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국제공중보건비상사태 선포 6년, 세계는 다음 팬데믹에 더 잘 대비하고 있는가
WHO, '진전 있지만 여전히 불균등하고 취약'…팬데믹 협정 발효와 재정 지원이 핵심 과제

- •WHO, 코로나19 비상사태 선포 6년 맞아 팬데믹 대비 현황 점검
- •팬데믹 협정 채택 등 진전 있으나 이행과 재정 확보가 과제
- •한국은 바이오제조 훈련허브 등으로 글로벌 보건 기여 확대 중
6년 전 그날, 세계가 멈추다
2020년 1월 30일,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당시 국제법상 가장 높은 수준의 경보인 '국제공중보건비상사태(PHEIC)'를 선포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훗날 코로나19로 불리게 될 질병의 세계적 확산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2023년 5월 PHEIC가 해제됐지만, 전 세계적으로 수백만 명의 사망자를 낸 이 팬데믹의 기억은 여전히 생생하다.
6년이 지난 지금, WHO는 스스로에게, 그리고 전 세계 국가들에게 묻는다. "세계는 다음 팬데믹에 더 잘 대비하고 있는가?"
진전과 한계가 공존하는 현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은 제158차 집행이사회 개회사에서 "팬데믹은 우리 모두에게 많은 교훈을 남겼다. 특히 글로벌 위협에는 글로벌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이라며 "연대가 가장 좋은 면역"이라고 강조했다.
WHO의 답은 '예스이자 노'다. 구체적인 진전이 있었지만, 그 진전은 불균등하고 여전히 취약하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이룬 성과
팬데믹 협정 채택: 2025년 5월, 역사적인 WHO 팬데믹 협정이 채택됐다. 이 협정은 팬데믹 예방, 대비, 대응에 대한 포괄적 접근법을 제시하며 글로벌 보건 안보와 형평성을 동시에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현재 회원국들은 올해 세계보건총회를 앞두고 '병원체 접근 및 이익 공유(PABS) 시스템' 부속서 협상을 진행 중이다.
국제보건규칙(IHR) 개정: 각국의 대응 역량을 강화하는 국제보건규칙 개정안이 2025년 9월 발효됐다.
팬데믹 기금 운영: WHO와 세계은행이 공동 설립한 팬데믹 기금은 3차에 걸쳐 총 12억 달러(약 1조 7,400억 원) 이상의 보조금을 지원했다. 이를 통해 추가로 110억 달러(약 15조 9,500억 원)의 투자가 촉발됐으며, 6개 지역 98개국에서 67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AI 기반 감시 시스템: WHO의 팬데믹·감염병 정보 허브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오픈소스 감염병 정보(EIOS)' 시스템을 대폭 업데이트해 110개국 이상이 새로운 위협을 더 빠르게 탐지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유전체 감시 역량 확대: 국제 병원체 감시 네트워크를 통해 110개국 이상이 팬데믹 잠재력을 가진 병원체를 추적하는 유전체 감시 역량을 강화했다.
바이오허브 확장: WHO 바이오허브는 30개국의 지원을 받아 13개 연구소에 25건의 샘플을 전달하는 등 신뢰할 수 있는 글로벌 메커니즘으로 확장됐다. 2020년 말 출범 이후 사스코로나바이러스-2(SARS-CoV-2), 엠폭스(mpox), 오로푸슈 바이러스, 메르스 코로나바이러스 등 34종의 변이체를 확보했다.

이 흐름은 언제부터 시작됐나
팬데믹 대비 체계 강화는 2020년 코로나19 위기를 계기로 본격화됐지만, 그 뿌리는 더 깊다. 2003년 사스(SARS), 2009년 신종플루(H1N1), 2014년 에볼라 사태를 거치며 국제사회는 감염병 대응 체계의 허점을 인식해왔다.
그러나 코로나19는 기존 체계의 한계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초기 정보 공유 지연, 의료물자 확보 경쟁, 백신 불평등 등 구조적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에 2021년 세계보건총회는 팬데믹 협정 협상을 시작했고, 4년간의 논의 끝에 2025년 합의에 도달했다.
mRNA 기술 이전 허브(남아공 케이프타운)와 훈련센터(한국 서울), 프랑스의 WHO 아카데미, 한국과 WHO가 공동 설립한 글로벌 바이오제조 훈련허브 등 역량 구축 인프라도 이 기간 집중적으로 구축됐다.
한국에 미치는 영향
한국은 팬데믹 대비 체계 강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서울에 설치된 mRNA 기술 훈련센터와 글로벌 바이오제조 훈련허브는 개발도상국 인력의 백신·생물의약품 제조 역량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이는 K-바이오의 글로벌 위상을 높이는 동시에, 한국이 글로벌 보건 거버넌스에서 '기여자'로서의 입지를 강화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또한 팬데믹 협정의 PABS 시스템이 발효되면, 병원체 샘플 공유와 의료대응수단 접근에 관한 국제 규범이 정립된다. 이는 향후 신종 감염병 발생 시 한국이 백신·치료제를 더 신속하게 확보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이 될 수 있다.

앞으로의 전망 [AI 분석]
진전에도 불구하고 과제는 남아 있다. 팬데믹 협정은 채택됐지만 아직 발효되지 않았으며, PABS 시스템 협상이 난항을 겪을 경우 서명 절차가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
팬데믹 기금의 지속적인 재원 확보도 불확실하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각국의 재정 압박 속에서 보건 분야 국제 공여가 축소될 위험이 있다.
무엇보다 대비 역량의 '불균등'이 핵심 취약점이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 감시 역량, 의료 인프라, 백신 생산 능력의 격차가 여전하다. 다음 팬데믹이 발생할 경우, 이 격차는 다시 한번 '백신 민족주의'나 의료물자 쟁탈로 이어질 수 있다.
WHO가 "진전은 있지만 취약하다"고 평가한 것은 이런 현실을 반영한다. 다음 팬데믹은 언제 올지 모르지만, 반드시 온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남은 과제를 해결하는 속도가 인류의 대응력을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
댓글 (3)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데, 정부의 대응이 아쉽습니다.
국제공중보건비상사태 문제가 장기화되면 어떻게 될지 우려됩니다.
걱정이 많이 되네요. 좋은 지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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