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총 대신 바늘을 든 여성들, 콜롬비아 패션계에 평화를 수놓다

FARC 전직 전투원들이 설립한 브랜드 '익소라', 내전의 상처를 패션으로 봉합하다

류상훈··5분 읽기·
From conflict to catwalk: Women ex-combatants weave reconciliation in Colombia
요약
  • FARC 전직 여성 전투원들이 설립한 패션 브랜드 '익소라'가 콜롬비아 최대 섬유 박람회에 3년 연속 참가했다.
  • 분쟁 피해자와 전직 전투원의 협업으로 탄생한 이 브랜드는 2016년 평화협정의 재통합 모델로 주목받는다.
  • 2025년 카타툼보 재폭력화로 작업장이 폐쇄됐지만, 브랜드의 국제적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

정글에서 런웨이까지

콜롬비아 카타툼보(Catatumbo) 밀림 한가운데, 아스팔트도 없는 비포장 도로 옆 조립식 건물에서 재봉틀 소리가 울렸다. 반세기 넘게 이어진 내전에서 총을 들었던 여성들이 이제 바늘과 실로 새로운 이야기를 짜기 시작했다. 이 작업장에서 탄생한 브랜드 '익소라(Ixora)'는 2022년 콜롬비아 최대 섬유 박람회 '콜롬비아모다(Colombiamoda)'의 런웨이에 올랐고, 2023년과 2024년에도 특별 초청 형식으로 무대를 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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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평화협정이 만든 작업장

이 이야기는 콜롬비아 정부와 FARC(콜롬비아무장혁명군) 간의 2016년 평화협정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50년 이상 지속된 무장 분쟁을 종식시킨 이 협정은 전직 전투원들의 사회 재통합을 핵심 과제로 삼았다. 카타툼보에 설립된 봉제 작업장은 그 일환이었다. 단순한 직업 훈련을 넘어, 젠더 기반 폭력 예방과 심리적 회복을 위한 공간으로 설계됐다.

전직 전투원 아베야(Avella) 씨는 이곳에서 동료 여성들과 함께 '평화의 바느질(Stitches for Peace)'을 결성했다. 처음에는 티셔츠와 유니폼 제작에 그쳤다. 그러나 2021년, 유엔 콜롬비아 검증 임무단(UN Verification Mission in Colombia)이 주도한 프로젝트가 이 소규모 작업장의 궤적을 바꿔놓았다.

피해자와 가해자가 만난 15일

쿠쿠타(Cúcuta)에서 중고 의류 부티크 '리나스 클로짓(Lina's Closet)'을 운영하는 경제학자 리나 가르세스(Lina Garcés)가 이 프로젝트의 파트너로 참여했다. 그녀의 가족은 과거 FARC에 의한 납치 피해를 입은 분쟁 피해자였다. 협업 제안을 받았을 때 그녀의 머릿속에는 망설임이 가득했다.

그럼에도 가르세스는 카뇨 인디오(Caño Indio)의 작업장을 찾았다. 그곳에서 그녀가 발견한 것은 패션 업계와는 완전히 다른 물리적 환경이었지만, 동시에 예상치 못한 것도 있었다. "재봉하는 여성은 놀라운 정밀도로 작업했고, 재단사는 전문가 수준의 손놀림을 갖고 있었다"고 그녀는 회상한다. 전쟁 중 군복과 군화를 수선하며 익힌 솜씨였다.

두 집단은 15일간 함께 디자인, 사이징, 마감 작업에 몰두했다. 이 협업에서 탄생한 것이 익소라 브랜드다. 카타툼보에서 사계절 피는 익소라 꽃을 모티프로 한 랩스커트가 첫 컬렉션의 중심이었다. 저항과 인내를 상징하는 이 꽃은 브랜드 정체성을 상징하게 됐다.

2021년 말, 쿠쿠타 훌리오 페레스 도서관에서 열린 첫 번째 패션쇼에는 분쟁 피해자와 평화협정 서명자들이 같은 런웨이에 섰다. 가르세스는 이후 쿠쿠타 북페어에서 처음으로 공개적으로 자신의 가족 피해 이야기를 꺼냈다. "지금 내게 그들은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감성적인 여성들입니다. 내 편에서는 용서가 있었습니다"라고 그녀는 청중 앞에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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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찾아온 폭력

그러나 평화는 지속되지 않았다. 2025년 1월, 카타툼보 지역에서 무장 충돌이 재격화됐다. 대규모 강제 이주, 사회 지도자와 전직 전투원 살해, 수천 가구의 피난이 잇따랐다. 봉제 작업장은 문을 닫아야 했다. "여성들은 두려움에 밖으로 나가려 하지 않았다"고 아베야는 전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그 혼란의 시기에, 이들은 오랫동안 기다리던 낭보를 받았다는 내용이 원문에서 이어진다. 정확한 내용은 확인되지 않지만, 해당 소식은 이들이 위기 속에서도 단절되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이 흐름은 언제부터?

콜롬비아 내전은 1964년 FARC 창설로 본격화됐다. 50년 이상 이어진 무장 분쟁은 22만 명 이상의 사망자, 700만 명 이상의 강제 이주민을 낳았다. 2016년 평화협정은 역사적 전환점이었지만, 전투원 재통합은 여전히 진행형 과제다.

유엔 검증 임무단은 협정 이행 감시와 함께 재통합 프로그램 지원을 병행해왔다. 익소라 같은 사례는 단순한 직업 훈련을 넘어 '서사의 전환'을 시도한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피해자와 가해자가 같은 테이블에 앉아 협업하는 구조는 르완다의 화해 모델, 북아일랜드의 커뮤니티 기반 평화 구축 사례와도 맥을 같이 한다.

패션을 매개로 한 평화 구축은 새로운 시도다. 콜롬비아의 사례는 2025년 현재 진행 중인 에티오피아, 미얀마, 수단의 분쟁 후 사회 재통합 논의에서도 참고 모델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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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의 전망 [AI 분석]

카타툼보 지역의 재폭력화는 2016년 평화협정의 구조적 취약성을 다시 드러냈다. 협정 이후에도 일부 반군 파벌의 이탈과 신흥 무장단체의 부상으로 지역 불안정이 지속돼왔다. 이런 환경에서 익소라 같은 풀뿌리 평화 프로젝트는 물리적 안전이 확보되지 않으면 지속되기 어렵다는 한계를 노출했다.

그러나 브랜드 자체의 생존 가능성은 다르게 볼 수 있다. 콜롬비아모다 참가로 얻은 상업적 인지도, 피해자-가해자 협업이라는 독특한 서사는 국제 윤리 패션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가능성이 높다. 사회적 기업과 임팩트 투자 관점에서 해외 바이어와 NGO의 관심이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한국의 관점에서, 이 사례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분단과 무장 충돌의 역사를 가진 한국 사회에서, 비무장화 이후 전투원 재통합과 피해자-가해자 화해 모델에 대한 연구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콜롬비아의 경험은 제도적 장치만으로는 불충분하며, 창의적인 공동 작업을 통한 서사 재구성이 화해의 중요한 축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익소라는 지금 이 순간에도 무언가를 꿰매고 있다. 그것이 옷감인지, 상처인지, 아니면 두 사람의 이야기인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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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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