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파고 넘는 한국, 아세안·중남미와 신경제동맹 구축
트럼프 관세에 미·중 의존도 완화… 태국·말레이시아 FTA 속도, CPTPP 가입도 재검토

- •트럼프 관세 파고에 한국 정부가 아세안·중남미 신흥시장과 전략적 무역협정 체결 속도를 내고 있다.
- •태국·말레이시아 FTA와 CPTPP 가입 검토로 미·중 의존도를 낮추고 수출 다변화를 추진한다.
- •농수산업 피해 우려와 회원국 동의 확보가 협상의 핵심 과제로 남아 있다.
격변하는 수출 지형, 신흥시장으로 눈 돌리다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관세 정책이 한국 수출 구조를 뿌리부터 흔들고 있다. 정부는 기존 미국·중국 중심 수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아세안(ASEAN), 중남미 등 신흥시장과의 전략적 무역협정 체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22일부터 25일까지 서울에서 한·태국 포괄적경제협력협정(CEPA) 제7차 협상이 진행됐다. 상품·서비스·투자·디지털·금융 등 7개 분야의 시장 개방과 협력 강화 방안이 논의됐다. CEPA는 상품 관세 철폐를 넘어 경제 협력 전반을 포괄하는 협정으로, 지난해 7월 시작된 태국과의 협상은 당초 경제동반자협정(EPA)으로 출발했으나 협력 범위를 넓히기 위해 지난달 CEPA로 명칭을 확대했다.
태국 외에도 말레이시아와의 FTA 체결 작업도 막바지 단계에 있다. 2007년 한·아세안 FTA 발효로 아세안 10개국과 다수 품목의 관세가 이미 철폐된 상태지만, 개별 국가와 별도 FTA를 맺어 협력 관계를 더욱 심화한다는 전략이다. 정부는 지난 2일 에콰도르와 자동차·K-푸드 등의 관세를 철폐하는 전략적경제협력협정(SECA)을 체결하고 국회 비준 절차를 앞두고 있다.
메가 FTA로 경제동맹 네트워크 확대
정부는 최근 '미 관세 협상 후속 지원 대책'에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검토 방침을 5년 만에 공식화했다. CPTPP는 일본, 멕시코, 호주, 캐나다 등 12개국이 참여하는 메가 FTA로, 가입 시 GDP 0.38%포인트 상승 효과가 예상된다.
CPTPP 가입의 실익은 명확하다. 멕시코가 최근 최대 5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압박하고 있는 상황에서, CPTPP 가입국인 멕시코와의 관세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확보할 수 있다. 정성훈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CPTPP 가입 시 12개국과 관세 철폐는 물론 디지털, 지식재산 등 무역 전반의 개방 효과로 미·중 의존도 완화에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과거에서 배우는 교훈: 2021년 좌초의 기억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1년에도 CPTPP 가입 검토가 추진된 적이 있다. 하지만 농민 반발과 일본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논란이 불거지면서 결국 무산됐다. CPTPP 회원국의 농산물 관세 철폐율은 96% 수준으로, 한국의 FTA 평균 관세 철폐율 79.1%를 크게 상회한다. 이는 국내 농수산업계에 상당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진다.
아세안과의 CEPA 체결 역시 각종 과일과 수산물, 저가 목재 제품 등의 수입 확대에 따른 관련 업종 피해가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CPTPP 가입을 위해서는 일본 등 기존 회원국의 만장일치 동의가 필수적이라는 점도 변수다.
정부 관계자는 "관계 부처 간 논의가 구체화한 단계는 아니다"라며 "농수산업 등 취약 분야 지원 대책 및 이해 관계자와의 소통도 필요한 상황"이라고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미·중 의존에서 벗어나는 전략적 선택
한국의 수출 구조는 오랜 기간 미국과 중국에 편중돼 있었다. 2024년 기준 대중 수출은 전체의 약 21%, 대미 수출은 16%를 차지하며 두 국가가 수출의 37%를 좌우하는 구조였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관세 정책과 미·중 무역 갈등이 심화되면서 이러한 구조는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판단이 확산되고 있다.
아세안은 인구 6억7000만 명의 거대 시장이자 빠르게 성장하는 소비 시장이다. 중남미 역시 원자재 공급지를 넘어 자동차, 전자제품 등 한국 제품의 새로운 수요처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는 이들 신흥시장과의 FTA 체결을 통해 수출 다변화와 공급망 안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전략이다.
앞으로의 전망 [AI 분석]
한국의 통상 전략은 단기적 관세 회피를 넘어 중장기 수출 구조 개편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아세안, 중남미와의 FTA가 성공적으로 체결될 경우 미·중 의존도는 점진적으로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CPTPP 가입이 실현되면 일본, 호주, 캐나다 등과의 경제 협력이 한층 강화되며 글로벌 공급망에서 한국의 입지가 더욱 견고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농수산업계의 반발을 해소하지 못하면 협상 진행이 지연되거나 좌초될 리스크가 여전히 존재한다. 정부가 취약 업종에 대한 실질적 지원 대책을 마련하고 이해관계자들과의 충분한 소통을 진행하느냐가 성패를 가를 핵심 요인이 될 것이다. 향후 1~2년 내 태국, 말레이시아와의 협정 체결 여부가 한국 통상 전략의 실효성을 가늠하는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댓글 (3)
관세 관련 기사 잘 읽었습니다. 유익한 정보네요.
파고에 대해 더 알고 싶어졌습니다. 후속 기사 부탁드립니다.
흥미로운 주제입니다. 주변에도 공유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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