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나마 페이퍼스 10년, 세계를 뒤흔든 폭로의 유산
역사상 최대 언론 협업이 금융 비밀주의에 던진 질문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 •파나마 페이퍼스는 2016년 80개국 400여 기자의 협업으로 세상에 나왔다.
- •역외 금융 비밀주의를 폭로해 정치 지도자 사임과 형사 수사를 촉발했다.
- •10년 후에도 금융 불평등과 투명성 논쟁은 현재진행형으로 남아 있다.
2016년 4월 3일 오후 2시, 세계가 흔들리다
2016년 4월 3일 오후 2시, 파나마 페이퍼스의 첫 번째 기사들이 세상에 공개됐다. 그 순간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의 당시 부국장 마리나 워커 게바라(Marina Walker Guevara)는 미국 상공 어딘가를 비행하고 있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가족 결혼식을 마치고 워싱턴으로 돌아오는 길, 그녀는 1년 넘게 품어온 비밀들이 세상과 만나는 순간을 허공 위에서 맞이했다.
비행기가 착륙하고 휴대폰을 켜는 순간, 메시지가 폭발적으로 쏟아졌다. "숨을 고를 수가 없었다"고 그녀는 회고했다.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와 영국 런던 거리에는 분노한 시민들이 모여들었고, 파나마에서 파키스탄에 이르는 각국 정부는 서둘러 해명에 나섰다. 인쇄기는 멈추지 않았다. 정치인, 금융인, 유명인의 이름이 담긴 기사들이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로 쏟아졌다.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크다. 이건 진정으로 시스템적 불평등에 관한 이야기다." 워커 게바라가 당시를 돌이키며 한 말이다.
왜 파나마 페이퍼스인가 — 금융 비밀주의의 민낯
파나마 페이퍼스는 단순한 특종이 아니었다. 파나마 법률회사 모색 폰세카(Mossack Fonseca)에서 유출된 1,150만 건의 문서는 전 세계 부유층과 권력자들이 어떻게 역외(오프쇼어) 구조를 활용해 자산을 은닉하고 감시를 피해왔는지를 체계적으로 드러냈다.
이 보도가 세계 저널리즘 역사에 남는 이유는 단순히 문서의 양이 아니다. 당시 80개국 이상, 400여 명의 기자가 협력한 사상 최대 규모의 탐사보도 네트워크가 가동됐다는 점이다. 비밀을 지키는 시스템에 맞서, 비밀을 공유하는 네트워크가 구축됐다.
니제르의 탐사 매체 레브느망(L'Evenement)의 창립자이자 편집장 무사 악사르(Moussa Aksar)처럼 아프리카, 아시아, 중남미의 현지 언론인들이 참여함으로써 이 보도는 서방 중심의 시각을 벗어나 진정한 글로벌 조사가 될 수 있었다. 권력자들이 '닿을 수 없는 존재'로 여겨졌던 지역에서도 이름이 거명됐다.
역사적 흐름 — 금융 불투명성과의 싸움
파나마 페이퍼스가 터지기 훨씬 전부터 역외 금융의 불투명성은 국제 사회의 오랜 과제였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G20 국가들은 조세 회피와 역외 비밀주의 척결을 의제로 올렸다. 2010년 미국의 해외금융계좌신고법(FATCA)이 시행됐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다국적 기업 과세 기반 침식 방지를 위한 BEPS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그러나 이 모든 노력에도 역외 금융 시스템은 건재했다.
파나마 페이퍼스는 그 시스템이 얼마나 정교하고 광범위한지를 대중에게 처음으로 실감나게 보여줬다. 2017년에는 파라다이스 페이퍼스(Paradise Papers), 2021년에는 판도라 페이퍼스(Pandora Papers)가 뒤를 이었다. ICIJ가 주도한 일련의 역외 금융 폭로는 하나의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
아이슬란드 총리 시그뮌뒤르 다비드 귄라우그손(Sigmundur Davíð Gunnlaugsson)은 보도 직후 사임했다. 파키스탄, 아이슬란드, 몰타에서 정치적 격변이 일었고, 수십 개국에서 형사 수사가 시작됐다. 세계은행은 파나마 페이퍼스가 이후 조세 당국의 추징에 기여한 금액이 수십억 달러에 달한다고 추정한다.
앞으로의 전망 [전문가 분석]
10년이 지난 지금, 파나마 페이퍼스의 유산은 복합적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제도적 성과를 평가한다. 실질 소유자 등록부(beneficial ownership registry) 도입이 여러 국가에서 확산됐고, 금융정보 자동 교환 협정이 강화됐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를 포함한 경제학자들은 파나마 페이퍼스가 불평등 논의를 학술적 영역에서 대중 담론으로 끌어올린 전환점이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또 다른 시각에서는 구조적 변화의 한계를 지적한다. 역외 금융 시스템 자체는 여전히 존재하며, 새로운 우회로가 생겨났다는 주장도 있다. 규제 강화가 일부 국가에 집중된 반면, 불투명성을 유지하는 관할권은 여전히 남아 있다.
탐사 저널리즘의 역할에 대한 논의도 계속된다. 파나마 페이퍼스 이후 전 세계 독립 탐사보도 기관들이 성장했고, 데이터 저널리즘 기법이 발전했다. ICIJ의 오프쇼어 릭스 데이터베이스(Offshore Leaks Database)는 지금도 공개 접근이 가능하며, 연구자와 시민이 직접 검색할 수 있다.
파나마 페이퍼스가 던진 질문 — 누가, 어떻게, 왜 금융 시스템의 그늘 속에 숨을 수 있는가 — 은 10년이 지난 지금도 유효하다. 폭로는 끝났지만, 그 질문에 대한 사회의 답은 아직 진행 중이다.
댓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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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시각도 있었군요. ICIJ의 향후 전망이 궁금합니다.
파나마의 향후 전망이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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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나마페이퍼스 주제로 시리즈 기사가 나오면 좋겠습니다. 주변에도 공유해야겠어요.
ICIJ에 대해 더 알고 싶어졌습니다. 다른 시각의 분석도 읽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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