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이란 전쟁 충격에 개도국 뭉쳤다…'채무국 플랫폼' 출범

외채 부담 11.7조 달러 속 개발도상국, IMF·세계은행 회의서 집단 협상력 강화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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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전쟁 충격에 개도국 뭉쳤다…'채무국 플랫폼' 출범
요약
  • 이란발 중동 분쟁 충격에 개도국들이 채무 협상 연대를 위한 '차용국 플랫폼'을 출범시켰다.
  • 개도국 외채 총액 11조 7,000억 달러, 34억 명이 사는 54개국이 채무 상환에 보건·교육비 이상을 지출한다.
  • 플랫폼이 실질적 협상력을 갖추려면 채권국 참여와 제도적 성숙이 뒷받침돼야 한다.

중동 전쟁이 흔든 세계 경제, 개도국이 연대로 맞서다

중동 분쟁의 경제적 충격파가 전쟁터에서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태평양 섬나라와 카리브해 소국들까지 강타하고 있는 가운데, 개발도상국들이 집단 행동으로 대응에 나섰다. 4월 15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 봄 회의 부대 행사에서 '차용국 플랫폼(Borrowers' Platform)'이 공식 출범했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지원하는 이 회원국 주도 이니셔티브는 개도국들이 채무 협상에서 더 강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설계됐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출범식에서 이를 "글로벌 금융의 획기적 전환점"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2025년 설치한 채무 전문가 그룹을 통해 이 플랫폼 아이디어를 제안한 바 있다.

왜 지금인가 — 이란발 충격과 빈곤의 연쇄

이란과 중동을 둘러싼 군사적 긴장 고조는 국제 유가를 끌어올렸고, 그 여파는 수입 의존도가 높은 카리브해 국가들과 태평양 도서국들에 직격탄으로 작용했다. 유가 급등은 식품과 생필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저소득층 가계를 직접 압박하고 있다.

외채 위기는 이란 전쟁이 불을 붙이기 이전부터 이미 구조적 문제였다. 2024년 기준 개발도상국 전체의 외채 규모는 11조 7,000억 달러에 달한다. 가장 취약한 최빈국들은 세입의 약 4분의 1을 외부 채권자에게 상환하는 데 쏟아붓고 있다. 54개국, 총 34억 명의 인구가 사는 나라들은 보건이나 교육보다 채무 상환에 더 많은 돈을 지출한다.

10년의 부채 함정 — 어떻게 여기까지 왔나

개도국 채무 위기의 뿌리는 2010년대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금리 시대에 많은 개도국들이 인프라와 사회 서비스 투자를 위해 대규모 차입에 나섰다. 당시 조건은 우호적이었지만, 2022년부터 본격화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급격한 금리 인상이 달러 강세와 상환 부담 폭증을 동시에 불러왔다.

2022년 스리랑카가 디폴트(채무 불이행)를 선언했고, 잠비아·가나·에티오피아 등이 잇따라 채무 재조정 절차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드러난 구조적 문제는 두 가지였다. 첫째, 파리클럽(선진국 채권단)·중국·민간 채권자 간 이해충돌로 협상이 수년씩 지연됐다. 둘째, 채무국은 개별적으로 협상에 임해 교섭력이 취약했다.

기존의 공동채무프레임워크(Common Framework)가 2020년 G20 주도로 도입됐지만, 집행 속도가 느리고 소규모 도서국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는 한계가 지적됐다.

차용국 플랫폼의 설계와 한계

이번에 출범한 차용국 플랫폼은 개발 단계와 부채 수준이 서로 다른 국가들을 아우르는 개방형 구조로 설계됐다. 핵심 기능은 두 가지다. 첫째, 채무 협상 관련 지식과 경험을 회원국끼리 공유하는 정보 허브 역할이다. 둘째, 집단적 목소리를 키워 개별 협상에서 불리했던 구조적 비대칭을 완화하는 것이다.

우선 채권국, 특히 최대 양자 채권국인 중국의 참여 여부가 관건이다.

한국의 관점에서는 이 움직임이 단순한 개도국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한국은 공적개발원조(ODA) 공여국이자 G20 회원국으로서 글로벌 채무 재조정 논의에 직접 이해관계가 있다. 개도국 채무 위기가 심화하면 한국 기업들이 진출한 신흥시장의 구매력이 감소하고, 한국이 투자한 인프라 사업의 회수 가능성도 낮아지는 연쇄 영향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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