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교황이 이란 핵 지지' 주장, 사실과 정반대
레오 14세는 핵 위협 반대와 대화를 일관되게 주창해 왔다

- •트럼프 대통령이 레오 14세 교황이 이란 핵무기를 지지한다고 주장했다.
- •교황은 재임 내내 핵 위협 반대와 평화 대화를 일관되게 촉구해 왔다.
- •트럼프의 발언은 교황청의 공식 반핵 외교 입장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트럼프의 발언과 실제 교황의 입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월 12일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Truth Social)에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교황은 원하지 않는다"고 게시하며 레오 14세 교황을 공개 비판했다. 트럼프는 교황을 향해 "핵무기에 취약하다"고도 표현했다.
그러나 복수의 외신 보도와 교황청 공식 발언을 검토하면, 레오 14세의 실제 입장은 트럼프의 주장과 정반대다. 미국 출신 첫 교황인 레오 14세는 재임 기간 내내 핵무기 폐기와 대화를 일관되게 촉구해 왔다.

교황의 실제 발언들
레오 14세는 3월 5일 영상 메시지에서 "각 나라가 무기를 내려놓고 대화와 외교의 길을 선택하도록 기도한다"며 "핵 위협이 다시는 인류의 미래를 좌우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3월 8일에는 이란 전쟁 확산에 대해 "폭탄 소리가 멈추고, 무기가 침묵하고, 대화의 공간이 열리도록" 기도를 요청했다. 같은 해 6월에는 이란과 이스라엘 간 평화를 촉구하며 "핵 위협으로부터 자유로운 안전한 세계를 만들겠다는 헌신은 존중하는 만남과 진실한 대화를 통해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누구도 다른 이의 존재를 위협해서는 안 된다"는 말도 덧붙였다.
6월 성 베드로 광장 일반 알현에서는 "전쟁에 결코 익숙해져서는 안 된다. 강력하고 정교한 무기에 의존하려는 유혹을 거부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갈등의 배경: 이란 발언에서 시작된 충돌
이번 충돌의 직접적 도화선은 교황의 이란 관련 발언이었다. 레오 14세는 트럼프 대통령이 4월 7일 트루스소셜에서 "오늘 밤 문명 전체가 사라질 것"이라며 이란을 위협하는 게시물을 올린 직후, 이란 전체 국민을 겨냥한 위협은 "진정으로 용납할 수 없다"고 공개 비판했다.
트럼프는 이에 4월 12일 기자들에게 "핵무기 보유를 괜찮다고 말하는 교황은 좋아하지 않는다. 레오 교황의 팬이 아니다"라고 재차 밝혔다. 백악관 대변인 안나 켈리는 이 발언의 근거를 묻는 질문에 트럼프의 트루스소셜 게시물을 재인용하는 데 그쳤다.
레오 14세는 알제리행 비행기 안에서 기자들에게 "트럼프 행정부도, 복음의 메시지를 크게 말하는 것도 두렵지 않다"고 응수했다. 그는 "우리는 정치인이 아니다. 그가 이해하는 방식으로 외교 정책을 만들기 위해 여기 있는 것이 아니다"라면서도 "전쟁에 반대해 발언하고, 평화와 대화, 다자 관계를 증진하는 일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톨릭 교회의 공식 입장과 역사적 흐름 [전문가 분석]
트럼프의 주장은 가톨릭 교회의 공식 입장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교황청 국무원장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은 2025년 6월 이탈리아 뉴스통신 ANSA에 핵 군축을 지지한다고 밝혔으며, 2025년 가을에는 유엔 주재 교황청 대사 가브리엘레 카치아 대주교가 국제사회에 핵무기 전면 폐기를 촉구했다. 교황청은 2017년 유엔 핵무기금지조약(TPNW)에 서명하고 비준한 바 있다.
이처럼 교황청의 반핵 입장은 최근 수십 년에 걸쳐 형성된 일관된 외교 노선이다. 냉전 시대 요한 23세가 1963년 핵전쟁 위기 속에서 '지상의 평화(Pacem in Terris)' 회칙을 발표한 이후, 역대 교황들은 핵 억지력에 기반한 안보 전략에 대해 점점 더 비판적 입장을 취해 왔다. 프란치스코 전 교황은 2019년 핵무기의 '보유'조차 비도덕적이라고 선언하며 억지 전략 자체를 부정했고, 레오 14세는 이 기조를 이어받아 더욱 공세적으로 발언하고 있다.
미국-바티칸 관계의 긴장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에도 이민 정책과 환경 문제를 둘러싸고 바티칸과 마찰을 빚었다. 그러나 현직 미국 대통령이 교황의 발언을 공개적으로 왜곡하고 비난하는 것은 이례적인 사태로, 외교·종교 전문가들 사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상황을 보면, 미국 내 가톨릭 신자는 약 7,00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약 20%를 차지한다. 미국 출신 교황이 자국 대통령과 공개 충돌하는 상황은 미국 가톨릭 공동체 내에서도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 핵 협상을 앞두고 외교적 압박을 강화하는 상황에서, 교황청의 '대화와 외교' 노선이 계속해서 트럼프 정책과 마찰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댓글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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