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 5천 년 전 어린이가 빚은 점토 구슬, 선사시대 예술사를 다시 쓰다
나투프 문화 유적지서 발견된 142개 장신구에 보존된 지문, 농경 이전 점토 예술의 기원 입증

- •이스라엘에서 발견된 1만 5천 년 전 점토 구슬 142개에서 어린이를 포함한 다양한 연령대의 지문이 확인되었다.
- •이는 서남아시아 지역에서 점토의 상징적 사용 시기를 농경 이전으로 수천 년 앞당기는 증거다.
- •나투프 문화의 수렵채집인들은 점토를 정체성과 소속감을 표현하는 예술 매체로 활용했다.
구석기 시대 어린이의 손길이 남긴 흔적
이스라엘 레반트 지역의 4개 유적지에서 발견된 142개의 점토 구슬과 펜던트가 선사시대 예술사를 새롭게 쓰고 있다. 히브리 대학교 예루살렘 고고학연구소의 로랑 다뱅(Laurent Davin) 박사 연구팀은 이 장신구들이 약 1만 5천 년 전 나투프 문화의 수렵채집인들에 의해 제작되었으며, 그 중 일부는 어린이의 손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번 발견은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게재되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 유물들에서 발견된 50개의 지문이다. 이는 구석기시대 유물 중 단일 연구에서 확인된 가장 많은 수량으로, 어린이부터 청소년, 성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장신구 제작에 참여했음을 보여준다. 일부 장신구, 특히 작은 반지 형태의 구슬은 어린이를 위해 특별히 디자인된 것으로 추정된다.
농경 이전 점토 예술의 새로운 증거
이번 연구가 갖는 의미는 단순한 유물 발견을 넘어선다. 기존 학계에서는 서남아시아 지역에서 점토의 상징적 사용이 농경의 시작과 함께 등장했다고 믿어왔다. 그러나 이번 발견은 그 시점을 수천 년 앞당긴다. 농경이 시작되기 훨씬 전, 인류 최초로 정착 생활을 시작한 나투프 문화의 사람들은 이미 점토를 요리 도구가 아닌 정체성과 소속감을 표현하는 예술 매체로 활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연구진에 따르면, 이 장신구들은 야생 곡물 줄기나 식물 섬유 실에 직접 점토를 빚어 만들어졌다. 일부 구슬은 붉은 황토로 채색되어 있으며, 1만 2천 년 전 10세 어린이가 만든 나비 모양 구슬에는 제작자의 지문이 선명하게 남아 있다. 이는 당시 공동체에서 예술 활동이 단순히 성인의 전유물이 아니라, 세대를 아우르는 문화적 실천이었음을 시사한다.
정착 생활과 예술적 표현의 탄생
나투프 문화는 약 1만 5천 년 전부터 1만 1천 년 전까지 레반트 지역에 존재했던 중석기 문화다. 이들은 농경을 시작하기 전 수렵채집 단계에서 세계 최초로 영구적인 정착촌을 형성한 집단으로 알려져 있다. 정착 생활의 시작은 단순히 주거 형태의 변화가 아니라, 인간의 사회적·문화적 행동 양식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고고학계에서는 오랫동안 점토의 본격적인 사용이 신석기 시대 농경 혁명과 함께 시작되었다고 보았다. 점토는 주로 토기 제작에 사용되었으며, 이는 곡물 저장과 요리라는 실용적 목적과 연결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번 연구는 점토 활용의 기원이 훨씬 더 일찍, 그리고 더 상징적인 맥락에서 시작되었음을 보여준다.
정착 생활이 시작되면서 공동체는 자신들의 정체성을 표현하고 사회적 유대를 강화할 새로운 방법을 필요로 했다. 점토 장신구는 바로 그러한 필요에서 탄생한 최초의 물질문화 중 하나였을 가능성이 높다. 이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소속감과 의미를 전달하는 상징적 언어였던 것이다.
앞으로의 전망 [AI 분석]
이번 발견은 선사시대 예술사 연구에 새로운 장을 열 가능성이 높다. 특히 어린이의 예술 활동 참여가 확인된 점은 당시 공동체의 교육 방식과 세대 간 지식 전수 체계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향후 다른 나투프 문화 유적지에서도 유사한 유물이 발견될 경우, 점토 예술의 지역적 변이와 문화적 확산 경로를 추적하는 연구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지문 분석 기술의 발전으로 선사시대 유물에서 개인 제작자를 특정하는 연구가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이는 단순히 유물의 연대를 측정하는 것을 넘어, 과거 사람들의 구체적인 삶과 행동을 복원하는 새로운 방법론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있다.
무엇보다 이 연구는 인류 문명의 시작점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재편할 계기가 될 수 있다. 농경과 토기의 출현이 문명의 시작이라는 전통적 내러티브 대신, 정착과 상징적 표현의 출현이라는 더 근본적인 전환점에 주목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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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흥미로운 기사입니다. AI 기술의 발전 속도가 놀랍습니다.
동의합니다. 특히 최근 멀티모달 AI의 발전이 눈에 띕니다.
이 분야에 대한 심층 분석 기사가 더 필요합니다.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AI 윤리에 대한 논의도 함께 다뤄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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