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없는 도시, 홍콩 공중 보행로의 14년
기후·상업·공공성의 교차점에서 진화하는 홍콩 2층 도시론

- •홍콩 센트럴에 신규 고가 보행로가 개통되며 2층 도시 확장이 지속되고 있다.
- •기후·상업·지형이 결합해 공중 보행 네트워크 팽창을 이끌고 있다.
- •지상 거리 공공성 약화 우려 속 설계 전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공중으로 올라간 도시, 14년 후의 진단
홍콩 센트럴(中環) 지구에 또 하나의 공중 보행로가 생겼다. 헨더슨랜드(Henderson Land)가 추진 중인 대형 복합 개발 '센트럴 야드(Central Yard)' 프로젝트와 연계해 임시 보행 연결로가 새롭게 개통됐다. 이는 단순한 동선 추가가 아니다. 홍콩의 공중 보행 네트워크—스카이브리지(skybridge)와 고가 통로로 이뤄진 거대한 2층 도시—가 멈추지 않고 계속 팽창하고 있다는 신호다.

왜 홍콩은 계속 공중을 걷는가
이 네트워크의 확장을 이해하려면 세 가지 동력을 함께 봐야 한다. 첫째는 기후다. 홍콩의 여름은 혹독하다. 40도에 육박하는 체감 온도와 높은 습도 속에서 지상 보행은 단순한 불편을 넘어 건강 위협이 되기도 한다. 냉방이 되거나 그늘진 공중 통로는 보행자에게 실질적인 열 피난처를 제공한다.
둘째는 상업적 논리다. 고가 보행로는 사무용 건물과 쇼핑몰을 끊김 없이 연결함으로써 '매장 접근 면적(commercial frontage)'을 지상층 너머로 확장한다. 코즈웨이베이(Causeway Bay) 일대에서는 하이산 디벨롭먼트(Hysan Development)의 리가든스(Lee Gardens) 클러스터—현재 7개 동, 곧 8개 동—가 보다 연속적인 고가 보행 체계로 재편되고 있다. 건물과 건물 사이를 지상으로 내려오지 않고 오갈 수 있을 때, 방문자는 더 오래 머물고 더 많이 소비한다.
셋째는 지형이다. 홍콩섬은 가파른 구릉지로 이뤄져 있어 '평지 이동'이 공학적 성취에 가깝다. 고가 통로는 경사지를 연속적인 수평면으로 이어주는 지형 보정 장치이기도 하다.
2012년의 진단, 14년 뒤의 현실
이 도시 현상을 체계적으로 기록한 것은 2012년 출판된 건축 가이드북 「Cities Without Ground: A Hong Kong Guidebook」이었다. 이 책은 홍콩 주민들이 직관적으로 체감하지만 좀처럼 이름 붙이지 않았던 조건—도시 생활이 일상적으로 지상에서 들어올려진다는 사실—을 도면과 지도로 세밀하게 기록했다. 당시의 핵심 통찰은 단순했다. 홍콩의 공중 보행 네트워크는 교통을 피하기 위한 실용적 장치를 넘어, 도시의 공공 공간 자체를 재조직하는 구조적 원리가 됐다는 것이다.
14년이 지난 지금, 그 진단은 여전히 유효하다. 센트럴·애드미럴티(Admiralty)·상완(Sheung Wan) 일대의 사무·상업 지구에서 네트워크는 계속 두터워지고 있다. 다가오는 센트럴 야드 '그라운드스크레이퍼(groundscraper)' 개발이 완료되면 이 지역은 또 한 차례 연결 확장을 맞이한다. 대형 개발 프로젝트들은 이제 독립된 건물이 아니라 기존 층위 이동 체계의 확장 단위로 도시에 진입한다.
문제는 이 네트워크가 평일 낮 주로 화이트칼라 직장인과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들의 동선을 중심으로 작동한다는 점이다. 회의와 점심, 용무를 지상과 접촉 없이 해결하는 이 계층의 편의는 의심할 여지없이 실현됐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지상 거리는 시민적 무대(civic stage)로서의 기능을 점차 잃어가고 있다. 건축가들이 지상층 보행자 스케일이나 가로 활성화를 설계할 동인을 더 이상 가지지 않게 될 때, 도시는 지상을 외면한 포디엄(podium) 클러스터와 밀폐된 메가스트럭처(megastructure)의 집합으로 굳어질 위험이 있다.

앞으로의 전망 [전문가 분석]
건축·도시 계획 분야에서는 이 딜레마에 대한 인식이 깊어지고 있다. 고가 보행로가 지상층을 회피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계단·램프·공용 공간을 통해 지상과 적극적으로 연결되는 설계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2층 도시'가 지상 0층을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재구성되어야 한다는 논의가 확산되고 있다.
공공성의 문제도 재검토될 가능성이 높다. 사유지를 통과하는 보행로가 대부분인 현재 구조에서, 운영 주체와 이용자 범주가 누구인지는 갈수록 중요한 정책 의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노동자·관광객·저소득층 거주자들이 동일한 통로를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지 여부가 2층 도시의 진정한 공공성을 판가름하는 기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
홍콩이 기후 변화와 도시 과밀화 속에서 새로운 세대의 건축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한, 공중 보행 네트워크의 팽창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그 확장이 지상을 포기하는 방향으로 가느냐, 아니면 지상과 새로운 공생 관계를 만들어내느냐다. 그 선택이 홍콩 도시 공간의 미래를 가를 것이다.

댓글 (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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