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2026년 '탄소국경세' 본격 시행...한국 수출기업 비상
철강·알루미늄·시멘트 등 고탄소 산업 직격탄, 對EU 수출 10% 감소 전망
- •EU가 2026년 2월 6일부터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본격 시행, 철강·알루미늄 등 고탄소 제품 수입 시 탄소배출량에 따른 관세 부과
- •한국의 對EU 수출 최대 10% 감소 전망, 철강업계만 연 6천억 원 추가 부담 예상되며 중소기업들은 EU 시장 포기 검토
- •중국·인도 등 개도국들은 'WTO 제소' 카드 꺼내며 반발, 글로벌 무역분쟁 격화 조짐
EU 탄소국경조정제도, 3년 유예 끝에 전면 가동
유럽연합(EU)이 2026년 2월 6일부로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를 본격 시행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2023년 10월부터 3년간의 전환기를 거쳐 이제 실제 탄소배출량에 따른 관세가 부과되기 시작하는 것이다.
CBAM은 EU로 수입되는 제품 생산 과정에서 배출된 탄소량을 측정해 EU 역내 기업들이 부담하는 탄소배출권 가격만큼의 비용을 부과하는 제도다. EU 집행위원회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공정한 경쟁 환경 조성"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역내 산업을 보호하는 무역장벽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브뤼셀 현지시간 오전 10시, EU 집행위원회 본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CBAM은 유럽 그린딜의 핵심 정책"이라며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서는 전 세계가 동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는 보호주의가 아닌, 기후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필수적 조치"라고 덧붙였다.
초기 적용 대상은 철강, 알루미늄, 시멘트, 비료, 전력, 수소 등 6개 품목이다. EU는 2030년까지 화학, 플라스틱, 자동차 부품 등으로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EU 탄소배출권 가격은 톤당 약 85유로(약 12만 원) 수준으로, 탄소집약적 제품을 수출하는 기업들에게는 상당한 추가 비용 부담이 될 전망이다.
한국 수출기업 긴급 대응 체제 돌입
한국 정부와 산업계는 긴급 대응에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국의 對EU 철강 수출액만 연간 약 45억 달러(약 6조 원) 규모로, CBAM 시행으로 최대 4억 5천만 달러(약 6천억 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
포스코는 지난해부터 수소환원제철(HyREX)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현대제철은 전기로 비중을 확대하는 등 저탄소 생산체제로의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는 "단기간에 생산설비를 전환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최소 5~7년의 준비기간이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CBAM 시행으로 한국의 對EU 수출은 향후 3년간 약 10%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중소 철강 가공업체들은 탄소배출량 측정 시스템 구축 비용조차 부담스러워 EU 시장 포기를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동철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EU와 긴밀히 협의하며 한국 기업들이 겪을 불이익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도 "근본적으로는 국내 산업의 탄소중립 전환을 가속화하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밝혔다.
개도국 반발과 WTO 제소 움직임
한국뿐 아니라 중국, 인도, 터키, 러시아 등 주요 철강 수출국들도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개발도상국들은 CBAM이 선진국의 역사적 탄소배출 책임은 묻지 않고 현재 산업화 단계에 있는 국가들에게만 부담을 지우는 불공정한 제도라고 비판한다.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EU의 CBAM은 명백한 무역차별 조치"라며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포함한 모든 법적 수단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도 역시 "기후 식민주의"라는 표현까지 사용하며 강도 높게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국제법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CBAM의 WTO 합치성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제네바 국제개발대학원의 마리아 파네시 교수는 "CBAM이 환경보호라는 정당한 목적을 가지고 있지만, 실제 운영 방식이 차별적이라면 WTO 최혜국대우 원칙 위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WTO는 2026년 하반기 특별 패널을 구성해 CBAM의 무역법 합치성을 검토할 예정이다. 그러나 결론이 나오기까지 최소 2~3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돼, 그 사이 EU의 CBAM은 계속 시행될 전망이다.
글로벌 탄소 무역장벽 시대 개막
EU의 CBAM 시행은 단순히 하나의 무역규제가 아니라, 글로벌 무역체제의 근본적 변화를 예고한다. 환경과 무역을 연계하는 '그린 프로테셔니즘(Green Protectionism)'이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미국도 바이든 행정부 이후 유사한 제도 도입을 검토해왔으며, 영국, 캐나다, 일본 등도 자체 탄소국경세 도입 방안을 연구 중이다. 향후 5년 내에 주요 선진국 대부분이 탄소국경조정제도를 시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서울대 환경대학원 홍종호 교수는 "CBAM은 기후변화 대응과 무역이 분리될 수 없는 시대가 도래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라며 "한국도 2030년까지 제조업의 근본적 체질 개선이 이뤄지지 않으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상실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EU는 CBAM 수입을 기후기금에 편입해 개도국의 탄소중립 전환을 지원하는 데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나, 실제 집행 방식에 대해서는 구체적 내용을 공개하지 않아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AI 분석]
EU의 CBAM 본격 시행은 글로벌 무역 패러다임의 중대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단기적으로는 한국을 비롯한 탄소집약적 산업 중심 국가들의 수출 경쟁력이 약화되고, WTO를 중심으로 한 법적 분쟁이 심화될 것입니다.
중기적으로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가속화될 것입니다. 기업들은 EU 역내 생산 확대, 저탄소 공정 도입, 또는 비EU 시장으로의 수출 전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합니다. 이 과정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선진국과 개도국 간 격차가 더욱 벌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장기적으로는 탄소국경조정이 국제 무역의 새로운 표준으로 정착되면서, 탄소배출량이 제품 가격과 경쟁력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가 될 것입니다. 이는 제조업 전반의 혁신을 촉진하는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수 있지만, 국가 간 경제력 격차를 고착화하는 부작용도 우려됩니다.
한국의 경우, 제조업 중심 경제구조를 고려할 때 CBAM 대응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과제입니다.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 가속화, 기업의 선제적 저탄소 전환 투자, 그리고 국제사회에서의 적극적 목소리 내기가 모두 필요한 시점입니다.
댓글 (4)
이 문제가 한국에 미치는 영향도 다뤄주셨으면 합니다.
평화적 해결이 최선이겠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네요.
공감합니다. 좋은 지적이에요.
에너지 안보 문제가 점점 심각해지는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