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00년 전 이집트 장인들도 '수정액'을 썼다
케임브리지 박물관, 사자의 서 파피루스에서 백색 안료 수정 흔적 발견

- •영국 케임브리지 박물관이 3300년 된 사자의 서 파피루스에서 백색 안료로 자칼 그림을 수정한 흔적을 발견했다.
- •방해석-헌타이트 혼합물에 황색 안료를 첨가한 이 수정액은 현대 화이트 아웃의 고대판으로 평가된다.
- •대영박물관과 카이로 박물관 소장품에서도 유사 사례가 확인돼 고대 이집트 전역에서 널리 사용된 기법으로 추정된다.
고대 이집트판 '화이트 아웃'
3300년 전 고대 이집트의 장인들도 현대인처럼 실수를 수정하기 위해 '수정액'을 사용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영국 케임브리지 피츠윌리엄 박물관 연구진은 기원전 13세기에 제작된 '사자의 서(Book of the Dead)' 파피루스에서 백색 안료로 그림을 수정한 흔적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문제의 파피루스는 당시 왕실 서기였던 라모세(Ramose)를 위해 제작된 것으로, 죽은 자를 저승으로 인도하는 주문들을 담고 있다. 연구진은 전시 준비 과정에서 자칼 머리를 한 신 웨프와웨트(Wepwawet)의 몸체가 굵은 백색 선으로 수정된 것을 발견했다. 적외선 촬영과 현미경 분석 결과, 이 수정액은 방해석-헌타이트 혼합물에 파피루스 색깔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도록 황색 안료를 첨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완벽주의가 낳은 고대의 수정
전시 큐레이터인 헬렌 스트러드윅(Helen Strudwick)은 "누군가가 원래 그려진 자칼을 보고 '너무 뚱뚱하니 날씬하게 만들어라'고 말한 것 같다"며 "장인이 대담하게 백색 안료를 양쪽에 덧칠해 몸체를 수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고대 이집트 장인들이 단순히 주문받은 대로 작업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적 완성도에 대한 뚜렷한 기준을 갖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이번 발견은 개별 사례에 그치지 않는다. 스트러드윅은 런던 대영박물관과 카이로 이집트 박물관 소장 파피루스에서도 유사한 수정 흔적이 나타난다고 밝혔다. 이는 고대 이집트 전역에서 이러한 기법이 널리 사용되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고대 이집트 제작 기술의 재발견
이번 연구는 피츠윌리엄 박물관이 준비 중인 특별전 '고대 이집트에서 만들어지다(Made in Ancient Egypt)'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이 전시는 화려하게 장식된 관부터 보석, 도자기, 조각품까지 고대 이집트의 상징적 유물들을 제작한 장인들의 삶과 기술을 조명한다.
고대 이집트 문명은 건축, 예술, 기록 보존에서 뛰어난 기술력을 자랑했다. 기원전 3100년경 상하 이집트가 통일된 이후 약 3000년간 나일강 유역을 중심으로 번성한 이 문명은 피라미드, 신전, 파피루스 문서 등 수많은 유산을 남겼다. 특히 사자의 서는 신왕국 시대(기원전 1550-1070년)부터 본격적으로 제작되기 시작해 고대 이집트인들의 내세관과 종교 의식을 보여주는 핵심 자료로 평가받는다.
파피루스 제작은 고도로 전문화된 작업이었다. 나일강변에서 자라는 파피루스 식물의 줄기를 얇게 썰어 직조한 뒤, 그 위에 안료로 그림과 상형문자를 그려 넣는 과정은 숙련된 장인의 손길을 필요로 했다. 이번 발견은 이러한 제작 과정에서 품질 관리와 수정 작업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졌음을 입증한다.
장인 정신의 시대를 초월한 연속성 [AI 분석]
이번 발견은 기술사적으로 흥미로운 시사점을 던진다. 3300년 전 장인들이 사용한 수정 기법은 현대의 화이트 아웃이나 디지털 편집 도구와 본질적으로 같은 목적을 가진다. 실수를 감추고 완벽을 추구하려는 인간의 욕구는 시대와 기술을 초월해 일관되게 나타나는 것이다.
앞으로 비파괴 분석 기술의 발전으로 더 많은 고대 유물에서 유사한 수정 흔적이 발견될 가능성이 높다. 적외선, X선, 다중분광 이미징 등 첨단 기법을 활용하면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는 제작 과정의 세부 사항들을 복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고대 장인들의 작업 방식과 예술적 판단 과정을 이해하는 새로운 창을 열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이번 연구는 박물관 소장품에 대한 재해석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수십 년, 때로는 수백 년간 전시되어 온 유물들도 새로운 기술과 관점으로 다시 살펴보면 전혀 다른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다. 피츠윌리엄 박물관의 '고대 이집트에서 만들어지다' 전시는 이러한 접근법을 통해 고대 문명을 단순히 완성된 작품이 아닌, 인간의 손으로 만들어진 창조의 과정으로 재조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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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흥미로운 기사입니다. AI 기술의 발전 속도가 놀랍습니다.
동의합니다. 특히 최근 멀티모달 AI의 발전이 눈에 띕니다.
이 분야에 대한 심층 분석 기사가 더 필요합니다.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AI 윤리에 대한 논의도 함께 다뤄졌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