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서 4,000년 전 암각화 발견… 톨텍·아즈텍 잇는 '돌의 기록'
철도 건설 구간 구제 발굴 중 16점 확인, 신화·종교·식민지 시대까지 연속 기록

- •멕시코 INAH가 히달고주에서 4,000년 전 암각화·벽화 16점을 공식 확인했다.
- •철도 건설 구제 발굴 중 발견됐으며, 대통령이 노선 변경을 결정해 유적을 보존한다.
- •전문가들은 중앙 멕시코와 북방 모골론 문화의 교류를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로 평가한다.
히달고주 절벽에서 잠든 4,000년
멕시코 국립인류학역사연구소(INAH)는 히달고주 툴라강과 라 레케나 댐 인근 두 절벽에서 선사시대부터 메소아메리카 후기 고전기(서기 900~1521년)에 이르는 암각화(페트로글리프)와 동굴 벽화 16점을 공식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일부 작품은 제작 연대가 4,000년을 넘어서는 것으로 추정된다.
왜 지금, 왜 이곳인가
이번 발견은 멕시코시티와 케레타로를 잇는 232km 여객 철도 노선 계획과 맞닿아 있다. 2025년 4월 착공한 이 노선의 공정은 현재 전체의 약 10%에 불과하지만, 이미 복수의 유적이 그 경로 위에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같은 달 INAH는 인근 툴라 치코 유적에서 1,000년 전 톨텍 제단을 발견했으며, 이번 암각화 유적은 해당 노선의 4개 활성 발굴 지점 중 하나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파르도 멕시코 대통령은 2025년 10월 유적 보존을 이유로 철도 노선 변경을 결정했다. 벽화를 박물관으로 이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전문가 판단을 수용한 조치였다.
그림이 말하는 것들
암각화 보호 암벽(rock shelter) 안에서 발견된 도상들은 다채롭고 강렬하다. 아즈텍 비와 폭풍의 신 틀랄록(Tláloc)을 연상케 하는 두건과 고글을 착용하고 마카나(곤봉의 일종)를 든 인물상, 붉은 안료로 그려진 양식화된 인체상, 뱀 혹은 번개를 형상화한 듯한 형태가 함께 확인됐다. 벽화는 광물성·식물성 안료로, 암각화는 점묘법(pointillism)으로 제작됐다.
툴라강 인근에서는 사슴 표현과 함께 송곳니, 더듬이, 흉갑, 고글을 갖추고 새 같은 다리를 지닌 인물상도 발견됐다. 연구진은 이 도상이 미국 남서부와 멕시코 북부를 거점으로 삼았던 모골론(Mogollon) 문화의 표현 방식과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인간의 얼굴과 머리카락을 지녔으나 새 발 혹은 말발굽처럼 보이는 네 다리를 가진 형상은 스페인 접촉기 이후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INAH 대변인은 "작품의 위치는 천문 또는 역법 현상과 연관된 신화·종교적 목적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1970년대 '엘 베나도'에서 2025년 공식 기록까지
이 유적은 1970년대 툴라 고고학 프로젝트 당시 사슴을 묘사한 채색 요소가 발견되면서 '엘 베나도(El Venado·사슴)'라는 이름으로 등록된 바 있다. 그러나 공식 기록에 앞서 지역 공동체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알려진 장소였다고 INAH는 전했다.
고고학자들은 선스페인 기원 벽화들이 위대한 톨텍 수도 툴라의 마지막 단계와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툴라는 기념비와 예술적 유산이 풍부한 메소아메리카의 핵심 도시로, 인근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유적이 확인되는 상황은 이 지역의 중층적 역사 밀도를 방증한다.
앞으로의 전망 [전문가 분석]
라틴아메리카 암각화 전문가 호세 미겔 페레스 고메스는 이번 발견을 "멕시코 고고학과 암각화 연구에서 변혁적 이정표"라고 평가했다. 그는 "4,000년 이상에 걸친 광대한 연대기적 범위가 한 지리적 맥락 안에서 기호 언어와 예술 기법의 전환을 분석할 수 있게 해준다"며, 유적의 도상이 중앙 멕시코와 북방 모골론 문화 간 깊은 교류를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 유적을 "의례적 삶과 환경 상호작용의 석제 기록보관소"로 규정하며, 중앙아메리카 선사 문화에 대한 기존 이해를 재구성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철도 노선 변경으로 유적 자체는 보존될 가능성이 높지만, 10% 공정 이후 이어질 추가 발굴 구간에서 새로운 유물이 추가로 확인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INAH 구제 발굴팀의 작업은 당분간 멕시코 고고학계의 핵심 의제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댓글 (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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