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봉쇄가 바꾼 세계 에너지 지도
유럽, 미국산 항공유 수입 11년 만에 최고…3~4주 내 구조적 부족 경고

- •호르무즈 봉쇄로 유럽의 미국산 항공유 수입이 2015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 •ACI 유럽은 3주 내 해협 재개 없으면 EU 전역에 구조적 부족이 발생한다고 경고했다.
- •항공유 가격은 전월 대비 103% 폭등, 5~6월 대규모 운항 축소 가능성이 제기됐다.
유럽으로 향하는 미국산 항공유, 역대 최고치
호르무즈 해협 봉쇄라는 단 하나의 사건이 전 세계 에너지 공급망을 뒤흔들고 있다. 복수의 외신에 따르면, 4월 유럽의 미국산 항공유(제트 연료) 유입량이 2015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석유 데이터 분석기관 케이플러(Kpler)와 LSEG의 집계를 인용한 보도에서 이 같은 수치가 확인됐다.
원인은 명확하다. 이란과의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 통항이 중단되면서, 유럽 항공유 수입의 약 75%를 공급하던 중동 루트가 사실상 차단됐다. 대체 공급처를 찾아야 하는 유럽 항공사들은 지리적으로 멀지만 여전히 생산 여력이 있는 미국에 손을 뻗쳤다.
왜 이게 중요한가
항공유는 항공 산업의 산소다. 유럽 공항들을 운영하는 기관의 연합체인 ACI 유럽(Airports Council International Europe)은 경고 수위를 높이고 있다. 3주 내에 해협 통항이 재개되지 않으면 유럽연합(EU) 전역에 구조적 항공유 부족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미 가격은 급등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3월 기준 항공유 가격은 전월 대비 103% 폭등했다. 항공사들이 이 비용을 티켓 가격에 전가하기 시작하면, 여름 성수기를 앞둔 유럽 여행 시장은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에너지 리서치 기관 라이스타드 에너지(Rystad Energy)의 클라우디오 갈림베르티(Claudio Galimberti)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CNBC를 통해 "항공유 공급 상황이 34주 내 악화될 수 있으며, 56월부터 유럽 전역에서 대규모 운항 축소가 시작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단순한 가격 문제가 아니라 물리적 연료 부족으로 번질 수 있다는 경고다.
이 흐름은 언제부터?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 해상 운송량의 약 20%, 천연가스(LNG)의 상당 부분이 통과하는 전략적 요충지다. '에너지의 목줄'이라 불리는 이 해협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지정학적 위기의 핵심에 놓인 바 있다.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 '유조선 전쟁(Tanker War)'이 촉발됐고, 2019년 이란의 유조선 나포 사태 때도 국제 원유 시장이 요동쳤다. 그러나 이번 봉쇄의 규모와 파급력은 이전과 차원이 다르다는 평가가 많다.
올해 2월 28일 이란 전쟁이 발발한 이후 상황은 빠르게 변했다. 국제 원유 가격(WTI)은 50% 이상 급등해 배럴당 110달러를 넘어섰고, 이는 4년 만의 최고치다. 미국은 즉각 전략비축유(Strategic Petroleum Reserve) 1억 7,000만 배럴 이상을 방출하는 초강수를 뒀지만, 미국 내 휘발유 가격마저 갤런당 4달러를 넘어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공급 쇼크는 생산지인 미국마저 피해갈 수 없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아시아 시장의 반응도 극적이다. 미국 원유 수출량은 3월 하루 390만 배럴에서 4월 520만 배럴로 약 33% 급증했다. 아시아 고객들의 수요는 무려 82% 폭증해 하루 250만 배럴에 달했다. 미국으로 향하는 빈 유조선은 전쟁 발발 전 24척에서 현재 68척으로 세 배가량 늘었다.
앞으로의 전망 [AI 분석]
단기적으로는 외교적 해법의 성패가 모든 것을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 파키스탄의 중재로 이란과 협상이 진행 중이며, 미국과 이란은 2주간의 휴전을 선언한 바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 이후 이란이 다시 해협 봉쇄를 선언하는 등 상황은 여전히 유동적이다.
에너지 시장 구조의 근본적인 변화 가능성도 주목해야 한다. 이번 위기는 중동 의존형 에너지 공급망의 취약성을 극명하게 드러냈다. 유럽은 단기적으로 미국산 원유와 항공유에 의존할 수밖에 없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공급 다변화와 재생에너지 전환 속도를 높일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중국도 변수다. 올해 1분기 중국 경제는 수출 호조에 힘입어 성장세를 보였지만, 당국은 이란 전쟁발 에너지 가격 상승과 글로벌 수요 위축을 '복잡하고 불안정한 환경'으로 규정하며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한국에 미치는 영향: 한국은 원유 수입의 절반 이상을 중동에 의존하는 구조다. 항공유 가격 급등은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등 국내 항공사의 수익성을 직접 압박한다. 정유업계는 원유 조달처 다변화와 비용 전가 여부를 두고 난관에 봉착했으며, 여름 여행 시즌을 앞두고 항공권 가격 인상이 가시화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 차원의 전략비축유 운용과 공급처 긴급 확보 전략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댓글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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