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레바논 휴전 선언, 그러나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휴전 합의 이후에도 계속되는 분쟁의 역학, 국제사회의 지속적 관심이 필요한 이유

- •이스라엘·레바논, 4월 16일 10일 휴전 시작…이스라엘군 남부 주둔은 지속
- •휴전 후에도 분쟁 역학은 계속되며, 관심 감소가 폭력을 방치하는 역설이 반복
- •전문가들, 모호한 합의와 감시 부재가 진정한 평화의 걸림돌이라 경고
10일 휴전 돌입, 그러나 물음표는 여전히
4월 16일, 이스라엘과 레바논이 10일간의 휴전에 돌입했다. 수주간의 폭격으로 레바논 남부에서 2,000명 이상이 사망하고 100만 명이 넘는 이재민이 발생한 뒤의 일이다. 그러나 이 휴전이 진정한 종전으로 이어질지는 처음부터 불투명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휴전 발효와 동시에 이스라엘군이 레바논 남부에 남아 10킬로미터(km) 규모의 '안보 지대'를 유지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스라엘의 공격이 실질적으로 중단될지에 대한 의문이 즉각 제기된 이유다.
휴전의 역설: 끝이 아닌 전환
멜버른대학교 중동 연구자 마리카 소스노우스키(Marika Sosnowski)는 전쟁에 '깔끔한 시작과 끝'을 부여하려는 인간의 경향이 현실의 복잡성을 가린다고 지적한다. 휴전 또는 평화 협정은 갈등의 한 단계를 마무리하지만, 반드시 또 다른 단계를 열어젖힌다는 것이다.
이 '역설'은 이미 검증된 바 있다. 2024년 말 체결된 이전 이스라엘-레바논 휴전에서도 13개월간의 교전이 공식 종료된 이후에 이스라엘군은 헤즈볼라(Hezbollah)를 겨냥한 공습과 표적 암살을 이어갔다. 협정이 갈등을 끝낸 것이 아니라 갈등의 형태를 바꿔놓은 셈이다.
가자가 보여준 선례
가자(Gaza) 사례는 이 역설을 더욱 선명하게 보여준다. 이스라엘과 하마스(Hamas)는 2025년 10월 트럼프 행정부의 중재 아래 20개 항목의 '가자 평화 계획'에 서명했다. 협정 이후 2023년 10월 7일 납치된 이스라엘 인질들이 팔레스타인 수감자들과 교환됐고, 가자 지구로의 인도주의 물자 반입이 소폭 개선됐다.
그러나 협정이 체결되자 국제 미디어의 시선은 곧 다른 위기로 이동했다. 그 공백 속에서 이스라엘의 거의 매일 단위의 공격은 훨씬 낮은 수준의 감시 아래 지속됐다. 요르단강 서안(웨스트뱅크)에서 이스라엘이 지원하는 팔레스타인 주민 대상 폭력도 오히려 확대됐다. 가자 지구로의 인도주의 물자 반입량은 협정에서 규정한 수준에 크게 못 미치고 있으며, 평화 계획이 명시한 미래 거버넌스와 재건 논의는 여전히 표류 중이다.
'모호한 합의'의 함정, 이란에서도 반복
비슷한 양상은 미국과 이란 사이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두 나라가 모호하게 표현된 휴전 합의에 서명한 지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 이란 정권이 협정의 허점을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관련 전문가들에 따르면, '모호하게 표현된 합의'는 당장의 충돌을 줄이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구조적 갈등을 해소하지는 못한다. 협정 당사자 양측이 각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텍스트를 해석할 여지를 남기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전망 [전문가 분석]
이번 이스라엘-레바논 휴전이 진정한 갈등 해소로 이어지려면 몇 가지 핵심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이스라엘군의 남부 레바논 장기 주둔이 이어질 경우 헤즈볼라와의 마찰이 재점화될 가능성이 높다. 국제사회의 관심이 다음 위기로 이동하는 순간, 이번 협정도 가자 사례처럼 형식적 합의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
중동 분쟁 전문가들은 진정한 평화를 위해서는 합의 문서의 모호성을 줄이고, 이행 감시 체계를 강화하며, 인도주의 지원 및 거버넌스 논의를 멈추지 않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한국의 관점에서 이 갈등은 먼 나라의 일이 아니다. 중동 정세 불안은 국제 유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한국은 에너지 수입의 상당 부분을 이 지역에 의존하고 있다. 레바논, 이스라엘, 이란을 무대로 펼쳐지는 지정학적 긴장이 미국·중국·러시아의 이해관계와 복잡하게 얽히는 방식은 한반도 안보 구도에도 파급 효과를 미칠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국제사회가 '다음 뉴스'로 넘어가기 전에 이 지역을 계속 주시해야 한다고 촉구한다.
댓글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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