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수단 전쟁 4년, 여성 4명 중 3명 '하루도 안전하지 않다'

유엔 산하 UNFPA, 16개 주 1000명 여성 조사…피난처에서도 폭력·성범죄 이어져

류상훈··4분 읽기·
Sudan: Three quarters of women feel unsafe as war rages on
요약
  • 수단 여성 76%가 실향민 캠프 안팎 어디서도 안전을 느끼지 못한다고 응답했다.
  • UNFPA 조사에서 여성들은 경제 자립 기회를 최우선으로 요청했다.
  • 보호·보건 부문 자금은 필요 대비 각각 14%, 11%에 불과한 상황이다.

피난처조차 안전하지 않다

수단 전역의 여성과 소녀들이 전쟁을 피해 이동하는 과정에서도, 도착한 실향민 캠프 안에서도 끊임없는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유엔 인구기금(UNFPA)이 최근 수단 18개 주 중 16개 주에서 95개 포커스 그룹 토론을 바탕으로 실시한 대규모 실태 조사에서, 25~49세 여성의 76%가 캠프 안팎 어디에서도 안전하지 않다고 응답했다.

UNFPA 수단 대표 파브리지아 팔치오네(Fabrizia Falcione)는 17일(현지시간) 뉴욕에서 기자들에게 "여성들이 어디에 있든 위험을 느끼고 있으며, 이는 몇 건의 사건이나 일부 지역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시장, 급수대, 장작 수집 지역, 도로 등 일상적 생활 공간 전체가 위험 지대로 변한 실정이다.

어둠 속의 캠프, 성범죄의 온상

팔치오네 대표는 특히 야간 화장실 이용 문제를 심각한 위험 요인으로 지목했다. 임산부를 포함한 여성들이 조명이 전혀 없는 캠프 안을 밤중에 걸어 화장실을 찾아가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북부 주, 하르툼, 백나일·청나일 주 등 현지 방문 과정에서 만난 대부분의 여성이 "수개월간 포격과 실전 전투 상황 아래에서 살아왔으며 여러 차례 거처를 옮기며 극심한 폭력을 직접 겪거나 목격했다"고 전했다.

성폭력 피해 신고는 낙인, 보복에 대한 두려움, 재정적 제약, 서비스 접근 거리 등 복합적 장벽으로 인해 극도로 어렵다. '안전을 향한 길 자체가 전혀 안전하지 않다'는 그의 말은 이 위기의 본질을 압축한다.

여성들이 원하는 것: 원조가 아닌 기회

이번 조사에서 수단 여성의 4분의 3은 경제적 자립과 생계 수단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UNFPA의 현장 조사 역시 여성들이 고향 귀환을 강하게 원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팔치오네 대표는 "여성들은 세 가지를 요청한다—기본 의료 서비스 접근, 자녀 교육 기회, 그리고 생계 활동"이라며 "그들은 먹여 달라는 게 아니라 가족을 먹여 살릴 기회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현실은 냉혹하다. 보호 부문 자금은 필요 대비 14%, 보건 부문은 11%에 불과하다. UNFPA는 현재 수단 전역에 88곳의 여성·소녀 안전 공간(Safe Space)을 운영하며 심리적 지원과 성·생식 보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만성적인 재원 부족이 지속되고 있다.

수단 분쟁의 역사적 흐름

수단의 현 위기는 단일 사건이 아닌 수십 년에 걸친 구조적 불안의 산물이다. 2019년 오마르 알바시르(Omar al-Bashir) 독재 정권이 민중 시위로 무너진 뒤, 수단은 민간·군부 과도 정부 체제로 전환을 시도했다. 그러나 2021년 10월, 수단군(SAF) 사령관 압델 파타흐 알부르한(Abdel Fattah al-Burhan)이 쿠데타를 일으켜 민간 정부를 해산시켰다.

