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즈 이름 전쟁: 트럼프, EU 원산지 명칭 보호 허물기 나서
페타·파르메산·아시아고...미국과 유럽의 치즈 명칭 패권 다툼이 무역 협상 전장으로 확산

-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 협정으로 페타·파르메산 등 EU 보호 치즈 명칭 일반화를 추진 중이다.
- •대만·말레이시아·아르헨티나는 이미 미국 측 요구에 동의했으며 협상은 전 세계로 확산 중이다.
- •EU는 원산지 명칭 보호 제도 수호 입장을 유지해 미국과의 충돌이 심화되고 있다.
미국, 무역 협정으로 치즈 명칭 규칙 바꾼다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 협정에 조항을 삽입해 페타(Feta), 파르메산(Parmesan), 아시아고(Asiago) 등 유럽이 독점적으로 보호해온 치즈 명칭을 미국 생산자들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미 대만, 말레이시아, 아르헨티나가 미국 측 요구에 동의했으며, 협상은 전 세계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왜 이게 중요한가
이 싸움의 핵심은 유럽연합(EU)의 원산지 명칭 보호(PDO, Protected Designation of Origin) 제도다. EU는 페타는 그리스,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Parmigiano Reggiano)는 이탈리아 북부에서 엄격한 기준 아래 생산된 제품에만 해당 명칭 사용을 허용한다. EU 기준에서는 "파르메산"이라는 단어조차 이탈리아산 치즈를 지칭하는 법적 보호 명칭으로 분류된다.
문제는 미국 유제품 업계가 수십 년간 이 명칭들을 국내에서 자유롭게 써왔다는 점이다. 위스콘신주의 사르토리(Sartori) 가문은 이탈리아 이민자 파올로 사르토리(Paolo Sartori)가 설립한 이래 4대에 걸쳐 아시아고 치즈를 생산해왔다. 하지만 EU의 영향력이 확산되면서 여러 나라에서 "아시아고"라는 이름을 쓰지 못하게 됐고, 심지어 일반적인 묘사 표현까지 마케팅에서 제한받는 상황이 됐다.
"소비자가 어떤 치즈가 시장에서 이길지 결정해야 한다. 유럽 변호사들이 아니라." 사르토리 창업자의 증손자 버트 사르토리(Bert Sartori)의 말은 미국 낙농업계의 정서를 압축한다.
미국 전국우유생산자연합(NMPF)의 쇼나 모리스(Shawna Morris) 수석부회장은 "지난해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고 밝히며 글로벌 협상에서 미국 낙농업계 이익이 실질적으로 반영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 콘소르치오(Consorzio del Parmigiano Reggiano)를 비롯한 유럽 생산자 단체들은 PDO 제도 수호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관련 업계 보도에 따르면 2023년에는 한 미국 기업이 무역 박람회 홍보물에서 "파르메산"이라는 단어를 삭제하도록 요구받는 사례도 발생했다.
이 분쟁은 언제부터?
원산지 명칭 보호 제도는 유럽에서 오랜 역사를 가진다. EU는 1992년 PDO 및 지리적 표시(PGI) 제도를 공식화하며 전통 식품 명칭을 법적으로 보호하기 시작했다. 페타 치즈는 2002년 EU 법원 판결로 그리스 전용 명칭으로 확정됐고, 이후 EU는 무역 협정에서 상대국이 이 명칭을 보호하도록 요구하는 조항을 꾸준히 삽입해왔다.
반면 미국은 이들 명칭이 제조 방식을 나타내는 일반 명칭(generic term)이라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해왔다. 미국 내에서 "파르메산"은 수십 년간 특정 스타일의 치즈를 뜻하는 말로 통용됐을 뿐, 이탈리아산을 지칭하지 않는다.
충돌은 인도네시아, 호주 등 제3국에서 가장 격렬하게 표출됐다. 두 강대국이 각각 자국에 유리한 명칭 규정을 채택하도록 압력을 가하면서, 같은 나라 안에서도 미국 기준과 EU 기준이 혼재하는 혼란이 발생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양자 무역 협정 속도를 높여 이 문제를 일괄 해결하려는 전략을 택했으며, 복수의 외신에 따르면 협상 테이블에 오른 국가 수가 이전 행정부 시절보다 눈에 띄게 늘었다.
앞으로의 전망 [AI 분석]
치즈 명칭 분쟁은 단순한 식품 표시 문제를 넘어 미국-EU 간 더 광범위한 무역 패권 경쟁의 축소판이 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이 협력국을 늘려갈수록 EU의 PDO 제도는 글로벌 시장에서 실질적 효력을 잃어갈 가능성이 높다. 특히 아시아와 라틴아메리카 신흥 시장에서 EU와 미국 기준이 충돌할 경우, 현지 유통업체와 소비자는 더 큰 혼란에 직면할 수 있다.
EU 입장에서는 PDO 제도가 단순한 무역 규정이 아니라 문화적 정체성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쉽게 물러서기 어렵다. 향후 미국과의 포괄적 무역 협정 협상에서 치즈 명칭 조항이 핵심 쟁점 중 하나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소비자 관점에서는 미국산 "아시아고"나 "파르메산"이 더 많은 시장에서 합법적으로 유통될 경우 가격 경쟁이 심화될 수 있다. 다만 이는 유럽 전통 생산자들의 프리미엄 포지션을 위협하는 동시에, 원산지와 품질에 민감한 소비자들의 혼란을 가중시킬 가능성도 있다.
댓글 (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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