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하청 7000명 직고용 협의체 출범…노사 모두 반발
15년 소송 끝에 꺼낸 카드, 정규직·하청 노조 동시 반기로 협의 앞길 험난

- •포스코가 협력사 직원 7000명 직고용을 위한 노사 협의체를 15일 공식 출범시켰다.
- •정규직 노조는 공식 사과와 공정 처우를, 하청 노조는 시너지 직군 분리에 반발 중이다.
- •15년 불법파견 소송과 노란봉투법 시행이 이번 결정의 핵심 배경으로 꼽힌다.
협의체 출범, 그러나 첫날부터 삐걱
포스코가 15일 협력사 직원 7000명 직고용 문제를 다룰 노사 공동 협의체와 사내 대응반을 공식 출범시켰다. 대응반에는 노무협력실장을 중심으로 상생혁신 태스크포스(TF), 노무·임금, 복지, 인사 부문 실무자들이 참여한다. 포스코는 지난 8일 포항·광양 제철소 협력사 현장 직원을 순차적으로 직접 고용하겠다는 로드맵을 발표한 바 있으며, 이번 협의체 구성은 그 후속 조치다.
그러나 협의 테이블을 채워야 할 노사 양측 모두 냉랭하다. 포스코 정규직 노조는 직고용 발표 과정에서 생긴 내부 혼란에 대한 공식 사과, 인사·임금 체계의 공정성 확보, 복지 개선, 조합원 사기 진작 대책 등을 요구하며 오는 30일까지 사측 답변이 없을 경우 투쟁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22일 광양제철소, 23일 포항 본사 앞에서 '공정가치 수호 결의대회'도 예고된 상태다.
하청 노동자들을 대표하는 금속노조 포스코사내하청지회는 더 날카롭다. 임용섭 지회장은 "소송 당사자인 하청 노조를 배제한 채 일방적으로 직고용을 추진하고 있다"며 "근로자지위확인 소송 승소를 막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고 규탄했다. 지회는 13일 광양제철소 앞 기자회견을 통해 포스코가 7000명을 기존 정규직이 아닌 새로 만든 '시너지(S) 직군'으로 별도 채용하려 한다며 이를 강력히 반발하고 직고용 중단을 요구했다.
왜 지금, 왜 7000명인가
이번 결정의 규모는 전례가 없다. 직고용 대상 7000명은 포스코 기존 정규직 1만7000명의 약 40%에 해당한다. 단순한 복지 개선이나 처우 개선이 아니라 조직 구조 자체를 바꾸는 수준의 변화다.
포스코는 공식적으로 세 가지 이유를 내세운다. 첫째는 '위험의 외주화' 근절이다. 포항·광양 제철소는 대규모 설비가 24시간 가동되는 고위험 환경으로, 직영과 하청 직원이 혼재하는 구조에서 사고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다는 문제가 반복 제기돼 왔다. 포스코 측은 직접 고용을 통해 안전관리 책임 체계를 일원화하겠다고 밝혔다.
둘째는 소송 리스크 해소다. 포스코를 상대로 한 근로자지위 확인 소송은 2011년부터 이어졌다. 15년에 걸친 법적 분쟁은 사측에도 상당한 비용과 불확실성을 초래해왔다.
셋째는 법적 환경 변화다. 이른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의 시행으로 하청 노동자의 단체교섭권이 강화되면서 원청 기업의 법적 부담이 커졌다. 직고용으로 구조를 단순화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유리하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15년 소송이 만들어 온 지각변동
한국 철강 산업의 원·하청 구조는 수십 년간 유지돼 온 '관행'이었다. 제철소는 용광로부터 압연까지 다단계 공정으로 이뤄지며, 각 공정에 특화된 협력사들이 전문 인력을 공급하는 방식이 정착했다. 이 구조는 인건비 효율화와 운영 유연성을 제공했지만, 동시에 '불법파견' 논란의 씨앗이 됐다.
2011년 포스코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제기하면서 균열이 시작됐다. 이 소송은 하청 노동자들이 실질적으로는 포스코의 지휘·감독 아래 일하는 '파견 근로자'에 해당하므로 직접 고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법원은 일부 사건에서 하청 노동자 손을 들어줬고, 이 판결들이 쌓이며 포스코 측 부담이 가중됐다.
2024년 포스코그룹은 '다단계 하청구조를 포함한 하도급 문제의 근본적 개선' 방침을 공식화했다. 이듬해인 2025년 노란봉투법이 본격 시행되면서 사측의 셈법은 더욱 복잡해졌다. 소송을 이기더라도 단체교섭 의무를 피하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결국 2026년 4월, 포스코는 선제적 직고용이라는 카드를 꺼냈다. 업계에서는 이를 '수세에서 공세로의 전환'으로 읽는다. 소송 결과를 기다리는 대신, 직고용 조건을 사측이 주도권을 쥔 채 설계하겠다는 전략이라는 해석이다.
앞으로의 전망 [AI 분석]
노사 공동 협의체가 출범했지만 실질적 합의까지의 경로는 험난할 가능성이 높다. 핵심 쟁점은 '시너지(S) 직군'의 성격이다. 포스코가 기존 정규직과 동일한 대우를 제공하느냐, 별도 임금·호봉 체계를 적용하느냐에 따라 7000명의 직고용이 '완전한 통합'이 될지 '간판만 바꾼 분리'가 될지 갈린다. 하청 노조가 요구하는 것은 후자의 거부다.
정규직 노조의 요구도 만만치 않다. 기존 조합원 입장에서 7000명의 신규 정규직 편입은 내부 경쟁 심화, 복지 재원 분산, 조직 내 서열 혼란을 의미한다. 단순한 환영보다 협상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업계에서는 포스코가 기존 직원에 대한 위로금 지급 또는 복지 보완책을 통해 정규직 노조를 우선 달래는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하청 노조와의 협상은 그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
이번 포스코의 결정은 한국 제조업 전반에 파급효과를 미칠 수 있다. 현대제철, 현대자동차 등 유사한 원·하청 구조를 유지하는 대기업들은 포스코의 협의 결과를 예의주시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례가 성공적인 통합 모델로 자리 잡는다면 한국 제조업의 고용 구조 재편을 촉발하는 분기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협의가 장기 교착에 빠진다면, 직고용 의무화 논의에 회의론이 커질 수 있다.
댓글 (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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