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아르메니아 학살 첫 공식 인정
사르 외무장관 발의 결의안 각료회의 만장일치 통과…크네셋 표결 남아

- •이스라엘 정부가 6월 28일 각료회의에서 아르메니아인 학살을 집단학살로 공식 인정하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 •기드온 사르 외무장관이 발의한 이 결의안으로 이스라엘은 미국·프랑스·독일 등 30여 개국과 같은 입장을 취하게 됐다.
- •튀르키예는 즉각 반발했으며, 결의안은 크네셋 본회의 표결이라는 마지막 절차를 남겨두고 있다.
만장일치 결의
이스라엘 정부가 6월 28일 각료회의에서 아르메니아인 학살을 집단학살로 공식 인정하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기드온 사르 외무장관이 직접 발의한 이 결의안은 이스라엘 정부가 집단학살이라는 표현을 공식 문서에 명시한 첫 사례다. 사르 장관은 각료회의 며칠 전부터 결의안을 상정하겠다고 예고한 뒤, 회의 직후 소셜미디어를 통해 결의안이 통과됐다는 소식을 알리며 찬성표를 던진 각료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사르 장관의 메시지
사르 장관은 영상 성명에서 옳은 일을 하기에 너무 늦은 때란 없다고 말하며, 이번 결정이 역사적 진실을 인정하고 이를 부정하려는 시도를 거부하는 도덕적 의무의 이행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오스만제국 시기인 1915년부터 1923년 사이 벌어진 이 학살로 약 150만 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문화유산도 함께 파괴됐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으로 이스라엘은 미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 아르헨티나, 브라질 등 아르메니아인 학살을 이미 공식 인정한 30여 개국과 같은 입장을 취하게 됐다. 네타냐후 총리도 지난해 한 인터뷰에서 개인적으로 학살을 인정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놓은 적이 있으나, 정부 차원의 공식 결의가 통과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랜 침묵을 깬 배경
이스라엘은 그동안 튀르키예와의 외교·안보·통상 관계를 고려해 집단학살이라는 표현 사용을 자제해 왔다. 그러나 2023년 10월 발발한 가자지구 전쟁을 계기로 양국 관계는 이미 냉각된 상태였다. 튀르키예는 오스만제국 시기 아르메니아인 희생을 1915년 사건으로 규정하며, 전쟁 중 발생한 쌍방 충돌의 결과일 뿐 집단학살은 아니라는 입장을 오랫동안 고수해 왔고, 이스라엘의 이번 발표에 즉각 반발했다. 아르메니아인 학살은 오스만제국이 제1차 세계대전을 전후해 아르메니아인들을 강제 이주시키는 과정에서 대규모 희생이 발생한 사건으로, 10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튀르키예와 아르메니아 사이의 외교적 뇌관으로 남아 있다.
남은 절차
이번 각료회의 결의안은 크네셋 본회의 표결 절차를 남겨두고 있으며, 다음주 표결이 예정돼 있다. 각료회의 결정이 법적 구속력을 갖는 국가 입장으로 완성되려면 크네셋 표결이라는 마지막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크네셋에서 가결되면 이번 인정은 각료회의 차원의 정치적 선언을 넘어 국가 차원의 공식 입법으로 격상되며, 이스라엘 외교 정책의 오랜 원칙 하나가 공식적으로 전환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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