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노예제 역사적 과오에 대한 배상 촉구 결의안 채택
123개국 찬성으로 결의안 통과...미국·이스라엘·아르헨티나 반대표

- •유엔총회가 노예제 배상 촉구 결의안을 123개국 찬성으로 채택했다
- •미국은 역사적 과오에 대한 배상의 법적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반대했다
- •이번 결의안은 역사적 인권 침해 배상 논의의 상징적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400년 역사의 '인류 최대 범죄'에 대한 국제사회의 답변
유엔총회가 아프리카 노예무역과 노예제에 대한 배상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가나가 주도한 이 결의안은 123개국의 찬성을 얻어 통과됐으며, 미국, 이스라엘, 아르헨티나 3개국이 반대표를 던졌고 52개국이 기권했다.
존 드라마니 마하마 가나 대통령은 표결에 앞서 54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아프리카 그룹을 대표해 "오늘 우리는 엄숙한 연대 속에서 진실을 확인하고 치유와 배상적 정의를 향한 길을 추구하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고 밝혔다.
왜 이 결의안이 중요한가
결의안은 아프리카인들의 노예무역과 인종화된 동산노예제를 "역사의 결정적 단절, 규모, 지속기간, 체계적 성격, 잔혹성, 그리고 노동·재산·자본의 인종화된 체제를 통해 모든 사람의 삶을 계속 구조화하는 지속적 결과로 인해 인류에 대한 가장 중대한 범죄"로 규정했다.
400년 넘게 수백만 명의 아프리카인들이 고향에서 납치되어 족쇄에 묶인 채 신대륙으로 이송됐다. 그들은 작열하는 태양 아래 목화밭과 사탕수수·커피 농장에서 채찍질을 당하며 노동을 강요받았다. 기본적인 인간성과 심지어 자신의 이름마저 박탈당한 채 세대를 넘어 착취를 견뎌야 했으며, 그 여파는 오늘날까지 지속되는 반흑인 인종차별로 이어지고 있다.
바베이도스의 초대 계관시인 에스터 필립스는 "이 순간 이 회의장에는 노예제 희생자들의 영혼이 함께하고 있으며, 그들은 단 하나의 단어를 듣기 위해 귀를 기울이고 있다. 바로 '정의'"라고 말했다.
노예제 배상 논의의 역사적 맥락
노예제 배상에 대한 국제적 논의는 수십 년간 이어져 왔다. 1948년 세계인권선언 채택 이후 인권 개념이 국제사회의 핵심 가치로 자리 잡으면서, 과거 인권 침해에 대한 책임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안날레나 배어보크 유엔총회 의장은 "노예무역과 노예제는 인류 역사상 가장 중대한 인권 침해 중 하나로, 유엔헌장과 세계인권선언에 명시된 바로 그 원칙에 대한 모욕이며, 이 선언들 자체가 부분적으로 과거의 이러한 불의로부터 탄생했다"고 강조했다.
노예가 끌려간 아프리카 국가들 역시 잠재적으로 국가 발전에 기여할 수 있었던 세대 전체를 잃는 '공동화' 현상을 겪었다. 배어보크 의장은 이를 "좀 더 냉정하게 표현하자면 대규모 자원 추출"이라고 규정했다.

첨예하게 대립하는 국제사회의 시각
미국은 결의안에 강하게 반발했다. 유엔 경제사회이사회(ECOSOC) 주재 댄 네그레아 미국 대사는 표결 전 이 결의안이 "수많은 측면에서 매우 문제적"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유엔이 국제 평화와 안보를 유지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좁은 특정 이익과 의제를 진전시키거나, 틈새 기념일을 제정하거나, 비용이 드는 새로운 회의 및 보고 의무를 만들기 위해 설립된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특히 미국은 "발생 당시 국제법상 불법이 아니었던 역사적 과오에 대한 배상의 법적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반면 아프리카 국가들과 카리브해 국가들을 중심으로 한 다수 국가들은 노예제의 지속적 영향을 해소하기 위한 구체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결의안은 역사적 과오를 다루는 것이 정의, 인권, 존엄성, 치유를 촉진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배상 요구가 구제를 향한 구체적 조치라고 강조했다.
한국에 주는 시사점
이번 결의안은 역사적 인권 침해에 대한 국제사회의 책임과 배상 문제를 다룬다는 점에서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문제, 위안부 문제 등 한국이 직면한 역사적 인권 침해 이슈와 맥을 같이하기 때문이다.
국제사회에서 역사적 과오에 대한 배상 논의가 본격화되면, 한국의 과거사 관련 외교에도 참고할 수 있는 선례와 논리적 근거가 될 수 있다. 다만 미국이 "발생 당시 국제법상 불법이 아니었던 역사적 과오"에 대한 배상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은, 유사한 논리가 다른 역사적 피해 사안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의 전망 [AI 분석]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노예제의 지속적 유산인 불평등과 인종차별에 맞설 것을 촉구하며 "이제 우리는 아프리카계 후손들이 권리를 행사하고 잠재력을 실현하는 것을 가로막는 지속적 장벽을 제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결의안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권고적 성격이지만, 노예제 배상 논의에 상징적 전환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아프리카계 후손을 위한 제2차 국제 10년과 아프리카연합(AU)의 배상 10년이 추진되면서, 체계적 인종차별 근절, 배상적 정의 확보, 교육·보건·고용·주거·환경에 대한 평등한 접근을 포함한 포용적 발전을 위한 구체적 행동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그러나 미국을 비롯한 주요 서방국가들의 반대와 기권은 실질적인 배상 이행까지 상당한 외교적 난관이 예상됨을 보여준다. 배상의 구체적 형태와 규모, 책임 주체 등을 둘러싼 논쟁은 향후 국제사회에서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댓글 (4)
유엔에 대해 더 알고 싶어졌습니다. 후속 기사 부탁드립니다.
그 부분은 저도 궁금했습니다.
흥미로운 주제입니다. 주변에도 공유해야겠어요.
좋은 의견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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