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문기술자' 이근안 사망, 영화 <남영동 1985> 다시 주목
배우 이경영 '사과 바랐다'…이근안은 끝내 반성 없이 세상 떠나

- •'고문기술자' 이근안이 88세로 사망하며 영화 <남영동 1985>가 재조명되고 있다.
- •실제 피해자 김근태 전 의원은 고문 후유증으로 2011년 사망했다.
- •이근안은 생전 사과 없이 고문 행위가 과장됐다고 주장하며 세상을 떠났다.
이근안 사망으로 재조명되는 고문의 역사
'고문기술자'로 불린 이근안이 지난 25일 88세로 사망하면서 정지영 감독의 영화 <남영동 1985>(2012)가 다시 회자되고 있다. 이근안은 이 영화에서 메인 빌런으로 등장하는 고문기술자 '이두한'의 실제 모델이다.
영화는 전두환 정권 시절인 1985년, 민주화운동가 김종태가 목욕탕을 다녀오다 경찰에 연행되어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겪는 참혹한 고문을 그린다. '장의사'라 불리는 이두한이 등장하며 김종태에게 평생 지울 수 없는 트라우마를 안긴다. 극 중 이두한은 "세상이 바뀌면, 그때 날 잡아다 고문하세요"라는 섬뜩한 대사를 남긴다.

실제 피해자 김근태, 고문 후유증으로 사망
영화 속 김종태의 실제 모델은 고(故) 김근태 전 민주당 의원이다. 그의 자서전에는 당시 고문의 실상이 생생히 기록되어 있다. "머리와 가슴, 사타구니에는 전기 고문이 잘되게 하기 위해 물을 뿌리고, 발에는 전원을 연결시켰다. 처음엔 약하고 짧게, 점차 강하고 길게, 강약을 번갈아 가면서 전기 고문이 진행되는 동안 죽음의 그림자가 코앞에 다가왔다."
김 전 의원은 강연에서도 "다른 사람들의 울부짖는 소리가 들릴 때면 '오늘은 나는 아니겠구나' 하는 안도감에 그나마 잠이 들 수 있었다. 그러면서 내 영혼이 무너져가고 있는 것조차 모르고 있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고문과 옥살이 후유증으로 2011년 세상을 떠났다.
이경영 "사과하길 바랐다"…이근안은 끝내 반성 거부
영화에서 이두한 역을 맡은 배우 이경영은 개봉 당시 "이근안 경감이 이 영화를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죄를 회개하려고 목사 수업까지 받으신 분이라면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를 보고 진심으로 가족들에게 이해와 용서를 구했으면 좋겠다"며 "새로운 시대를 여는 데 얼마나 예쁜 모습이겠냐"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근안은 생전에 끝내 사과하지 않았다. 영화 개봉 한 달여 뒤인 2012년 12월, 그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고문 행위가 과장됐다고 주장했다. "'칠성판'은 딱 두 사람에게만 사용했다"며 "영화에서는 호스로 물을 막 퍼붓던데, 사실은 물에 적신 수건으로 호흡을 곤란하게 한 것"이라고 변명했다.

민주화 역사의 상처, 여전히 현재진행형
<남영동 1985>에는 박원상(김종태 역), 이경영(이두한 역), 김의성(강과장 역), 동방우(박전무 역) 등 연기파 배우들이 출연해 군부독재 시절의 참상을 사실적으로 재현했다. 이근안의 사망으로 과거사 청산과 가해자의 책임 문제가 다시 한번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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