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디스 버틀러 교수, 트럼프 시대 학문의 자유 위협 속 '특권의 책임' 강조
젠더 이론가, 반차별이 억압 도구로 전락한 현실 비판하며 집단적 용기 촉구

- •세계적 젠더 이론가 주디스 버틀러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학문의 자유 위협 속에서도 비판적 목소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 •버틀러는 반차별 운동이 오히려 반동적 우익의 억압 도구로 전락한 현실을 비판하며, 이민자와 취약계층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 •그는 지식인의 역할로 비판과 상상력의 동시 제시를 강조하며, 집단적 용기를 통한 연대를 촉구했습니다.
트럼프 2기, 학문의 자유를 위협하다
세계적인 젠더·퀴어 이론가 주디스 버틀러 UC버클리 교수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가중된 학문의 자유 위협 속에서도 비판적 목소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한겨레와의 단독 서면 인터뷰에서 버틀러 교수는 "상황이 더 악화될 경우 피난처를 고민해왔다"면서도 "나는 상대적으로 특권을 누리는 사람"이라며 더 큰 위험에 처한 이들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주요 대학을 대상으로 반유대주의 조사를 진행했고, 버틀리가 재직 중인 UC버클리는 학생과 교직원 명단을 정부에 제출했습니다. 진보 성향의 캘리포니아에서 벌어진 이 사건은 학계에 큰 충격을 안겼습니다.
"지난 1년의 추방 사례들, 소름끼칠 정도"
버틀러 교수는 "지난 1년간 목격한 추방 사례들은 소름끼칠 정도로 끔찍했다"며 트럼프 재집권 이후의 현실을 신랄하게 비판했습니다. 그는 **"미국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을 위험에 처한 이들은 이민자, 국제 비자로 체류하는 학생들, 그리고 의료 서비스와 저렴한 교육 기회를 포함한 사회 복지 혜택을 박탈당한 사람들"**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우리 중 누구도 이와 같은 권위주의적 폭력의 장면을 보게 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연방 정부는 교육 지원을 의무로 삼고 있음에도 대학들을 협박해 왔습니다."
일부 주에서는 교육 현장에서 '젠더'라는 용어 사용 자체가 불가능해졌고, 트랜스젠더 청소년을 위한 젠더 확정 의료서비스가 금지되는 등 법적 권리 박탈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버틀러는 이를 "소름끼칠 뿐만 아니라 해로운 일"이라고 규정했습니다.
반차별이 억압의 도구로 전락하다
버틀러 교수는 반차별 운동이 오히려 반동적 우익의 도구로 전락한 현실을 날카롭게 지적했습니다. 미국의 반젠더 캠페인에서 '젠더'는 소아성애를 가리키는 암호이자 아이들에게 동성애를 세뇌하는 수단으로 왜곡되고 있습니다.
미국과 한국 등의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은 버틀러를 '소아성애자'라 비난하며 공격의 빌미로 삼았습니다. 2017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학회에서는 버틀러의 모습을 한 인형이 마치 중세 마녀사냥처럼 불태워지는 사건도 발생했습니다.
버틀러는 **"LGBTQ+ 세계와 삶의 지식이 청소년에게 해롭다는 주장이 있지만, 젊은이들에게 자신들의 세계에 대한 지식을 박탈하는 것 자체가 해악"**이라며 반박했습니다.
젠더 이론에서 급진적 민주주의까지
1990년 '젠더 트러블'로 젠더·퀴어 이론의 새로운 장을 연 버틀러는 단순한 젠더 이론가가 아닙니다. 그의 철학은 급진적 민주주의를 지향하며 누가 상처와 죽음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하는지, 누가 애도받을 존재로서 지위를 갖지 못하는지에 꾸준히 질문해왔습니다.
'젠더 허물기', '혐오발언', '위태로운 삶', '비폭력의 힘' 등을 통해 버틀러는 일관되게 '살 만한 삶'과 상호의존성을 역설했습니다. 그는 "불안정한 삶이란 소모품으로 여겨지는 삶"이라며 **"모든 생명이 애도받을 수 있는 곳"**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한국의 '빨갱이'에서 '젠더'까지
한국 사회 역시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공산주의자에게 '빨갱이' 딱지를 붙였던 한국은 이제 '젠더'까지 연결시켜 낙인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2024년 안창호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은 "차별금지법이 공산주의 혁명에 이용될 수 있다"고 발언했고, 윤석열 전 대통령은 계엄의 이유로 '종북 반국가 세력 척결'을 내세웠습니다.
버틀러는 2024년 12월, 윤석열의 계엄 12시간 후 서울에서 한겨레21과 만나 "계엄 때문에 윤석열이 정권을 잃을 수 있다"고 예언했고, 실제로 그렇게 되었습니다. 당시 버틀러는 윤석열의 계엄을 "고백"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정치적 비난의 정신분석학적 메커니즘
버틀러는 "정치적 영역을 이해하는 데 정신분석학적인 관점이 필요하다"고 설명합니다.
"특정 유형의 정치적 비난에는 전이와 투사의 메커니즘이 동시에 작용합니다. 한 집단이 다른 집단을 국가 파괴자로 규탄하지만, 그 비난 자체가 바로 그 파괴를 실행하는 것이죠."
민족주의는 이런 방식으로 작동하며, 누가 국가에 속하고 누구를 배제할지를 규정합니다. 이는 외국인 혐오나 인종주의의 한 형태이며, 점차 군사화된 국경, 수용소, 난민 신청권 박탈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비판과 상상력을 동시에 제시해야"
버틀러는 정치·종교 권력이 알 권리와 학문의 자유를 위협할 때 지식인들이 해야 할 일로 **"비판과 상상력을 동시에 제시하는 것"**을 꼽았습니다.
"우리는 '반젠더 이데올로기' 운동이 점점 더 효과적으로 작용하는 양상을 추적하고 이해해야 하지만, 동시에 인간의 복잡성을 긍정하는 세계에 대한 비전을 제시해야 합니다. 인터섹스이거나 출생 시 지정된 생물학적 성별과 실제 경험이 일치하지 않는 이들은 인정받아야 합니다."
성별이 엄격하고 상호 배타적인 이분법적 대립보다 스펙트럼이나 모자이크에 가깝다는 의미입니다.
집단적 용기로 맞서는 법
버틀러는 한겨레와 독자들에게 다정한 새해 인사를 보내며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서로에게서 힘을 찾고, 개인주의와 영웅주의와 우울함에 맞서고, 지역적인 공동체를 구축하며, 지적 삶과 예술의 세계와 다언어주의를 만끽하세요. 함께 상상하고, 함께 꿈꾸며, 삶의 방식으로서 집단적 용기를 키워가십시오."
2025년 트럼프 2기 시대, '누가 젠더를 두려워하랴'라는 질문에 사상 검열과 위협으로 응답하는 권력 앞에서 버틀러는 가능한 한 학문의 자유를 명확히 하고 수호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습니다. 그는 '안정된' 가부장적 질서로 회귀하길 바라는 종교나 국가권력이 공포를 자극하며 구원과 회복의 세력인 양 등장할 수 있다고 경고하며, 우리에게 깨어 있는 비판과 연대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댓글 (2)
관련 배경 지식이 없었는데 이해하기 쉽게 잘 쓰셨네요.
흥미로운 주제입니다. 주변에도 공유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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