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렌 쇼필드 "AAA가 문제가 아니다, 사람을 잘못 뽑은 것"
Dead Space 창시자가 진단한 게임 산업 위기의 본질과 창의성의 역할

- •글렌 쇼필드는 AAA 게임 위기의 원인을 코로나 거품과 검증되지 않은 인재 배치로 진단했다.
- •그는 창의 인재와 경영 인재를 명확히 분리하는 스튜디오 구조가 해법이라고 주장한다.
- •AAA 게임 자체가 아닌 투자자들의 부실한 실사가 현재 위기를 초래했다는 것이 그의 핵심 주장이다.
AAA는 죽지 않았다
2026년에도 대형 스튜디오 감원 행렬은 멈추지 않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AAA 게임의 시대가 끝났다는 분석이 쏟아지고, 해법으로는 인디(indie)와 AA급 게임으로의 전환이 반복적으로 제시된다. 그러나 Dead Space와 The Callisto Protocol을 만든 베테랑 개발자 글렌 쇼필드(Glen Schofield)는 이 같은 진단에 정면으로 반박한다.
"요즘 모두가 AAA를 깎아내린다. 하지만 새 콘솔과 플랫폼을 처음 개척한 건 누구였는가? 항상 AAA 게임이었다"고 그는 말한다. "PS5는 사용설명서와 함께 출시되지 않았다. AAA 팀들이 길을 열었다."

코로나가 만든 거품, 그리고 붕괴
쇼필드는 현재 업계 위기의 근원을 코로나19(COVID-19) 팬데믹 시기로 거슬러 올라가 짚는다. 봉쇄령으로 전 세계인이 집에 갇힌 2020~2021년, 게임 산업에는 수십억 달러의 자금이 밀물처럼 쏟아졌다.
"코로나 기간 동안 AAA 게임은 만드는 족족 팔려나갔다. 모두가 큰 게임을 원했고, 산업에는 어마어마한 돈이 유입됐다. 그런데 그 돈이 너무 많이 들어오면 필연적으로 잘못된 사람에게 흘러가게 된다"고 그는 말한다. 여기서 '잘못된'이란 나쁜 사람이 아닌, 준비되지 않은 사람을 의미한다.
"10년은 더 경험을 쌓아야 할 사람, 5년은 더 걸릴 사람들에게 스튜디오와 게임이 동시에 맡겨졌다"고 쇼필드는 설명한다. "나는 오랜 시간을 거쳐 그 자리에 올라갔다. 그게 차이를 만들었다."
창의성의 층위: 베테랑이 본 업계의 구조적 문제
쇼필드가 제시하는 해법은 명쾌하다. 창의적인 사람을 경영직에, 경영 전문가를 창의 직군에 배치하는 '역할 혼재'를 끝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영화 산업을 비교 사례로 든다. 헐리우드는 대형 프랜차이즈를 신인 감독에게 맡길 때도 검증된 이력을 가진 인물을 선택하는 편이다. 반면 게임 산업의 투자자들은 그 '실사(due diligence)'가 부실하다고 그는 지적한다.
"번지(Bungie)를 보라. 과도한 임금을 지급하면서 정작 핵심 인재에게는 제대로 보상하지 않았다. 진짜 창의적인 사람을 찾아내는 것이 전부다. 창의적이라고 말하는 사람과 실제로 창의적인 사람은 다르다. 잘 모방하는 사람은 많다"
그는 자신의 작업 방식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나 주변 사람들은 내가 창의적인 방향만 제시하길 원한다. 그래서 나는 비즈니스 측면을 잘 처리할 수 있는 사람들로 팀을 꾸린다. 스튜디오는 그렇게 구성돼야 한다. 창의 인재와 경영 인재가 명확히 구분되어야 한다."

앞으로의 전망 [전문가 분석]
쇼필드의 진단은 단순한 개인 회고를 넘어, 업계 전반이 직면한 구조적 과제를 선명하게 드러낸다. 코로나 거품이 꺼진 이후 대형 퍼블리셔들이 조직을 축소하고 있는 지금, '적재적소' 인재 배치 문제는 단순한 HR 이슈가 아니라 프로젝트 생존의 문제가 됐다.
The Callisto Protocol은 2022년 12월 출시됐지만 팬데믹 특수를 누리지 못한 채 크래프톤(Krafton)의 판매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고, 스튜디오는 감원을 거쳐 쇼필드 본인도 지난해 회사를 떠났다. 그의 경험은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지적하는 문제의 산증인이 됐다.
업계는 당분간 대형 투자보다 선별적이고 검증된 팀 중심의 개발 구조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창의성과 경영 능력을 겸비한 '수퍼 프로듀서'보다는, 두 역할을 분리해 각 전문가가 맡는 구조가 생존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AAA의 종말론보다는 AAA의 재구조화가 더 현실적인 미래 시나리오로 거론될 가능성이 높다.


댓글 (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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