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더 라인' 프로젝트, 거대한 유토피아의 좌절과 교훈
170km 미래도시 계획이 2.4km로 축소되기까지, 건축계가 마주한 질문들

- •사우디 더 라인 프로젝트가 170km 계획에서 2.4km 기초공사만 완료한 채 무기한 중단됐다
- •500억 달러 투입에도 해외 투자 유치 실패와 기술적 한계로 인구 목표가 150만에서 30만 미만으로 축소됐다
- •건축계는 혁신적 비전과 권력·스펙터클의 관계에 대한 성찰적 질문에 직면해 있다
500억 달러를 삼킨 사막의 신기루
사우디아라비아의 야심찬 미래도시 프로젝트 '더 라인(The Line)'이 심각한 위기에 봉착했다. 2021년 발표 당시 170km 길이의 거울면 선형 도시에 900만 명을 수용하겠다던 계획은 2026년 초 현재, 건설 중단과 80억 달러 규모의 국부펀드 손실 상각, 그리고 2030년까지 무엇을 살릴 수 있을지에 대한 전략 재검토 국면에 들어섰다.
관련 보도에 따르면 2025년 9월 16일, 사우디아라비아 공공투자펀드(PIF)는 더 라인의 건설을 무기한 중단했다. 계획된 170km 구간 중 실제 완료된 기초 공사는 단 2.4km에 불과하다. 2030년까지 150만 명의 거주민을 목표로 했던 인구 계획은 30만 명 미만으로 하향 조정됐으며, 10년 내 완공될 구간은 2km를 조금 넘는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혁신적 비전이 품었던 가능성
더 라인의 설계 철학은 기존 도시계획에 대한 진지한 비판에서 출발했다. 도로와 수평적 확산 중심의 전통적 도시가 필요 이상의 토지, 에너지, 자원을 소비하며 자연 생태계를 파편화한다는 문제의식이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 길이 170km, 너비 200m, 높이 500m의 단일 연속 구조물이었다. 900만 인구를 34㎢ 면적에 수용하고, 도시를 수직과 내부로 성장시켜 여러 개의 '지상면'을 층층이 쌓는 3차원 도시 구조였다. 각 층위는 독립적인 도보 친화 동네로 기능하며, 주민들은 5분 반경 내에서 학교, 의료시설, 공원, 직장에 도달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네옴(NEOM) 라인 디자인 총괄이었던 타렉 카두미는 이를 '5분 구체(five-minute sphere)' 접근성 개념이라 설명했다. 구조물 전체를 관통하는 고속철도는 양 끝을 30분 이내에 연결하고, 별도의 물류 노선이 지하에서 산업 화물을 처리하는 방식이었다. 설계자들은 이 모델을 '무중력 어바니즘(Zero Gravity Urbanism)'이라 명명하고, 2023년 베니스 건축 비엔날레에서 국제적으로 저명한 건축가 및 도시 이론가들과 함께 발표했다.
20세기 도시계획 실패에서 시작된 논의
더 라인이 제시한 비전은 20세기 도시 건설의 실패를 목도해온 건축가와 도시 사상가들에게 진지한 논의의 대상이 될 만했다. 자동차와 기존 도로 인프라에서 해방된 도시, 주변 자연경관과 공생하도록 설계된 공간이라는 개념은 지속가능한 도시에 대한 오랜 담론의 연장선에 있었다.
2023년 리야드에서 열린 라인 전시회 폐막 당시만 해도, 이 비전은 신뢰할 수 있고 매력적인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전시회 이후 더 라인은 물리학의 법칙, 정치적 구조, 그리고 가혹한 금융 시스템과 충돌하기 시작했다. 수년간의 과욕과 누적된 회의론 끝에 프로젝트는 급격히 축소됐다.

건축계가 마주한 불편한 질문
현재까지 최소 500억 달러가 투입됐고, 사막 곳곳에는 반쯤 완성된 건설 현장이 흩어져 있다. 프로젝트가 기대했던 해외 투자는 실현되지 않았다. 네옴 포트폴리오 전반에 걸친 내부 감사와 연쇄적인 프로젝트 중단은 설계계에 제시됐던 것과 실현 가능했던 것 사이의 간극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냈다.
관련 보도와 네옴의 공식 커뮤니케이션 기록은 건축계가 응답해야 할 질문을 제기한다. 더 라인의 현 상태에 대한 급진적 재평가가 드러내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설계 전문직이 권력, 스펙터클, 좌절, 그리고 야심찬 도시 비전과 맺는 관계에 대한 것이다.
앞으로의 전망 [AI 분석]
더 라인의 좌절은 메가 프로젝트에 대한 글로벌 건축계의 접근 방식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첫째, 국가 주도의 초대형 도시 프로젝트에 대한 기술적·재정적 실현 가능성 검증이 더욱 엄격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 건축가와 도시계획가들이 권위주의 정권의 야심찬 프로젝트에 참여할 때 직면하는 윤리적 딜레마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다. 비전의 혁신성과 실현 맥락의 문제성 사이에서 전문가들이 어떤 기준을 세워야 하는지에 대한 담론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셋째, 역설적으로 더 라인이 제기한 핵심 질문들—수직적 도시, 자동차 없는 도시, 자연과 공존하는 도시—은 여전히 유효하다. 이 아이디어들이 보다 현실적인 규모와 맥락에서 재해석되어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실패한 메가 프로젝트가 남긴 개념적 유산이 분산되어 세계 각지의 소규모 실험으로 이어지는 것은 도시계획 역사에서 반복되어 온 패턴이기도 하다.

댓글 (5)
사우디 관련 기사 잘 읽었습니다. 유익한 정보네요.
기사 잘 봤습니다. 다른 시각의 분석도 읽어보고 싶네요.
공감합니다. 참고하겠습니다.
흥미로운 주제입니다. 주변에도 공유해야겠어요.
공감합니다. 참고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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