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태 주범은 자연이 아닌 인간의 토지 개발
저소득국 산악 지형 50% 변형… 2060년 사망자 140% 급증 경고

- •인간의 토지 개발이 자연적 요인보다 산사태 사망의 더 큰 원인으로 밝혀졌다.
- •저소득국은 산악 지형의 50%를 변형해 고소득국(7%)보다 훨씬 큰 위험에 노출됐다.
- •현 추세 지속 시 2060년까지 산사태 연간 사망자가 최대 140% 증가할 수 있다.
산비탈을 무너뜨린 것은 폭우가 아니었다
산사태의 원인은 오랫동안 가파른 경사면이나 집중 호우 같은 자연적 요인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국제 연구팀이 발표한 대규모 연구는 이 통념을 정면으로 뒤집는다. 빈 대학교(University of Vienna), 앙카라 대학교, 이스탄불 기술대학교, 부르사 울루다 대학교, 독일 헬름홀츠 지구과학연구소(GFZ) 공동 연구진이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산림 벌채·농지 확장·도로 건설 등 인간이 주도하는 토지 이용 변화가 지형이나 강수량보다 치명적 산사태를 훨씬 강하게 예측하는 요인으로 확인됐다.
왜 이 연구가 중요한가
산사태는 매년 전 세계에서 4,500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가고 200억 달러(약 27조 원) 규모의 경제적 피해를 낳는다. 지난 한 세기 동안 누적 사망자는 11만 명을 넘어선다. 그럼에도 산사태는 지진이나 허리케인에 비해 국제 뉴스에서 거의 다뤄지지 않는다. 대부분 언론의 시선이 닿기 어려운 외딴 산간 지역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의 핵심 발견은 피해가 지리적으로 균등하게 분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저소득 및 중하위 소득 국가들은 이미 1960년 이후 산악 지형의 약 50%를 농경지·도로·벌목지로 변형시켰다. 반면 고소득 국가들은 동일 기간 산악 지형의 7%만을 바꿨다. 연구진은 이 격차가 사망자 수의 격차로 직결된다고 분석했다. 빈곤한 나라일수록 산비탈 개발 압력이 크고, 개발 이후 경사면을 안정시킬 기반시설 투자나 재난 대응 역량도 부족하다는 이중 취약성이 작용한다.
또 하나의 핵심 메시지는 '자연재해'라는 프레임이 책임 소재를 흐린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치명적 산사태가 자연의 통제를 받는다는 통념에 반해, 실제로는 인간이 변형한 환경에서 훨씬 더 빈번하게 발생한다는 점을 전 지구적 데이터로 처음으로 입증했다.
1960년부터 쌓여온 산비탈의 상처
1975년 이후 산악 지역 거주 인구는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사람이 몰리는 곳에는 식량이 필요하고, 식량을 위해 경사지는 농지로 바뀐다. 농지로 가기 위한 도로가 뚫리고, 도로 건설은 다시 사면을 깎아낸다. 산림이 사라지면 뿌리가 붙잡고 있던 토양이 빗물에 무방비로 노출된다.
개발도상국에서 이 순환은 특히 빠르게 진행됐다. 아프리카 동부 산악 지대, 남아시아 히말라야 기슭, 중앙아메리카 안데스 산록 등지에서는 1980~2000년대에 걸쳐 대규모 산지 개간이 이뤄졌다. 같은 시기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이 주도한 구조조정 프로그램은 많은 저소득국에서 환경 규제 기관의 예산을 삭감했고, 이는 산지 개발에 대한 감시 공백으로 이어졌다.
한국의 경우, 1960~70년대 치산치수 사업과 조림 정책을 통해 한국전쟁 이후 황폐화된 산림을 복원했다. 이 경험은 역설적으로 산림 복원이 산사태 위험을 실질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반증 사례로 꼽히기도 한다.
앞으로의 전망 [AI 분석]
연구진의 경고는 구체적이다. 현재와 같은 토지 개발 추세가 지속될 경우, 2060년까지 연간 산사태 사망자 수는 최대 140%까지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기후 변화로 인한 극단적 강수 현상이 잦아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미 불안정해진 산비탈에서 촉발 요인이 더 자주 발생하는 복합 위험 구조가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연구진은 대안으로 지속 가능한 토지 이용 계획을 제시한다. 산악 지역 신규 도로 노선을 결정할 때 사면 안정성 평가를 의무화하고, 경사지 농지 전환에 완충 구역을 설정하며, 이미 벌채된 지역에 대한 재조림 인센티브를 강화하는 정책 조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제 사회 차원에서는 토지 이용 변화에 따른 재난 위험 증가분을 기후 적응 재원 배분 기준에 포함시키는 논의가 본격화할 가능성이 있다. 2015년 채택된 센다이 프레임워크(Sendai Framework for Disaster Risk Reduction)는 재난의 사회경제적 원인 해소를 핵심 목표로 삼고 있으며, 이번 연구 결과는 그 정책 근거를 강화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저소득국에서 토지 이용 규제가 실효성을 갖추려면 규제 이행 능력과 대체 생계 수단 마련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현실적 과제도 남아 있다. 산비탈을 개간해 생존하는 농민에게 환경 규제만을 강요하는 접근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개발 지원과 재난 위험 감소를 연계한 통합 정책 설계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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