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란, 모든 것에 동의" 주장…테헤란은 침묵
핵 프로그램 무기한 중단·우라늄 양도 협상 타결 임박 선언했지만, 이란 측 공식 확인 없어

- •트럼프, 이란이 핵 프로그램 무기한 중단에 합의했다고 주장했다.
-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개방만 확인하고 핵 합의는 공식 부인하지 않았다.
- •브렌트유가 배럴당 90달러 아래로 급락하는 등 에너지 시장이 즉각 반응했다.
트럼프, 전격 합의 선언…이란은 확인 거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현지시간 금요일,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사이의 전쟁을 종식할 합의가 "거의 완성 단계"에 있다고 선언했다. 그는 Truth Social에 연속 게시물을 올리며 이란이 핵 물질을 양도하고, 호르무즈 해협을 "영구히 개방"하기로 합의했다고 주장했다. 전화 인터뷰에서는 "남은 쟁점이 없다"며 "주요 쟁점 대부분이 마무리됐고, 협상이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란은 이 같은 주장에 대해 공식적으로 확인하지 않고 있다. 이란 외무장관 아라그치는 이스라엘-레바논 휴전 기간 동안 호르무즈 해협을 상업 선박에 개방한다는 사실만 확인했을 뿐, 농축 우라늄 양도나 핵 프로그램 중단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중동 전문 매체 알자지라 보도에 따르면, 테헤란은 트럼프의 양보 주장을 공식적으로 부인하지도, 인정하지도 않는 이중적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
에너지 시장은 즉각 반응…유가 급락
협상 타결 기대감은 국제 에너지 시장을 즉각 움직였다. 브렌트유(Brent crude)는 뉴욕 시간 오후 12시 5분 기준 배럴당 90달러 아래로 떨어지며, 전쟁 개시 이후 누적된 상승분 대부분을 반납했다. 특히 전쟁 피해가 컸던 유럽의 디젤 가격이 하락세를 주도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 해상 운송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전략적 요충지다. 이 해협의 봉쇄 또는 개방 여부는 국제 에너지 공급망에 직접적인 파장을 미친다. 다만 트럼프가 이란 항구에 대한 미국의 해상 봉쇄는 유지한다고 밝힌 만큼, 실질적인 에너지 흐름 정상화까지는 추가 협상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협상 대표단은 누구? 파키스탄이 다시 중재지로
트럼프는 이번 주말 예정된 협상에 누가 미국 대표단을 이끌지는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지난 주말 협상을 이끈 JD 밴스 부통령과 함께 사위 재러드 쿠슈너, 특사 스티브 위트코프를 파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직접 파키스탄을 방문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갈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앞서 미국과 이란의 협상은 파키스탄을 중재지로 진행된 바 있다.
트럼프는 이란의 핵 프로그램 중단에 20년 모라토리엄(유예) 조건이 붙는다는 보도를 부인했다. 기한을 묻는 질문에 "20년 없다, 무기한"이라고 답했다.
협상의 역사: JCPOA 붕괴부터 전쟁까지
미국과 이란의 핵 갈등은 수십 년에 걸친 불신의 산물이다. 2015년 오바마 행정부 시절 체결된 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은 이란이 핵 활동을 제한하는 대신 경제 제재를 완화하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트럼프 1기 행정부는 2018년 이 합의에서 일방 탈퇴했고, 이란은 이후 우라늄 농축 수위를 점진적으로 끌어올렸다.
바이든 행정부가 JCPOA 복원을 시도했으나 협상은 교착 상태에 빠졌다. 트럼프가 재집권한 뒤, 미국과 이스라엘은 올해 2월 말 이란에 대한 군사 행동을 개시했다. 몇 주 간의 교전 끝에 이스라엘-레바논 간 10일 휴전이 성립됐고, 이 기간을 활용한 미·이란 협상이 급물살을 타고 있는 상황이다.
앞으로의 전망 [전문가 분석]
현 상황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변수는 이란 내부의 분열이다. 강경 보수 세력은 핵 프로그램을 국가 주권의 상징으로 간주하며, 어떤 형태의 양보도 국내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란 지도부가 트럼프의 주장을 공식 확인하지 않는 배경에는 이 같은 국내 정치 역학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 역시 합의 선언을 내부 정치용으로 활용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에서, 협상의 실제 진척도를 독립적으로 검증할 필요가 있다. 「무기한 핵 중단」이라는 표현이 이란이 수용 가능한 방식으로 실제 문서화될 수 있는지가 타결의 관건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의 관점에서 이번 협상은 이중의 의미를 갖는다. 합의가 성사될 경우 중동산 에너지 수입 비중이 높은 한국 경제에 유가 안정이라는 긍정적 신호가 될 수 있다. 동시에 비핵화 협상의 선례로서 북한 핵 문제에 어떤 방식이 적용될지, 한국 외교 당국이 예의주시할 가능성이 높다.
댓글 (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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