코노미스트 상헤온 리(Sangheon Lee)는 "코로나19를 포함한 과거 위기들은 즉각적이고 거대한 충격을 가져왔지만, 제한 조치가 완화되고 지원책이 마련되면 회복이 시작됐다"며 "복합 위기(polycrises) 위에 얹힌 이번 분쟁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전개될 수 있다"고 밝혔다.
왜 이번엔 다른가
팬데믹은 충격이 빠르고 강렬했지만 회복 경로가 상대적으로 명확했다. 백신 보급과 재정 부양이 수요를 되살렸고, 2년여 만에 대부분의 선진국 고용 지표는 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반면 ILO는 중동 분쟁이 경제에 미치는 경로가 훨씬 복잡하다고 본다. 반복적인 에너지 가격 충격, 불확실성으로 인한 투자 위축, 이주 시스템 교란, 가계 소득의 지속적 압박이 동시에 작용하며 노동시장을 서서히 잠식한다는 것이다.
분쟁 최전선 국가들에서는 이미 기업 폐쇄·임금 중단·대규모 실직이 현실화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파급 효과다. 연료·식료품 가격 상승, 투자 지연, 채용 감소, 해외 송금액 감소가 전 세계로 번지면서 저소득 가구·이주 노동자·중소기업을 직격하고 있다.
현재 중동 지역에서 일하는 이주 노동자는 3,100만 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ILO는 이들이 분쟁의 가장 취약한 피해자가 될 수 있다며, 아동 노동과 강제 노동의 재확산 가능성도 우려했다.
비공식 고용의 귀환
고용의 질 악화도 핵심 쟁점이다. ILO 보고서는 장기 불안정이 지속될 경우 비공식 고용 증가, 근로 조건 악화, 임금 하방 압력, 근로 빈곤층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비공식 경제는 사회 안전망의 사각지대다. 1990년대 동아시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충격이 클수록 비공식 고용으로의 전환이 가속화됐다는 사례들이 있다. 이번 위기가 장기화할 경우 수십 년에 걸쳐 쌓아온 고용의 질 개선 성과가 단기간에 후퇴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는 이유다.
IMF도 적신호
국제통화기금(IMF)도 같은 우려를 공유하고 있다. IMF는 2026년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1%로 하향 조정했으며, 분쟁이 장기화될 경우 세계 경제가 침체 국면에 진입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IMF의 이번 하향 조정은 에너지 공급 불안정과 글로벌 교역 위축을 주된 배경으로 꼽았다.
반복되는 경고, 반복되는 지연
국제기구의 노동시장 경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0년 팬데믹 초기 ILO는 전 세계 근로자의 81%가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예측했고, 그 수치는 거의 그대로 현실이 됐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에도 ILO는 식량·에너지 위기를 통한 고용 악화를 경고했지만, 국제 사회의 대응은 느렸다.
이번 중동 분쟁의 경우, 복합 위기 구조가 기존과 다르다는 점이 특히 주목된다. 코로나 이후 공급망 재편, 기후 위기, 지정학적 분열이 동시에 진행되는 상황에서 중동 불안이 추가되면서 각 위기가 서로를 증폭시키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앞으로의 전망 [AI 분석]
분쟁이 현 수준에서 장기화될 경우, 글로벌 노동시장은 단순한 경기 침체 이상의 구조적 변화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중동 이주 노동자 3,100만 명의 송금이 감소하면 남아시아·아프리카 등 수취국 가계에 연쇄 충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비공식 고용 비율이 높은 개발도상국에서는 고용 안전망이 더 빠르게 붕괴될 수 있으며, 이는 사회 불안과 추가 이주 압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반면 에너지 전환 속도를 높여 중동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는 국가들은 상대적으로 충격을 완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ILO와 IMF의 경고가 정책 대응으로 이어지기까지의 시차가 관건이다. 과거 사례를 보면, 국제기구 경고 이후 실질적인 다자 대응 체계가 가동되기까지 평균 6~12개월이 소요됐다. 분쟁의 복합적 특성을 고려할 때, 이번에는 그 시차를 줄이는 것이 피해 최소화의 핵심 변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댓글 (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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