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 한 가닥에 매달린 예멘, 유엔 안보리에 경고음
2200만 명 인도주의 지원 필요…중동 긴장 고조에 위기 가속

- •유엔 안보리, 예멘 2200만 명 인도주의 위기 심각성 경고.
- •후티 세력의 유엔 직원 억류와 중동 분쟁 여파로 지원 활동 마비.
- •10년 내전에 지역 긴장 겹쳐 예멘 경제·사회 붕괴 가속화.
벼랑 끝의 예멘, 안보리에 울린 경보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 위기대응부서 에뎀 워소르누 국장은 14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브리핑에서 "10년간의 분쟁이 예멘 국민을 실 한 가닥에 매달린 상태로 만들었으며, 그 실마저 지금 끊어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2200만 명 이상의 예멘인이 인도주의 지원을 필요로 하고 있으며, 이 수치는 계속 늘고 있다는 것이 그녀의 진단이었다.
현재 예멘에는 세 가지 위기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10년에 걸친 내전의 상흔, 중동 전역을 뒤흔드는 지역 분쟁의 여파, 그리고 국제사회 지원 공백이라는 구조적 문제가 그것이다.
숫자로 드러나는 참상
워소르누 국장이 안보리에 제시한 통계는 충격적이다. 예멘 인구의 절반이 넘는 1800만 명 이상이 심각한 기아 상태에 처해 있으며, 세 가구 중 두 가구는 매일 식사를 거르고 있다. 5세 미만 아동 200만 명 이상이 급성 영양실조를 겪고 있고, 임산부·수유부 100만 명 이상이 영양 부족으로 생명을 위협받고 있다.
의료 접근성도 붕괴 수준이다. 1900만 명 이상이 의료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고 있으며, 백신으로 예방 가능한 질병이 급속히 퍼지고 있다. 워소르누 국장은 "이 위기는 가장 취약한 사람들을 가장 먼저, 가장 심하게 타격한다"며 "여성과 아이들이 첫 번째 피해자"라고 강조했다.
인도주의 지원 활동 자체도 위협받고 있다. 후티(Houthi) 세력은 현재 유엔 직원 73명을 불법 구금하고 있으며, 자산을 몰수하고 접근을 심각하게 제한하고 있다. 지역 분쟁으로 공급망도 끊겼다. "우리가 보유한 자원과 급증하는 인도주의적 필요 사이의 간극이 점점 벌어지고 있다"는 그의 말은 국제사회의 무관심에 대한 직접적인 경고였다.
중동 분쟁의 불씨가 예멘으로
예멘의 위기를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중동 전반의 지정학적 혼란이다. 유엔 예멘 특별대표 한스 그룬베리는 최근 임시 수도 아덴을 방문한 뒤 "10년간의 분쟁으로 예멘은 추가 충격을 감당할 여력이 거의 없다"고 진단했다.
미국과 이란 사이의 불안한 휴전이 한 달 넘게 유지되고 있는 가운데, 후티 무장 세력은 지난 3월 말 이스라엘을 향한 공격을 감행했다. 이 공격은 홍해와 호르무즈 해협, 바브엘만데브 해협(예멘과 아프리카의 뿔 사이)의 해상 안보를 둘러싼 긴장과 맞물려 있다. 지난주 초 중국과 러시아는 이들 해협에서의 항행 방해 시도를 억제하려는 안보리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연료와 식료품 가격은 지역 분쟁의 여파로 급등했다. 그룬베리 특별대표는 정부 수출 방해, 중앙은행 분열, "일반 예멘인에게 결정의 대가를 치르게 하는 경제 무기화"가 새로운 압력과 결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10년 전쟁, 어떻게 여기까지 왔나
예멘 내전은 2014년 후티 세력이 수도 사나를 점령하면서 본격화됐다. 2015년 사우디아라비아 주도의 아랍 연합군이 개입하며 전쟁은 국제화됐고, 이후 10년간 수만 명이 희생됐다. 유엔은 예멘을 세계 최대 인도주의 위기 중 하나로 반복해서 지목해 왔다.
전환점은 2022년 4월 체결된 휴전 합의였다. 완전하지는 않았지만, 이 합의는 대규모 지상전을 억제하는 데 일정한 역할을 했다. 그러나 2023년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발발하면서 후티 세력은 이를 빌미로 홍해를 지나는 상선과 군함에 대한 공격을 재개했다. 유엔 안보리는 2024년 결의 제2722호를 채택해 후티 세력에 공격 중단을 촉구했지만, 실효성은 제한적이었다.
현재 예멘은 휴전의 외피를 유지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경제 붕괴와 사회 해체가 진행 중인 '저강도 파국' 상태에 있다. 그룬베리 특별대표가 강조한 "이 상대적 평온을 당연하게 여겨서는 안 된다"는 발언은 이 현실을 압축한다.
앞으로의 전망 [AI 분석]
예멘 위기가 단기간에 해소될 가능성은 낮다. 미-이란 휴전이 불안정한 한, 후티 세력의 군사적 행동을 억제할 외부 압력은 유지되기 어렵다. 중국과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안보리의 해상 안보 대응 능력도 제한된 상태다.
인도주의 지원 측면에서는 자금 조달 간극이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주요 공여국들이 자국 내 경제 압박에 직면한 상황에서 예멘 지원 예산이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 있기 때문이다. 73명의 유엔 직원 억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현장 운영 역량은 더욱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
정치적 해법 측면에서는 그룬베리 특별대표가 강조한 '포용적 정치 프로세스'가 유일한 출구다. 그러나 경제 무기화와 분열된 중앙은행 구조가 유지되는 한, 어떤 협상도 실질적 진전을 이루기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국의 입장에서 이 위기는 홍해 항로 안보와 직결된다. 한국 수출 물동량의 상당 부분이 홍해를 통과하는 만큼, 바브엘만데브 해협 불안정이 장기화될 경우 물류비 상승과 공급망 차질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댓글 (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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