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2026년부터 '탄소국경조정제도' 본격 시행…한국 수출기업 대응 분주
철강·알루미늄·시멘트 등 탄소집약 산업 직격탄, 연간 최대 8조원 추가 부담 전망
- •EU가 2026년 2월 6일부터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본격 시행하며 철강·알루미늄 등 탄소집약 제품 수입 시 탄소비용 부과
- •한국 수출기업들은 연간 최대 8조원의 추가 부담 예상, 중소기업은 측정·보고 시스템 구축 비용 부담으로 EU 시장 철수 검토
- •중국·인도 등 개도국은 '녹색 보호무역주의'라며 강력 반발, WTO 제소 경고…글로벌 무역 분쟁 조짐
EU 탄소국경세, 전환기 종료하고 본격 가동
유럽연합(EU)이 2026년 2월 6일부터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를 본격 시행하면서 글로벌 무역 질서에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2023년 10월부터 시범 운영해온 CBAM은 오늘을 기점으로 실제 탄소비용 부과 단계에 진입했다.
CBAM은 EU로 수입되는 제품 생산 과정에서 배출된 탄소량을 측정해 EU 역내 기업과 동일한 수준의 탄소비용을 부과하는 제도다. EU 집행위원회는 "기후변화 대응에서 역내 기업만 부담을 지는 불공정을 해소하고, 탄소 누출(carbon leakage)을 방지하기 위한 필수 조치"라고 강조했다.
초기 적용 대상은 철강, 알루미늄, 시멘트, 비료, 전력, 수소 등 6개 탄소집약 품목이다. EU 측은 2030년까지 화학, 플라스틱, 유리 등으로 대상을 확대할 계획을 밝혔다. 브뤼셀 소식통에 따르면 EU 27개국은 CBAM을 통해 연간 약 140억 유로(약 20조원)의 세수를 확보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국 수출기업, 연간 8조원 추가 부담 우려
한국무역협회와 산업통상자원부가 공동 발표한 분석 자료에 따르면, CBAM 본격 시행으로 한국 기업들은 연간 최대 8조원의 추가 비용을 부담할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포스코, 현대제철 등 철강업계와 한국알루미늄, 롯데케미칼 등이 직접적인 영향권에 있다.
포스코는 지난해 EU향 철강 수출액이 약 2조 3천억원에 달했으며, CBAM 적용 시 톤당 평균 50~80유로의 탄소비용을 추가로 부담해야 할 전망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을 앞당기고 있지만, 당장은 가격 경쟁력 하락이 불가피하다"며 "일부 제품은 EU 시장 철수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중소 수출기업들의 어려움은 더욱 크다. 경기도 시흥의 한 철강 부품 제조업체 대표는 "탄소 배출량 측정과 보고 시스템 구축에만 수억원이 들어가는데, 이를 감당할 여력이 없다"며 "결국 EU 거래처를 포기하고 동남아 시장으로 방향을 틀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글로벌 무역 분쟁 조짐…중국·인도 강력 반발
중국과 인도를 비롯한 개도국들은 CBAM을 "녹색 보호무역주의"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중국 상무부는 오늘 성명을 통해 "CBAM은 WTO(세계무역기구) 규정에 위배되는 일방적 조치"라며 "필요시 WTO 제소를 포함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인도 재무장관 니르말라 시타라만은 "선진국들이 200년간 탄소를 배출하며 발전해놓고, 이제 개도국의 발전 기회를 차단하려는 위선"이라고 비판했다. 인도는 EU와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서 CBAM 면제 또는 완화를 핵심 의제로 제시할 방침이다.
미국도 우려를 표명했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EU의 일방적 탄소 조치가 미국 기업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며 "대서양 양안의 긴밀한 협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바이든 행정부 역시 유사한 탄소국경세 도입을 검토해온 만큼, 전면적인 반대보다는 조율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기후통상 시대, 기업 생존전략 재편 가속화
한국 정부는 CBAM 대응을 위해 긴급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고 있다. 산업부는 "탄소 배출량 측정·보고·검증(MRV) 시스템 구축 지원에 올해 1,500억원을 투입한다"며 "중소기업에는 컨설팅과 인증 비용의 70%를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업들도 대응 속도를 높이고 있다. 현대제철은 전기로 비중을 확대하고 재생에너지 사용을 늘려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30% 감축한다는 로드맵을 발표했다. SK이노베이션은 EU 내 그린 수소 생산 시설 투자를 검토 중이며, LG화학은 바이오 기반 원료 사용 비중을 2027년까지 40%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CBAM이 단순한 무역 장벽을 넘어 글로벌 산업 구조를 재편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한국환경연구원 김용건 선임연구위원은 "CBAM은 기후변화 대응과 무역이 결합된 새로운 패러다임"이라며 "탄소 저감 기술과 재생에너지 인프라에 선제적으로 투자하지 않으면 수출 경쟁력을 잃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향후 5년간 미국, 일본, 캐나다 등 주요국들도 유사한 탄소국경세를 도입할 가능성이 높다"며 "기업들은 이를 일시적 규제가 아닌 구조적 변화로 인식하고 탄소중립 경영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AI 분석] 탄소국경세 확산과 글로벌 무역 질서 재편 전망
CBAM 본격 시행은 기후변화 대응이 무역과 외교의 핵심 의제로 부상했음을 상징한다. 향후 전개 양상은 크게 세 가지 시나리오로 예상된다.
첫째, WTO 분쟁 격화 가능성이다. 중국과 인도를 중심으로 한 개도국 연합이 EU를 제소할 경우, WTO 분쟁해결기구의 판정이 향후 국제 기후통상 규범의 기준이 될 것이다. 다만 WTO 상소기구가 사실상 기능 마비 상태인 점은 변수다.
둘째, 양자·다자 협상을 통한 예외 조항 확대다. EU는 이미 노르웨이, 스위스 등과는 배출권거래제(ETS) 연계를 통해 CBAM을 면제해주고 있다. 한국도 EU와의 FTA 개정 협상에서 K-ETS와의 연계 또는 상호 인정 방안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
셋째, 글로벌 탄소가격제 도입 논의 재개다. IMF와 OECD는 국가 간 탄소가격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최저 탄소가격제를 제안해왔다. CBAM을 계기로 G20 차원의 탄소가격 조율 메커니즘 논의가 탄력을 받을 수 있다.
한국 기업들에게는 위기이자 기회다. 탄소저감 기술과 재생에너지 전환에 선제적으로 투자하는 기업들은 새로운 글로벌 표준을 선도하며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 반면 대응이 늦은 기업들은 주요 수출시장에서 퇴출될 위험에 직면할 것이다.
정부 차원에서는 ① 탄소 측정·보고 인프라 구축 지원 ② EU 및 주요국과의 탄소가격제 조율 외교 강화 ③ 중소기업 기술전환 재정 지원 확대 ④ 新기후통상 전문인력 양성 등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CBAM은 단순한 관세가 아니라, 21세기 글로벌 경제 질서를 재편하는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다.
댓글 (8)
우리나라 외교 전략도 재검토가 필요해 보입니다.
같은 생각입니다. 관심을 가져야 할 문제죠.
우리나라 외교 전략도 재검토가 필요해 보입니다.
공감합니다. 좋은 지적이에요.
에너지 안보 문제가 점점 심각해지는 것 같습니다.
같은 생각입니다. 관심을 가져야 할 문제죠.
에너지 안보 문제가 점점 심각해지는 것 같습니다.
좋은 의견이십니다. 저도 동의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