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신라 황금문화 3.0' 전시 개막…AI 복원 유물 최초 공개
천마총 출토 금관 디지털 복원본과 AR 체험존 선보여, 문화유산의 디지털 전환 본격화
- •국립중앙박물관이 AI·AR 기술로 신라 유물을 복원한 '신라 황금문화 3.0' 전시를 개막, 천마총 금관 디지털 복원본 최초 공개
- •VR 체험존과 AR 왕실 의례 체험 프로그램으로 개막 첫날부터 10-20대 관람객 40% 증가, 젊은 층 문화유산 접근성 향상
- •해외 박물관 협력으로 흩어진 신라 유물 85점의 디지털 복제품 전시, 블록체인 기반 문화유산 데이터 플랫폼 구축으로 '디지털 문화재 환수' 모델 제시
디지털 기술로 되살아난 신라의 찬란함
국립중앙박물관이 2026년 첫 대형 기획전으로 '신라 황금문화 3.0: 디지털로 만나는 천년의 빛'을 6일 개막했다. 이번 전시는 경주 천마총, 황남대총 등 주요 고분에서 출토된 신라 시대 금속공예품 230여 점을 선보이는 동시에, 인공지능과 증강현실(AR) 기술을 활용해 훼손된 유물을 복원한 디지털 콘텐츠를 최초로 공개한다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박물관 측은 지난 3년간 서울대학교 고고미술사학과, KAIST 문화기술대학원과 공동으로 '문화유산 디지털 트윈'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 성과물인 천마총 금관의 완전 복원본이 이번 전시에서 처음 공개된다. 1973년 발굴 당시 일부가 손상된 채 출토된 천마총 금관은 AI 학습 알고리즘을 통해 신라 시대 금속공예 기법과 문양 패턴을 분석, 원형에 가까운 모습으로 재현됐다.
김지은 국립중앙박물관장은 개막식에서 "이번 전시는 단순히 과거 유물을 전시하는 것을 넘어, 첨단 기술로 문화유산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시도"라며 "특히 젊은 세대가 우리 문화유산에 쉽게 접근하고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다양한 인터랙티브 콘텐츠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AR·VR로 체험하는 신라 왕실
전시장 2층에 마련된 '신라 왕실 체험존'에서는 관람객들이 AR 글래스를 착용하고 신라 시대 왕실 의례를 간접 체험할 수 있다. 금관, 금제 허리띠, 귀걸이 등을 가상으로 착용해보고, 당시 왕실 행렬의 모습을 360도 파노라마 영상으로 감상하는 프로그램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VR(가상현실) 기술을 활용한 '천마총 내부 탐험' 코너는 일반인에게는 공개되지 않는 고분 내부를 실제 크기로 재현해 관람객들이 발굴 현장의 긴장감을 그대로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이 콘텐츠는 1973년 발굴 당시의 기록 영상과 3D 스캔 데이터를 결합해 제작됐으며, 유물이 출토되는 순간을 시간대별로 재현한 것이 특징이다.
박물관 교육팀 관계자는 "개막 첫날부터 VR 체험 예약이 마감될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며 "특히 10-20대 관람객 비율이 전년 대비 40% 증가해 디지털 기술이 젊은 층을 박물관으로 이끄는 효과적인 수단임이 입증됐다"고 전했다.
국제 협력으로 완성된 문화유산 복원
이번 전시의 또 다른 백미는 해외에 흩어진 신라 유물의 디지털 복원이다. 박물관은 영국 대영박물관, 미국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일본 도쿄국립박물관 등과 협력해 해외 소장 신라 유물 85점의 고해상도 3D 스캔 데이터를 확보했다.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제작된 디지털 복제품들이 실물 유물과 함께 전시돼 흩어진 문화유산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대영박물관이 소장 중인 '신라 금제 관모'는 이번 협력을 통해 80년 만에 '귀국'하는 형태가 됐다. 물리적 반환은 아니지만, 디지털 복제 기술로 국내 관람객들이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박물관 측은 이를 '디지털 문화재 환수'의 새로운 모델로 제시하고 있다.
국제박물관협의회(ICOM) 아시아태평양 지부 이사인 정민호 교수(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는 "문화재 반환 문제가 국제적으로 민감한 이슈인 상황에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문화유산 공유는 현실적인 대안"이라며 "이번 한국의 사례가 전 세계 박물관에 새로운 협력 모델을 제시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블록체인으로 보호하는 문화유산 데이터
박물관은 이번 프로젝트에서 생성된 모든 디지털 자산을 블록체인 기술로 보호하고 있다. 유물의 3D 스캔 데이터, AI 복원 알고리즘, 역사적 고증 자료 등이 분산 저장 방식으로 관리돼 데이터의 위변조를 원천적으로 차단한다.
문화재청과 협력해 구축한 '문화유산 디지털 자산 플랫폼'에는 현재 국보급 유물 1,200여 점의 디지털 트윈 데이터가 저장돼 있으며, 2028년까지 2만 점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 플랫폼은 국내외 연구자, 교육기관, 콘텐츠 제작사에 개방돼 문화유산의 활용도를 높이는 동시에, 원본 유물의 보존 부담을 줄이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전시는 오는 6월 15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시실에서 진행되며, 온라인 가상전시관을 통해 전 세계 어디서나 관람할 수 있다. 입장료는 성인 기준 8,000원이며, AR·VR 체험은 별도 예약이 필요하다.
[AI 분석]
이번 '신라 황금문화 3.0' 전시는 박물관이 단순한 보관·전시 기관에서 디지털 문화콘텐츠 생산자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다. 세계 주요 박물관들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는 가운데, 한국이 AI, AR, 블록체인 등 첨단 기술을 문화유산 분야에 선제적으로 적용하며 글로벌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디지털 기술이 젊은 세대와 문화유산을 연결하는 효과적인 매개체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존 박물관 관람객의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고, MZ세대가 익숙한 언어로 역사와 소통할 수 있는 채널을 마련한 것은 문화유산의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해외 소장 문화재의 디지털 복원은 물리적 반환이 어려운 상황에서 차선책이 아닌 새로운 형태의 문화주권 확립 방안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 향후 이러한 '디지털 문화재 환수' 모델이 국제 표준으로 자리잡을 경우, 한국은 기술력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글로벌 문화유산 네트워크의 허브 역할을 수행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디지털 복제품이 원본의 아우라를 대체할 수 있는가에 대한 철학적 논쟁, 막대한 디지털화 비용의 지속가능한 조달 방안, 그리고 디지털 격차로 인한 접근성 문제 등은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박물관의 디지털 전환이 기술 과시에 그치지 않고 진정한 문화 민주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정책적·재정적 지원과 함께 인문학적 성찰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댓글 (3)
이런 전시가 있는 줄 몰랐네요. 가봐야겠습니다.
역사적 발견이 흥미롭습니다.
좋은 의견이십니다. 저도 동의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