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치아, 수백 년 안에 사라진다...유럽 연구팀의 4가지 생존 방안
기존 MoSE 방벽은 이번 세기 내 한계 도달 전망, 대안 비용은 최대 1,000억 유로

- •유럽 연구팀, 베네치아 생존 위한 4가지 시나리오를 Scientific Reports에 발표했다.
- •기존 MoSE 방벽은 고탄소 시나리오에서 2100년 이전 한계 도달, 대안 비용은 최대 1,000억 유로다.
- •석호 폐쇄 시 10m 해수면 상승 대응 가능하나 최소 300억 유로 비용과 항구 기능 상실이 뒤따른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 바닷속으로
유럽과 영국의 연구팀이 해수면 상승으로 수몰 위기에 처한 베네치아(Venice)의 장기 생존 전략 네 가지를 국제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현재의 홍수 방벽 시스템인 모세(MoSE, Modulo Sperimentale Elettromeccanico)가 고탄소 배출 시나리오 하에서 2100년 이전에 기능적 한계에 도달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대안을 마련하지 않을 경우, 1,600년 역사를 지닌 이 도시가 수백 년 안에 영구적으로 수몰될 수 있다는 것이 이번 연구의 핵심 결론이다.
이탈리아 살렌토 대학교(University of Salento)의 해양학자 피에로 리오넬로(Piero Lionello)가 이끄는 연구팀은 이동식 방벽 강화, 링 다이크(ring dike) 건설, 베네치아 석호(Venetian Lagoon) 폐쇄, 도시 전체 이전이라는 네 가지 시나리오를 미래 탄소 배출량 예측치에 따라 분석했다. 각 방안의 비용은 최소 300억 유로에서 최대 1,000억 유로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왜 지금 이 문제가 중요한가
베네치아는 흔히 '물 위에 떠 있는 도시'로 불리지만 이는 오해다. 이 도시는 1,600년 이상을 수백만 개의 목재 파일(wood piling) 위에 세워진 채 수면 위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기후 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과 지반 침하(land subsidence)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위기는 임박해지고 있다.
지난 150년 동안 베네치아와 그 주변 섬들, 석호 일대는 점점 심각해지는 홍수에 시달려왔다. 도시 면적의 60% 이상이 침수되는 극단적 홍수 사태가 역대 28회 발생했는데, 그 중 18회가 불과 지난 23년 사이에 집중됐다. 이는 단순한 기상 이변이 아닌 구조적 가속화를 뜻한다.
해수면 상승은 화석 연료 연소로 인한 온실가스 축적, 빙하 융해, 해양의 열팽창(thermal expansion), 그리고 폭풍 빈도 증가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베네치아는 이 모든 위협이 동시에 수렴하는 지점에 위치해 있다.
유네스코(UNESCO)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베네치아가 사라진다는 것은 단순히 한 도시의 소멸이 아니다. 인류의 건축적·문화적 유산의 소실이며, 기후 변화 적응 정책의 실패를 상징하는 사건이 될 수 있다. 이번 연구가 국제사회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베네치아 홍수 위기의 역사적 맥락
베네치아의 침수 문제는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과거에는 계절적 고조(高潮) 현상인 '아쿠아 알타(Acqua Alta)'가 불편함의 수준이었다면, 20세기 이후에는 생존의 위협으로 격상됐다.
1966년의 대홍수는 현대 베네치아 보존 운동의 출발점이 됐다. 당시 수위가 정상보다 1.94미터 이상 높아지며 도시 전체가 물에 잠겼고, 이 사건은 국제적인 보존 캠페인을 촉발시켰다. 그 결과물이 바로 MoSE 프로젝트다. 1984년에 설계를 시작해 2020년에야 실전 운용에 들어간 MoSE는 아드리아해(Adriatic Sea)의 폭풍 해일을 막기 위한 이동식 수문 방벽 시스템이다. 총 사업비는 60억 유로를 초과했다.
