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머 영국 총리 '격분'…해임 대사 보안심사 탈락 사실 뒤늦게 인지
맨덜슨 전 주미 대사, 보안 심사 불합격 상태로 임명…총리 '용납 불가' 발언에도 사퇴 압박 거세져

- •스타머 총리, 맨덜슨 전 대사 보안심사 탈락 사실 자신도 몰랐다며 분노 표출.
- •맨덜슨은 엡스타인과의 관계로 해임됐으며 현재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 •야당 전체가 총리 사퇴를 요구하며 정치적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총리 '격분' 선언, 그러나 사퇴 압박은 계속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17일(현지시간) 파리 순방 중 '격분했다'는 표현을 쓰며 이례적으로 강한 분노를 표출했다. 자신이 의회에서 '적법한 절차를 밟았다'고 해명하는 동안, 정작 주미 대사로 임명한 피터 맨덜슨이 보안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자신은 물론 어떤 장관도 통보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스타머 총리는 방송 인터뷰에서 '그가 심사에 불합격했다는 사실을 내가 보고받지 못한 채 의회에서 적법 절차를 운운한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오는 월요일 의회에서 '완전한 투명성으로 관련 사실 전체를 밝히겠다'고 말했다.

스캔들의 핵심: 맨덜슨과 엡스타인
이번 사태의 진원지는 맨덜슨 전 대사와 미국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의 관계다. 엡스타인은 2008년 플로리다에서 미성년자 성매수 등 성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인물로, 2019년 구금 중 사망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두 사람의 관계는 맨덜슨이 영국 정부 장관으로 재직하던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이어졌으며, 맨덜슨이 2009년 6월 엡스타인의 수감 기간 중 그의 자택에 머물렀다는 사실도 문서를 통해 확인됐다. 미국 의회 위원회가 공개한 문건은 이 같은 관계의 깊이를 추가로 드러냈고, 이를 계기로 스타머 총리는 지난해 9월 맨덜슨을 임명 7개월 만에 해임했다.
현재 영국 경찰은 맨덜슨이 장관 재직 시절 엡스타인에게 기밀 문서를 유출했다는 의혹, 특히 2008년 금융위기 당시 관련 정보가 포함됐다는 의혹을 수사 중이다. 맨덜슨은 올해 2월 체포됐다가 보석으로 풀려났으며, 아직 기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집권당 핵심 인사의 반복된 추락
맨덜슨은 1990년대 후반부터 영국 중도좌파 노동당의 핵심 브레인으로 활동하며 여러 장관직을 역임한 베테랑 정치인이다. 그러나 그는 이전에도 두 차례 스캔들로 장관직을 사임한 이력이 있어, 이번 임명 자체가 논란의 씨앗이었다는 지적이 이미 당 안팎에서 제기된 바 있다.
주미 영국 대사는 영미 간 이른바 '특별한 관계(special relationship)'를 관리하는 영국 최고 외교 요직으로 꼽힌다. 이 자리에 논란이 많은 인물을 기용한 판단 자체가 도마에 오른 것이다.
스캔들이 확산되면서 스타머 총리의 최측근 정치 보좌관 두 명이 올해 초 사임했고, 의회는 맨덜슨의 심사 과정을 담은 수만 건의 이메일·문자·문서 공개를 정부에 명령했다. 두 번째 문서 묶음은 수 주 내로 공개될 예정이다.

야당 총공세, '국가 안보 배신' 프레임
주요 야당 대표들이 일제히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보수당 대표 케미 배드노크는 소셜미디어(SNS)에 '스타머는 국가 안보를 배신했다. 물러나야 한다'고 적었다.
반면 정부 측 인사는 '국민들은 스타머 총리에게서 국제 무대에서 영향력을 갖춘 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지도자를 보고 있다'며 사퇴 가능성을 일축했다.
스타머 총리가 월요일 의회 해명에서 어떤 사실 관계를 제시하느냐에 따라 정치적 파장의 규모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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