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센트의 '500억 이상만' 전략, 영국 인디 스튜디오 벌크헤드와 맞지 않았던 이유
대형 투자와 소규모 개발 철학 사이의 갈등, 결국 독립으로 귀결

- •벌크헤드는 텐센트 산하에서 170억 원 규모 프로젝트를 제안했으나 '너무 작다'는 평가를 받았다
- •텐센트는 2021~22년 영국 스튜디오들에 500억 원 미만 프로젝트는 검토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 •결국 벌크헤드는 독립을 선택, 대형 투자자와 중소 스튜디오 간 구조적 불일치를 보여줬다
대학 친구들의 스튜디오, 텐센트 품에 들어가다
영국의 게임 개발사 벌크헤드(Bulkhead)는 11년 전 대학을 막 졸업한 친구들이 모여 시작한 작은 스튜디오였다. 창업자이자 CEO인 조 브래머(Joe Brammer)는 당시 ID@Xbox 프로그램에 "페이블(Fable) 출신 개발자들이 함께한다"고 허풍을 쳐서 개발 키트를 얻어냈다고 회상한다. 실제로는 개발자가 세 명에 불과했다.
2019년 밀리터리 슈터 'Battalion 1944'가 58만 장 이상 판매되며 성공을 거뒀고, 스퀘어 에닉스는 2018년 벌크헤드 지분 20%를 인수했다. 그러나 스퀘어 에닉스와의 협업은 순탄치 않았다. 200만 파운드(약 34억 원) 규모의 서바이벌 게임 프로젝트가 진행됐지만, 인디와 AAA 사이 어중간한 위치에서 표류했다.
"콜렉티브(인디 레이블)에는 너무 컸고, 스퀘어 에닉스 본사에는 너무 작았다"고 브래머는 당시를 설명했다. 프로젝트는 결국 취소됐고, 2022년 스퀘어 에닉스와 결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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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센트 산하에서의 꿈 같은 시작
같은 해 벌크헤드는 스플래시 데미지(Splash Damage)에 인수됐다. 스플래시 데미지는 2020년 텐센트가 레이유 테크놀로지스(Leyou Technologies)를 약 13억 달러(약 1조 7000억 원)에 인수하면서 텐센트 산하에 들어간 상태였다.
브래머에게 대형 기업의 품에 안기는 것은 단순한 자금 확보가 아니었다. "6~7년간 멘토도 없이 달려왔는데, 이제야 배울 기회가 생겼다"며 그는 스플래시 데미지에서의 경험이 리더로 성장하는 데 결정적이었다고 평가했다.
텐센트 산하 첫해인 2022년은 "꿈 같았다"고 브래머는 회상한다. "돈을 주면서 '만들고 싶은 거 만들어라, 뭔지 나중에 알려달라'고 했다. 최고였다."
"500억 미만은 보지도 않겠다"
벌크헤드는 PC 1인칭 슈터 '워독스(Wardogs)'를 제안했다. 예산은 1000만1200만 파운드(약 170억200억 원)로, 이전 프로젝트의 다섯 배 이상이었다. 하지만 텐센트에게는 여전히 작았다.
"그들은 규모가 충분하지 않다고 했다"고 브래머는 전했다. "2021~22년 영국 내 모든 스튜디오에 5000만 파운드(약 850억 원) 미만 프로젝트는 검토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우리가 만들고 싶은 게 아니었다. 너무 컸다."
역설적인 상황도 벌어졌다. 벌크헤드가 주 4일 근무제를 시행하면서도 모든 목표를 달성하고, 예산의 50%만 사용하자 텐센트는 오히려 의심했다. "예산을 다 안 썼으니 제대로 개발 안 하는 거 아니냐"는 반응이었다. 브래머는 "돈을 문제에 던지는 방식을 거부했다"고 설명했다.

결별, 그리고 독립
텐센트는 워독스 자체는 마음에 들어 했고, 2025년 9월 스플래시 데미지를 사모펀드 에모나 캐피탈(Emona Capital)에 매각할 때도 처음에는 벌크헤드를 유지하려 했다. 그러나 결국 워독스의 규모는 텐센트의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
벌크헤드의 독립 과정을 자문한 히로 어드바이저리(Hiro Advisory)의 마이크 맥가비(Mike McGarvey)는 "텐센트의 우선순위가 바뀌었다"고 분석했다.
대형 퍼블리셔와 중소 스튜디오의 구조적 불일치
이 사례는 대형 퍼블리셔의 투자 전략과 중소 스튜디오의 개발 철학이 근본적으로 충돌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텐센트 같은 대형 투자자는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며, 관리 비용 대비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대규모 프로젝트에 집중한다. 반면 벌크헤드처럼 효율적 운영을 중시하는 스튜디오는 '돈을 많이 쓰는 것'이 곧 '좋은 개발'이 아니라고 본다.
2020년대 초반 게임 산업에 쏟아진 대규모 투자금이 2023년 이후 위축되면서, 이런 갈등은 더 빈번해지고 있다. 텐센트는 2024~25년 사이 여러 서방 스튜디오 지분을 정리했고, 에픽게임즈·유비소프트 등도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앞으로의 전망 [AI 분석]
벌크헤드의 사례는 향후 게임 산업의 투자 구조 변화를 시사한다. 대형 퍼블리셔들이 '500억 원 이상' 기준을 고수할 경우, 중견 스튜디오들은 독립 경로를 모색하거나 사모펀드·벤처캐피탈 등 대안적 자금원을 찾을 가능성이 높다.
워독스가 독립 후 어떤 형태로 출시될지는 미지수이나, 주 4일제를 유지하면서도 효율적 개발을 입증한 벌크헤드의 운영 방식은 업계 내 주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텐센트의 서방 게임 투자 축소 기조가 지속된다면, 유사한 독립 사례가 더 늘어날 전망이다.
댓글 (4)
텐센트의 관련 기사 잘 읽었습니다. 유익한 정보네요.
공감합니다. 참고하겠습니다.
흥미로운 주제입니다. 주변에도 공유해야겠어요.
이상만에 대해 더 알고 싶어졌습니다. 후속 기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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