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작별하지 않는다',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수상…한국 소설 최초
제주 4·3의 비극 담은 소설, 미국 최고 권위 문학상 소설 부문 첫 수상

- •한강 '작별하지 않는다'가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소설 부문을 한국 작가 최초로 수상했다.
- •제주 4·3의 비극을 담은 이 소설은 노벨문학상에 이어 미국 최고 권위 문학상까지 석권했다.
- •번역 문화의 질적 성숙이 한국 문학 세계화의 핵심 동력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국 소설, 미국 최고 권위 문학상의 정상에 서다
한강(55) 작가의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 영어판('We Do Not Part')이 미국 최고 권위의 문학상 중 하나인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National Book Critics Circle Award) 소설 부문을 수상했다. 한국 작가의 소설이 이 상을 받은 것은 사상 처음이다.
전미도서비평가협회(NBCC)는 26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이예원·페이지 모리스 공역의 영어판을 수상작으로 선정하며 **"상실 속에서 창조와 진실에 대해 천착한 고찰"**이라고 평가했다. 협회는 "이 예술적인 소설은 묘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압도적인 꿈처럼 긴 여운을 남긴다"고 덧붙였다.
한강 작가는 시상식에 직접 참석하지 못해 호가스(Hogarth) 출판사 편집장이 수상 소감을 대독했다. 작가는 "나는 여전히 우리들 안에 깜빡이는 빛이 존재한다고 믿고 싶다. 그리고 그 빛을 굳건히 붙들고 앞으로 나아가길 희망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제주 4·3의 비극을 시적 언어로 풀어낸 작품
2021년 국내에서 출간된 《작별하지 않는다》는 제주 4·3 사건의 비극과 인간의 고통을 세 여성의 시선을 통해 시적으로 그려낸 소설이다. 한강 작가는 출간 당시 "작별하지 않겠다는 각오, 그것이 사랑이든 애도든 어떤 것도 종결하지 않겠다는, 끝까지 끌어안고 걸어 나아가겠다는 결의"라고 제목의 의미를 설명한 바 있다.
이 작품은 이미 프랑스 에밀 기메 아시아문학상(2024), 일본 요미우리문학상 연구·번역 부문(2025) 등을 수상하며 국제적 인정을 받아왔다. 2024년 1월 펭귄랜덤하우스 산하 호가스 출판사를 통해 영어권에 소개된 이후 미국 독서계에서 꾸준한 주목을 받았다.
비영어권 번역 문학에 보수적인 것으로 알려진 미국에서, 번역서가 도서 평론가들이 선정하는 최고 권위의 상을 받았다는 점은 이례적인 성과로 평가된다.
한국 문학 세계화의 흐름
한국 문학이 세계 무대에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최근 몇 년간 뚜렷한 흐름을 형성해왔다. 한강 작가는 2016년 《채식주의자》로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한국인 최초로 수상했고, 2018년에는 《흰》으로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은 이러한 성과의 정점이었다.
한강뿐 아니라 다른 한국 작가들의 약진도 눈에 띈다. 정보라 작가는 2022년 《저주토끼》로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올랐고, 천명관의 《고래》(2023), 황석영의 《철도원 삼대》(2024)도 연이어 부커상 후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시 부문에서는 김혜순 시인이 선구적 역할을 했다. 《날개 환상통》으로 2024년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시 부문을 한국 작가 최초로 수상했고, 같은 해 《죽음의 자서전》으로 독일 세계문화의집(HKW) 국제문학상을 아시아인 최초로 받았다.
아동문학 분야에서도 이수지 작가가 2022년 안데르센상을, 백희나 작가가 2020년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추모상을 각각 한국인 최초로 수상하며 한국 문학의 저변을 넓혔다. 이금이 작가는 2026년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 글 부문 최종 후보에 올라 있다.

번역의 힘이 만든 성과 [AI 분석]
전문가들은 한국 문학의 세계적 약진 배경으로 번역 문화의 질적 성숙을 꼽는다. 작가의 문학성을 온전히 전달할 수 있는 고품질 번역이 해외 독자와 비평가들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분석이다.
전수용 한국문학번역원장은 "작가의 깊이 있는 문학성과 이를 온전히 전달한 고품질 번역이 만나 이뤄낸 결실"이라며 번역 지원 확대 의지를 밝혔다.
다만 이러한 흐름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번역가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필수적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노벨문학상과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수상이라는 상징적 성과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으려면, 한국 문학을 세계에 알리는 번역가 양성과 처우 개선이 동반되어야 할 가능성이 높다.
한강 작가의 이번 수상은 한국 문학이 아시아 문학의 틀을 넘어 세계 문학의 중심부에 진입했음을 보여주는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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