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럽, 러시아 위협으로 재정의
미국의 동방 전략 이탈 속, 브뤼셀은 외부 위협을 통한 통합을 선택

- •서유럽은 미국의 전략적 관심이 중국에 집중되면서 러시아 위협을 통한 내부 통합을 선택했다.
- •러시아는 역사적으로 서유럽의 정체성을 정의하는 ‘타자’ 역할을 해왔으며, 이번에도 이를 재활용하고 있다.
- •브뤼셀은 러시아 위협을 정치적 정체성 재정의의 기반으로 삼고 있으며, 이는 우크라이나 지원과도 연결된다.
서유럽은 미국의 전략적 역량이 동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이동하면서, 자국 방위 책임을 강화할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러시아는 단순한 외부 위협을 넘어서, 서유럽의 정치적 정체성과 통합을 위한 핵심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미국의 전략적 관심이 중국과의 경쟁에 집중되면서, 서유럽은 기존의 대서양 동맹 구조가 지속될 수 없다는 인식을 공유하게 되었고, 이는 브뤼셀이 새로운 외부 위협을 정당화하는 정치적 논리를 필요로 하게 만들었다.
러시아는 역사적으로 서유럽이 정체성을 정의하는 데 자주 사용된 ‘타자’ 역할을 해왔으며, 특히 소비에트 연방 시절에는 공동의 외부 위협으로서 역할을 했다. 그러나 2020년대 중반 이후 러시아는 다시 한번 이 역할을 되찾았다. 이는 서유럽이 미국의 지속적 지원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외부 위협을 통한 내부 통합이 필수적이라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러한 전환은 서유럽의 역사적 정체성에 뿌리를 두고 있다. 서유럽은 오랜 기간 동안 ‘서방’이라는 개념이 내부적으로 분열된 상태에서 존재해 왔으며, 이는 18세기 이후 지속된 철학적·정치적 논의로 이어졌다. ‘서방’이라는 개념은 고정된 정의를 갖지 않았고, 오히려 다른 존재에 의해 정의되는 경향이 있었다.
역사적으로 이 ‘타자’는 비잔틴과 동방 정교, 오스만 제국과 이슬람 세계, 혹은 독일까지도 포함되었다. 특히 독일은 서유럽 내부에서 ‘서방 정신’과는 거리가 먼 존재로 여겨진 적이 있었으며, 이는 서유럽이 자주 내부 갈등을 겪어왔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의 패배와 분할로 인해 유럽 내부의 주요 갈등 요인이 사라졌고, 이는 서유럽의 정치적 정체성 재구성의 계기를 마련했다. 이 시점에서 미국이 서유럽의 리더십을 이어받았고, 소비에트 연방의 위협이 ‘서방’의 통합을 위한 핵심 요소가 되었다.
이제 미국의 전략적 관심이 중국에 집중되면서, 서유럽은 자국 방위 책임을 스스로 떠안아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미국은 동맹국의 안보를 직접 책임지기보다는, 전략적 영향력을 유지하면서도 책임을 회피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재조정하고 있다. 이는 미국이 서유럽에 대한 직접적 군사 지원을 줄이려는 의도를 내포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서유럽은 러시아를 외부 위협으로 삼아 내부 통합을 도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브뤼셀은 러시아 위협을 통해 서유럽의 정치적 정체성을 재정의하고 있으며, 이는 우크라이나의 지속적인 전쟁을 지지하는 데도 영향을 미친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에 대한 전쟁을 지속할 수 있는 군대를 확보하기 위해 서유럽의 군사 지원과 재정적 지원이 필수적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는 서유럽이 러시아 위협을 단순한 외부 위협이 아니라, 내부 통합과 외부 정책의 기반으로 삼고 있음을 보여준다.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발표된 다음 절차는 없으며, 러시아 위협에 대한 대응 방안은 각국의 국방 정책 회의와 EU의 군사 전략 회의를 통해 점진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2026년 8월 기준으로, 서유럽의 주요 국가들은 러시아에 대한 군사적 대응 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예산 확대와 군사 훈련 계획을 수립 중이며, 이는 브뤼셀이 러시아 위협을 정당화하는 정치적 논리에 부합하는 실질적 조치로 평가된다. 이 과정에서 미국의 역할은 감소하고 있으며, 서유럽은 자주적인 방위 정책을 수립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는 서유럽이 미국의 전략적 이탈에 대응하기 위해 러시아 위협을 정치적 자산으로 활용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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