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농축 우라늄 이전 합의 부인...트럼프와 정면 충돌
이슬라마바드 회담 앞두고 드러난 핵 협상의 결정적 균열

- •이란 외무부, 농축 우라늄 이전 없다며 트럼프 주장 전면 부인.
- •트럼프, CBS 인터뷰서 이란이 모든 것에 합의했다고 주장.
- •이슬라마바드 주말 회담 앞두고 핵·전쟁종식 의제 충돌 심화.
지금 일어난 일
이란 외무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핵심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란 외무부 대변인 에스마일 바가에이(Esmaeil Baqaei)는 국영 방송에 출연해 "이란의 농축 우라늄은 어디에도 이전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소셜미디어 플랫폼 '트루스 소셜(Truth Social)'에서 "이란이 모든 것에 합의했다"고 밝힌 지 몇 시간 만에 나온 공개 반박이다.
CBS 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미국 측 인원이 이란의 농축 우라늄 약 2,000킬로그램을 수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누가 수거에 나서느냐는 질문에 그는 "우리 사람들"이라고만 답하며 지상 병력은 투입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왜 이게 중요한가
양측의 서사가 극명하게 갈리는 이 상황은 핵 협상의 구조적 취약성을 드러낸다. 미국 정보매체 악시오스(Axios)의 보도에 따르면, 워싱턴과 테헤란은 미국이 동결 이란 자산 200억 달러를 해제하는 대가로 이란이 농축 우라늄 비축분 전체를 포기하는 방안을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바가에이 대변인은 이를 일축하며 의제 자체가 달라졌다고 강조했다. "이전 협상은 핵 문제에 집중됐으나 현재 협상은 전쟁 종식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밝혔다. 이란 측이 핵심 관심사로 내세운 것은 '10개항 제재 해제 계획'과 '전쟁 피해 배상 문제'다.
현재 이란은 원자폭탄 제조에 필요한 순도 90% 수준에 육박하는 60% 농축 우라늄과, 또 다른 임계치인 20% 농축 우라늄 비축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 수치는 2015년 합의가 설정한 3.67% 제한선을 크게 초과하는 것이다.
이 흐름은 언제부터
이란 핵 문제는 단발성 사건이 아니다. 2015년 이란과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및 독일이 체결한 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은 이란의 우라늄 농축도를 3.67%로 제한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1기 행정부 당시 이 협정을 일방적으로 탈퇴했고, 이후 이란은 단계적으로 농축 수준을 높여왔다.
2025년 6월, 미국은 이란 핵시설에 대한 폭격을 단행했다. 폭격 직전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집계한 이란의 60% 농축 우라늄 보유량은 약 440킬로그램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트루스 소셜에서 언급한 "우리의 위대한 B2 폭격기가 만든 핵 먼지"는 이 폭격을 가리킨다. 폭격 이후 이란 핵 비축량의 실제 규모와 상태는 여전히 불투명한 채로 남아 있다.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는 2주간의 휴전 만료를 앞두고 주말 회담이 예정돼 있다. 이번 협상은 핵 문제와 전쟁 종식이라는 두 가지 거대한 의제가 뒤엉켜 있는 가운데 진행된다.
앞으로의 전망 [전문가 분석]
양측의 공개 발언이 이토록 큰 간극을 보이는 데는 국내 정치적 계산이 작용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행정부는 협상 성과를 선제적으로 공표함으로써 외교적 압박 강도를 높이는 전략을 구사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 이란 지도부는 국내 강경파를 의식해 양보를 공식적으로 인정하기 어려운 구조적 제약을 안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실제 협상 내용과 공개 발언 사이의 간극이 좁혀지지 않을 경우 이슬라마바드 회담이 실질적 돌파구 없이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는 견해가 제기된다. 특히 이란이 '전쟁 배상'을 핵심 의제로 내세우기 시작한 것은 협상 범위가 핵 문제를 넘어 대폭 확대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한국에 미치는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이란은 한국의 주요 원유 수입국이었으며, 대이란 제재 완화 여부는 한국 정유·화학업계의 공급망 재편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이란 핵 협상의 결과는 한반도 비핵화 논의에도 선례로 작용할 수 있어 한국 정부는 이번 협상 추이를 면밀히 주시할 것으로 보인다.
동결 자산 200억 달러 해제와 핵 포기의 맞교환이라는 구도가 실현될 가능성이 높아지려면, 이란 최고 지도자 알리 하메네이의 최종 입장이 결정적 변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댓글 (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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