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력망에 연 146조 원 투자… '재생에너지 역설' 직면
재생에너지 급증에도 계통 흡수율 저하, 지정학 갈등이 전환 가속 변수로

- •중국 국영 전력망 2사가 1분기에만 24조 원을 투자했다.
- •재생에너지 급증에도 태양광·풍력 이용률이 기준선에 근접했다.
- •중동 갈등이 중국의 에너지 전환 가속 명분을 강화하고 있다.
1분기에만 24조 원 쏟아부은 중국 전력망
중국 최대 국영 전력망 기업 2곳이 2026년 1분기에만 1,675억 위안(약 24조 5,000억 원)을 전력망 인프라에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영방송 CCTV가 보도한 이 수치는 단순한 분기 실적이 아니다. 두 공기업은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이어지는 제15차 5개년 계획 기간 동안 매년 1조 위안(약 146조 원)을 전력망에 쏟아붓겠다는 계획을 공식화했다. 재생에너지 연결망 확충에만 1분기 100억 위안 이상이 투입됐으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50% 증가한 수치다.

왜 이게 중요한가: '재생에너지 역설'의 등장
천문학적 투자에도 불구하고 중국 전력망은 재생에너지를 충분히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 2026년 1~2월 기준 태양광 이용률은 90.8%, 풍력은 91.5%에 그쳤다. 이 수치들은 중국 정부가 불과 2년 전 완화한 최저 기준선에 다가서고 있다고 외신은 분석했다.
이른바 '재생에너지 역설'이다. 설비 용량은 빠르게 늘어나는데, 생산된 전력을 계통이 흡수하지 못해 버려지는 전력(커트율)이 늘어나는 현상이다. 과거 유럽과 미국이 경험한 이 문제가 이제 세계 최대 재생에너지 국가인 중국에서도 가시화되고 있다.
국가에너지국(NEA)은 최근 회의에서 재생에너지 설비가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허베이·지린·신장·푸젠·후난·광둥 등 6개 성(省)에 대한 에너지 절약 및 탄소 감축 이행 여부를 집중 감독하겠다고 밝혔다. 석탄 발전소 운영 방식, 대형 청정에너지 기지 건설, 신에너지 소비 비율 등이 주요 점검 항목이다.
이 흐름은 언제부터: 5개년 계획과 전력망 병목의 역사
중국의 전력망 투자 급증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흐름이 아니다. 2021년 제14차 5개년 계획에서 중국은 탄소 중립(2060년)과 탄소 피크(2030년) 목표를 공식화하며 재생에너지 확대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그 결과 태양광·풍력 설비 용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했지만, 전력망 확충 속도는 이를 따라가지 못했다.
2022년 이후 신장·내몽골 등 재생에너지 자원이 풍부한 내륙 지역과 전력 수요가 집중된 동부 해안 도시를 연결하는 초고압 직류(UHVDC) 송전망 건설이 가속화됐지만, 구조적 병목은 해소되지 않았다. 2024년에는 정부가 재생에너지 최저 이용률 기준을 한차례 완화했음에도 불구하고, 2년 만에 다시 그 기준선에 근접했다는 점은 문제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앞으로의 전망 [전문가 분석]
여기에 중동 분쟁이라는 지정학적 변수가 더해졌다. 중국 기후 특별대표 류전민(刘振民)은 오스트리아 빈에서 중동 갈등이 에너지 안보 전략 재편을 촉구하는 신호라고 발언했다. 단일 에너지원 과의존에 대한 경고도 잇따르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 왕세자와 시진핑 주석, 호주 총리와 리창 총리, 중국과 러시아 외교관 사이에서도 에너지 협력 논의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지정학적 긴장은 중국의 에너지 전환을 오히려 가속화하는 촉매가 될 가능성이 높다. 외신들은 중국이 저탄소 에너지 시스템을 바탕으로 국제 에너지 갈등에서 상대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분석하며, 일부 매체는 중국이 '글로벌 에너지 전쟁에서 앞서가고 있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다만 전력망 흡수 한계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대규모 투자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탄소 감축 효과는 제한될 수 있다. 1조 위안의 연간 투자가 '전력망 병목' 해소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느냐가 향후 5개년 계획 성과를 가르는 핵심 변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NEA의 6개 성 집중 감독 역시 이행 격차를 줄이려는 중앙정부의 압박으로 해석할 수 있다.
댓글 (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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