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재건, 국제사회 지속 지원 없이는 불가능
유엔 전문가 '성범죄 전수조사 불가…낙인 극복이 정의 실현의 관건'

- •아사드 정권 붕괴 4개월, 시리아 전환기 정의 구축 시작됐으나 취약.
- •내전 중 성폭력은 조직적·의도적이었으며 피해 규모 파악조차 어려워.
- •유엔은 지속적 국제 지원 없이는 시리아 재건 과정이 탈선할 수 있다고 경고.
아사드 정권 붕괴 후 1년, 시리아는 어디에 서 있나
2024년 12월 아사드 정권이 붕괴된 지 약 4개월이 지난 현재, 시리아는 전환기적 정의(transitional justice) 체계를 구축하는 복잡한 과제와 씨름하고 있다. 유엔(UN) 전문가들은 시리아인들이 짧은 기간 안에 국가 재건의 기초를 놓은 점은 주목할 만하지만, 지속적인 국제사회의 지원 없이는 이 과정이 탈선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유엔 분쟁 중 성폭력 및 법치 전문가 팀의 사법 담당관 소피아 칸데이아스(Sofia Candeias)는 최근 유엔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1년 만에 시리아인들이 이 모든 것을 구축한 것은 놀랍다"고 평가하면서도, "그 아래에는 약화된 제도, 광범위한 트라우마, 그리고 약속을 실질적인 책임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시간과의 싸움이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왜 지금 국제사회의 관심이 중요한가
시리아의 전환기적 정의 구축은 단순히 한 나라의 내부 문제가 아니다. 내전 기간 동안 자행된 분쟁 관련 성폭력은 체계적이고 광범위했으며, 이를 어떻게 다루느냐는 향후 국제 인권 규범과 분쟁 후 사회 재건 모델에 중요한 선례를 남기게 된다.
칸데이아스 담당관은 내전 기간 동안 구금 시설, 검문소, 피란 과정에서 성폭력이 조직적으로 사용되었다고 밝혔다. "이것은 우발적인 사건이 아니었다. 민간인을 굴욕시키고 처벌하기 위해 성폭력을 표적으로 사용한 의도적 전술이었다"고 그는 설명했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피해 범위다. 여성과 소녀가 불균형적으로 피해를 입었지만, 남성과 소년도 구금 상황에서 심각하게 표적이 됐다. 한 시리아 파트너 단체의 데이터에 따르면, 데이터셋에 포함된 구금 남성 및 소년의 98%가 성폭력 피해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 수치조차도 실제를 과소 반영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정직하게 말하면, 우리는 문제의 전체 규모를 모르며 아마 영원히 알 수 없을 것이다"라고 칸데이아스 담당관은 인정했다.
침묵의 장벽: 낙인과 정의의 공백
정의 실현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벽은 사회적 낙인(stigma)이다. 낙인은 세 가지 층위에서 작동한다. 첫째, 생존자 개인 내면의 수치심, 둘째, 공개 시 공동체에서 배제될 수 있다는 공포, 셋째, 사회 전반의 담론 구조에서 피해 사실이 주변화되는 현상이다.
이 결과, 실제로 문서화된 사례는 실제 피해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시리아 시민사회 단체들이 수년간 인권 침해 사례를 기록해 왔고, 이 자료들이 향후 기소의 증거 토대를 형성할 수 있지만, 자료의 공백은 여전히 방대하다.
"시민사회 단체들이야말로 전환기적 정의의 근간"이라고 칸데이아스 담당관은 강조했다. "그들은 생존자의 목소리를 진정으로 들을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이기도 하다."

유엔의 역할과 시리아 주도 원칙
유엔 분쟁 중 성폭력 및 법치 전문가 팀은 2009년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1888호에 의해 설립되었으며, 2024년 12월 아사드 정권 붕괴 이후 시리아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이 팀은 평화 작전부(DPO),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유엔개발계획(UNDP), 분쟁 중 성폭력 사무총장 특별대표실이 공동으로 이끌고 있다.
전문가 팀은 현재까지 세 차례 시리아에 파견되어 전환기적 정의 국가위원회, 실종자 위원회, 복수의 정부 부처, 시민사회 단체들과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 유엔은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2254호와 2799호에 따라 시리아 주도, 시리아 소유의 정치 과정을 지원하는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역사적 맥락: 13년 내전이 남긴 것
시리아 내전은 2011년 아랍의 봄(Arab Spring)의 물결 속에서 시작된 민주화 시위에 대한 아사드 정권의 폭력적 진압으로 촉발됐다. 이후 13년간 이어진 분쟁은 50만 명 이상의 사망자와 수백만 명의 난민을 낳았으며, 국가 제도 전체를 무너뜨렸다.
성폭력의 경우, 2013년부터 국제 인권단체들이 구금 시설에서의 고문과 성폭행을 지속적으로 기록해 왔으나, 전쟁 중 접근 제한으로 인해 체계적인 자료 수집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국제형사재판소(ICC)가 시리아에 대한 관할권을 갖지 못하는 상황에서, 책임 추궁은 주로 시민사회의 기록과 유럽 국가들의 보편적 관할권 재판에 의존해 왔다.
2024년 12월 정권 붕괴는 역사적 기회를 열었지만, 동시에 역사적 도전을 제기했다. 가해자 상당수는 여전히 시리아 안에 있으며, 피해자들은 같은 공간에서 그들과 공존해야 하는 현실에 직면해 있다.

앞으로의 전망 [AI 분석]
시리아의 전환기적 정의 구축은 제도적 역량, 국제사회의 재정 지원, 사회적 신뢰 회복이라는 세 가지 변수가 동시에 충족될 때만 실질적 성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현재 가장 긍정적인 신호는 국가 주도 기관들의 설립과 시민사회의 적극성이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관심이 우크라이나, 가자 등 다른 분쟁 지역으로 분산되는 상황에서, 시리아에 대한 재정 지원과 정치적 관여가 유지될지는 불확실하다.
성폭력 관련 정의 구현은 특히 더디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낙인 해소를 위한 사회문화적 변화는 법적 제도 정비보다 훨씬 긴 시간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단기적으로는 생존자 지원 체계와 증거 보존에 집중하고, 실제 기소는 중장기 과제로 설정하는 현실적 접근이 불가피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의 관점에서, 이 사안은 단순한 중동 문제를 넘어선다. 한국은 유엔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경험과 개발협력(ODA) 역량을 바탕으로 시리아 재건 과정에서 기여 역할을 모색할 수 있으며, 분쟁 후 사회 재건에 관한 국제 규범 형성에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지금이 투자할 순간"이라는 유엔 전문가의 촉구는 한국을 포함한 국제사회 전체를 향한 것이다.
댓글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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