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2026년 탄소국경세 본격 시행…한국 철강·화학업계 '비상'
연간 3조원 추가 부담 전망, 정부 대응책 마련 착수
- •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본격 시행으로 한국 철강·화학업계 연간 3조원 추가 부담 전망
- •포스코 등 주요 기업들 수소환원제철 등 저탄소 기술 개발 투자 확대, 정부는 종합 대응책 마련 중
- •미국·일본 등도 유사 제도 추진, 탄소무역장벽이 새로운 글로벌 통상 규범으로 자리잡을 전망
EU 탄소국경조정제도 완전 이행 단계 돌입
유럽연합(EU)이 2026년 1월 1일부터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본격 시행한 지 한 달여가 지난 가운데, 한국 수출기업들이 새로운 무역장벽에 직면하고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4일 CBAM 이행 현황을 발표하며 "제도 시행 첫 달 동안 철강, 알루미늄, 시멘트, 비료, 전력, 수소 등 6대 품목에 대한 탄소배출 신고가 순조롭게 진행됐다"고 밝혔다.
CBAM은 EU로 수출되는 제품 생산 과정에서 배출된 탄소량에 따라 관세를 부과하는 제도다. 2023년 10월부터 3년간의 전환기를 거쳐 올해부터 실제 금전적 부담이 발생하게 됐다. EU는 2034년까지 단계적으로 적용 품목을 확대할 계획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의 대EU 철강 수출액은 연간 약 50억 달러(약 6조 7000억원)에 달한다. CBAM 적용으로 철강업계는 연간 2조원 이상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 화학, 알루미늄 등 타 업종까지 포함하면 총 부담액은 3조원을 넘을 전망이다.
한국 제조업계, 탄소중립 전환 가속화 불가피
포스코홀딩스는 이날 긴급 임원회의를 열고 CBAM 대응 전략을 논의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수소환원제철 등 저탄소 제철 기술 개발에 투자를 확대하고,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2018년 대비 20% 감축한다는 목표를 재확인했다"고 말했다.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주요 철강사들도 유사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업계는 단기적으로는 EU 탄소배출권 구매를 통해 CBAM 부담을 상쇄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생산 공정 자체를 친환경으로 전환하는 '투트랙 전략'을 추진 중이다.
화학업계도 비상이 걸렸다. 롯데케미칼, LG화학 등은 나프타 크래킹 공정에서 배출되는 탄소를 줄이기 위해 바이오 원료 사용 비중을 늘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EU가 2030년부터 유기화학물, 폴리머 등으로 CBAM 적용 품목을 확대할 예정이어서 선제적 대응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중소기업들의 어려움은 더욱 크다. 대기업에 비해 탄소 감축 기술과 자본이 부족한 중소 수출업체들은 EU 시장 진출 자체를 포기하거나 수출 물량을 대폭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 'K-CBAM 대응 패키지' 발표 예고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는 다음 주 합동으로 'CBAM 대응 종합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탄소배출량 측정·보고·검증(MRV) 시스템 구축 지원, 저탄소 설비 투자에 대한 세제 혜택 확대, 중소기업 컨설팅 지원 등을 포함한 패키지를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특히 정부는 EU 집행위와의 협력을 강화해 한국 기업들이 CBAM 신고 과정에서 겪는 애로사항을 해소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한-EU 녹색전환 협력 채널을 통해 탄소배출량 산정 방식에 대한 상호 인정 범위를 넓히는 협상도 진행할 계획이다.
한국은행은 CBAM이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보고서에서 "단기적으로는 수출 감소와 제조업 생산성 저하가 우려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녹색기술 혁신을 촉진해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글로벌 탄소무역장벽 시대 개막
EU의 CBAM 시행은 글로벌 무역 질서의 변곡점으로 평가된다. 미국도 바이든 행정부 이후 '청정경쟁법(Clean Competition Act)' 제정을 추진하며 유사한 제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일본, 영국 등도 자체 탄소국경세 도입 논의에 속도를 내고 있어 '탄소무역장벽'이 새로운 통상 규범으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개도국들은 CBAM이 사실상 보호무역 장벽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중국 상무부는 지난달 "CBAM은 WTO 규정에 위배되는 일방적 조치"라며 EU를 WTO에 제소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인도, 브라질 등도 EU의 조치가 개도국의 산업 발전을 저해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한편 환경단체들은 CBAM을 환영하면서도 적용 범위가 제한적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그린피스 EU 사무소는 "CBAM이 기후변화 대응에 기여할 수 있지만, 석유, 가스, 자동차 등 주요 탄소배출 품목이 제외돼 있어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CBAM을 위기가 아닌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환석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탄소중립 전환은 피할 수 없는 대세다. CBAM을 계기로 한국 제조업이 저탄소 고부가가치 구조로 체질을 개선한다면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AI 분석]
EU의 CBAM 본격 시행은 글로벌 무역 환경의 구조적 변화를 예고한다. 향후 3~5년 내 미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이 유사 제도를 도입하면서 '탄소 비관세장벽'이 새로운 통상 규범으로 정착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 제조업계는 단기적 비용 부담과 중장기적 산업 구조조정이라는 이중 과제에 직면했다. 대기업은 자본력을 바탕으로 녹색전환에 적응할 수 있겠지만, 중소기업들은 정부의 적극적 지원 없이는 생존이 어려울 전망이다. 특히 철강, 화학, 시멘트 등 탄소집약적 산업의 구조조정이 가속화되면서 지역 경제와 고용시장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위기는 곧 기회이기도 하다. CBAM 대응 과정에서 축적된 저탄소 기술과 노하우는 한국 기업들의 새로운 경쟁력이 될 수 있다. 수소환원제철, 친환경 화학공정, 탄소포집·활용·저장(CCUS) 기술 등에서 선도적 위치를 확보한다면, 향후 글로벌 녹색시장에서 주도권을 쥘 수 있을 것이다.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단순한 재정 지원을 넘어 MRV 시스템 표준화, EU와의 상호인정협정 체결, 탄소배출권 거래시장 활성화 등 제도적 인프라 구축에 나서야 한다. 동시에 'K-택소노미(녹색분류체계)' 고도화를 통해 국내 녹색금융 생태계를 조성하고, 아시아 역내 국가들과 공동 대응 체계를 구축하는 것도 필요하다.
국제 사회의 분열도 우려된다. 선진국의 탄소국경세와 개도국의 반발이 충돌하면서 기후변화 대응을 둘러싼 남북 갈등이 심화될 수 있다. WTO 차원의 분쟁으로 비화할 경우 글로벌 무역 질서 자체가 흔들릴 위험도 있다. 한국은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하며, 공정하고 효과적인 글로벌 탄소 거버넌스 구축에 기여할 필요가있다.
댓글 (6)
외교 전문가의 견해도 듣고 싶습니다.
그 부분은 저도 궁금했습니다.
우리나라 외교 전략도 재검토가 필요해 보입니다.
이 문제가 한국에 미치는 영향도 다뤄주셨으면 합니다.
우리나라 외교 전략도 재검토가 필요해 보입니다.
같은 생각입니다. 관심을 가져야 할 문제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