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가자 휴전안 단독 거부권 행사... 14개국 찬성에도 불발
유엔 안보리, 가자지구 군사작전 중단 촉구 결의안 무산... 인도적 위기 속 국제사회 좌절

- •유엔 안보리에서 가자 휴전 결의안이 14개국 찬성에도 미국의 단독 거부권으로 무산됐습니다.
- •팔레스타인 민간인에 대한 인도적 재앙이 계속되는 가운데, 국제사회의 개입은 구조적으로 막혔습니다.
- •안보리 개혁과 국제법 집행 메커니즘 강화 필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습니다.
14 대 1, 고립된 거부권
지난 9월 18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가자지구 상황에 관한 결의안 표결이 진행됐습니다. 결과는 14개국 찬성, 1개국 반대였습니다. 문제는 그 '1개국'이 상임이사국인 미국이었다는 점입니다. 미국의 단독 거부권 행사로 결의안은 채택되지 못했습니다.
이 결의안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군사작전 즉각 중단과 절실히 필요한 인도적 지원의 진입을 요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습니다. 결의안 초안은 매우 간결했습니다. 단 3개의 핵심 조항과 2개의 보충 조항으로 구성되어 있었죠.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10개국(E-10)이 공동으로 작성한 이 결의안은 국제사회의 폭넓은 합의를 반영한 것이었습니다.
미주 지역에서는 가이아나와 파나마가 이 결의안 작성에 참여했습니다. AP통신을 비롯한 주요 외신들은 미국의 이번 거부권 행사가 가자지구의 인도적 재앙을 방치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비판했습니다.
왜 이것이 중요한가
가자지구의 상황은 단순한 군사 충돌을 넘어섰습니다. 2023년 10월 16일, 팔레스타인 대표는 안보리 회의에서 이렇게 증언했습니다.
"가자에서 벌어지는 일은 군사작전이 아닙니다. 우리 국민에 대한 전면적인 공격입니다. 무고한 민간인에 대한 학살입니다. 자연법에도, 국제법에도 민간인을 표적으로 삼고 이처럼 무차별적이고 야만적인 공격을 가하는 것을 허용하는 조항은 없습니다."
2025년 4월 12일 가자 주민의 증언은 더욱 참담합니다. "가자에는 더 이상 꿈도, 계획도 없습니다. 모든 것이 사망자 수, 생존을 위한 식사, 사라져가는 희망의 속삭임으로만 측정됩니다." 이 증언은 단순한 포위나 공격이 아닌, 팔레스타인인의 삶과 존재 자체를 체계적으로 소멸시키는 과정이 진행 중임을 시사합니다.
미국의 거부권은 이러한 상황에서 국제사회의 개입 가능성을 원천 봉쇄했습니다. 안보리는 평화와 안전 유지를 위한 유엔의 핵심 기구입니다. 그러나 상임이사국의 거부권이라는 구조적 한계는 다수의 의지를 무력화시킬 수 있습니다.
반복되는 역사적 패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미국은 역사적으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에서 이스라엘을 보호하는 거부권을 행사해왔습니다. 냉전 시기부터 현재까지, 미국은 안보리에서 이스라엘에 불리한 결의안에 수십 차례 거부권을 행사했습니다.
1990년대 이후 중동평화 프로세스는 여러 차례 시도됐지만 번번이 실패했습니다. 오슬로 협정(1993),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담(2000), 로드맵(2003) 등이 있었지만, 근본적인 해결에는 이르지 못했습니다. 그 배경에는 항상 미국의 일방적인 이스라엘 지지가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2023년 10월 이후 가자 사태는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극명하게 드러냈습니다. 국제사회는 거듭 인도적 위기를 경고했지만, 안보리는 미국의 거부권으로 인해 효과적인 조치를 취하지 못했습니다. 이번 9월 결의안 부결은 그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국제법적 쟁점
가자 상황을 둘러싼 국제법적 논쟁도 치열합니다. 팔레스타인 측은 이스라엘의 행위가 제노사이드 협약 위반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했습니다. 2024년과 2025년 ICJ는 몇 차례 잠정조치 명령을 내렸으나, 이스라엘은 이를 이행하지 않았습니다.
국제형사재판소(ICC) 검찰도 이스라엘과 하마스 지도부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를 신청했습니다. 민간인 보호 의무 위반, 전쟁범죄, 인도에 반한 죄 등이 혐의입니다. 그러나 미국은 ICC의 관할권을 인정하지 않으며, 이스라엘 역시 ICC 당사국이 아닙니다.
이러한 법적 절차들은 진행되고 있지만, 실질적인 강제력은 부재합니다. 안보리가 작동하지 않는 한, 국제법의 집행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미국의 거부권은 이 법적 공백을 더욱 확대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습니다.
한국에 던지는 질문
한국은 이 문제에서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까요? 한국은 유엔 창립 이래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을 두 차례(1996-1997, 2013-2014) 역임했습니다. 국제 평화와 안보에 대한 책임을 강조해온 중견국가(middle power)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한국은 한미동맹이라는 안보 구조 속에 있습니다. 중동 문제에서 미국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외교적으로 민감한 사안입니다. 실제로 한국 정부는 가자 사태에 대해 인도적 우려를 표명하면서도, 안보리 표결이나 국제사법재판소 절차에서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해왔습니다.
코스타리카 출신 국제법 전문가 니콜라스 보글린은 "침묵하는 코스타리카(Costa Rica inaudible)"라는 표현으로 중남미 국가들의 소극적 태도를 비판했습니다. 이는 한국에도 적용될 수 있는 지적입니다. 인권과 국제법 존중을 표방하는 국가로서, 한국은 이번 사태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고민이 필요합니다.
앞으로의 전망 [AI 분석]
단기적으로 안보리를 통한 해결은 어려워 보입니다. 미국의 입장 변화가 없는 한, 유사한 결의안이 제출되더라도 같은 결과가 반복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미국 대선(2026년 중간선거 포함) 일정을 고려하면, 정책 전환은 더욱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가자지구의 인도적 상황은 악화될 전망입니다. 국제구호기구들은 이미 식량, 의료, 식수 부족으로 인한 재앙적 상황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안보리의 무력함은 이러한 위기를 방치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입니다.
장기적으로는 유엔 개혁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습니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의 거부권 제도는 2차 세계대전 직후 권력 구조를 반영한 것으로, 21세기 국제질서와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 국가들을 중심으로 개혁 요구가 강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국제사법재판소와 국제형사재판소의 역할도 주목됩니다. 안보리가 정치적 교착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사법적 해결 경로가 더욱 중요해질 수 있습니다. 다만 이 역시 강제집행 메커니즘의 한계로 인해 상징적 수준에 머물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국 이 문제의 해결은 국제사회의 지속적인 압력과 여론의 힘에 달려 있을 것입니다. 시민사회, 학계, 언론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입니다.
댓글 (4)
흥미로운 주제입니다. 주변에도 공유해야겠어요.
그 부분은 저도 궁금했습니다.
간결하면서도 핵심을 잘 정리한 기사네요.
휴전안에 대해 더 알고 싶어졌습니다. 후속 기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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