갈등은 2023년 4월 SAF와 준군사조직 신속지원군(RSF) 사이의 권력 다툼으로 폭발했다. RSF는 전 민병대 '잔자위드(Janjaweed)'를 모태로 성장한 조직으로, 다르푸르 분쟁 당시 민간인 학살로 악명을 쌓았다. 개전 이후 RSF는 수도 하르툼 대부분과 서부 지역을 장악했으며, 전선은 3년째 고착 상태다.

유엔은 이 분쟁을 현재 세계 최악의 인도주의 위기 중 하나로 규정하고 있다. 약 1200만 명이 실향됐으며, 이 가운데 상당수가 인근 이집트·차드·에티오피아로 탈출했다. 한국 역시 수단 지원을 위한 국제 인도주의 기금에 기여하고 있으며, 2023년 교전 당시 카르툼에 체류 중이던 한국 교민과 외교관들을 긴급 철수시킨 바 있다.

앞으로의 전망 [전문가 분석]

전문가들은 전선이 고착된 현 상황에서 단기 내 갈등 해소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양측 모두 협상 테이블로 나올 유인이 부족하고, 외부 중재 시도—특히 아프리카 연합(AU)과 사우디아라비아 주도의 제다 프로세스—도 실질적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인도주의 위기와 관련해, 국제 원조 재원이 이미 우크라이나·가자 등 복수의 분쟁 지역에 분산된 상황에서 수단에 대한 자금 집중이 더욱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 UNFPA가 지적한 보호·보건 부문의 심각한 자금 부족은 여성 대상 폭력 대응 역량을 추가로 약화시킬 수 있다.

젠더 기반 폭력(GBV) 측면에서는, 분쟁이 장기화될수록 성범죄의 구조화·조직화 양상이 강해지는 경향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콩고민주공화국, 시리아 등 장기 분쟁 사례에서 반복 확인된 이 패턴이 수단에서도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 외교부와 국제개발협력 당국은 수단 인도주의 위기 대응을 위한 다자 채널 참여를 지속하는 한편, 한반도 평화 경험을 바탕으로 한 분쟁 조정 외교 역할 모색도 요구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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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5)

부지런한토끼방금 전

쉽지 않은 상황이네요. 수단이 이 지경까지 올 줄은 몰랐습니다. 전문가 의견이 더 필요합니다.

냉철한다람쥐방금 전

전쟁 추이를 계속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바람의탐험가5분 전

4년로 인한 연쇄 효과가 다른 분야에도 미칠 것 같습니다.

밝은드럼12분 전

우려가 큽니다. 젠더기반폭력에 대한 국회 차원의 논의가 시급합니다.

봄날의토끼12분 전

수단의 근본 원인을 분석하는 기사도 기대합니다. 장기적 시각이 필요합니다.

판교의드럼30분 전

서민들 피해가 걱정됩니다. 전쟁 위기가 오히려 구조 전환의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진지한에스프레소1시간 전

대비가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4년이 이 지경까지 올 줄은 몰랐습니다.

제주의판다1시간 전

우려가 큽니다. 젠더기반폭력 영향으로 주변에서도 어려움을 겪는 분이 늘고 있습니다. 계속 관심을 가져야겠습니다.

조용한달2시간 전

수단 관련 전문가 분석이 더 필요합니다.

한밤의여행자3시간 전

전쟁에 대한 정부 대응 속도가 아쉽습니다.

용감한러너3시간 전

4년 위기가 오히려 구조 전환의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여름의부엉이5시간 전

젠더기반폭력이 이 지경까지 올 줄은 몰랐습니다. 함께 극복해야 할 문제입니다.

홍대의기록자8시간 전

수단의 근본 원인을 분석하는 기사도 기대합니다.

햇살의부엉이8시간 전

우려가 큽니다. 전쟁 관련 수치가 이렇게 심각한 줄 처음 알았습니다.

판교의기록자

정리가 깔끔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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