그러나 MoSE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것이 이번 연구의 핵심 경고다. 이 시스템은 약 1.25미터의 해수면 상승까지 대응 가능하도록 설계됐는데, 저탄소 배출 시나리오에서도 2300년 이전에 이 한계치가 초과될 것으로 예측된다. 고탄소 시나리오에서는 그 시점이 이번 세기, 즉 2100년 이전으로 앞당겨진다.
2000년대 이후 기후 과학계에서 제시된 해수면 상승 전망치는 계속 상향 조정되어 왔다. 2007년 IPCC 4차 보고서의 예측치보다 2021년 6차 보고서의 예측이 훨씬 더 가파른 상승을 가리키고 있다. 베네치아를 향한 시계는 그만큼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연구팀이 제시한 4가지 시나리오 비교
| 방안 | 대응 가능 해수면 상승 | 예상 비용 | 주요 단점 |
|---|---|---|---|
| MoSE 방벽 강화 | ~1.25m (현행) | 기존 투자 기반 | 2100년 이전 한계 도달 가능 |
| 링 다이크(Ring Dike) 건설 | 수 미터 수준 | 수백억 유로 | 대규모 공사, 생태계 영향 |
| 석호(Lagoon) 폐쇄 | 최대 10m | 최소 300억 유로 | 항구 기능 상실, 생태계 파괴 |
| 도시 전체 이전 | 해수면 상승 무관 | 최대 1,000억 유로 | 역사·문화적 정체성 소멸 |
석호 폐쇄는 기술적으로 가장 강력한 대안이다. 베네치아 석호를 완전히 밀폐하면 최대 10미터의 해수면 상승에도 도시를 보호할 수 있다. 그러나 최소 300억 유로의 비용이 소요될 뿐 아니라, 석호와 아드리아해를 연결하는 수로가 차단되면 베네치아의 항구 기능이 완전히 사라진다. 중세부터 지중해 무역의 중심지였던 이 항구의 역사적 기능이 종료되는 것이다.
도시 전체 이전은 가장 극단적인 선택지다. 비용만 최대 1,000억 유로에 달하며, 1,600년의 건축 유산을 물리적으로 옮기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나 연구팀은 이 옵션도 논의 테이블 위에 올려두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링 다이크는 도시 외곽에 거대한 제방을 쌓아 해수면 상승을 차단하는 방식이다. 석호 폐쇄보다는 유연하지만, 역시 막대한 비용과 공사 기간, 생태계 영향이 뒤따른다.
[전문가 분석] 앞으로 어떻게 될까
이번 연구는 베네치아 한 도시의 문제가 아닌, 전 세계 해안 저지대 도시들이 직면할 미래를 예고하는 선행 사례로 해석될 가능성이 높다. 암스테르담, 방콕, 뭄바이, 상하이, 자카르타 등 수십 개의 주요 도시가 유사한 위협에 노출되어 있다.
정치적으로 가장 현실적인 경로는 MoSE를 단기적으로 유지하면서 중장기적으로 링 다이크 또는 석호 폐쇄를 준비하는 단계적 접근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 결정은 이탈리아 정부의 재정 능력과 EU 기후 적응 기금의 지원 여부에 크게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탄소 배출 시나리오의 분기점은 중요하다. 파리협정(Paris Agreement)의 1.5°C 목표를 달성할 경우 MoSE의 수명은 수백 년 더 연장될 수 있지만, 현재의 배출 궤적이 지속된다면 2100년이라는 시한이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다.
문화적 관점에서, 베네치아의 수몰은 기후 변화가 추상적 데이터가 아닌 인류 문명의 실질적 손실로 가시화되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 이는 국제 기후 협약에 대한 대중의 인식과 정치적 의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연구팀은 조기 개입 없이는 수백 년 안에 베네치아가 '궁극적으로 소멸(ultimately be lost)'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어떤 방안을 선택하든, 결정이 늦어질수록 선택지는 줄어들고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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